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20일 오후 춘추관에서 박근혜 정부 문건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일 발표한 청와대 국정상황실에서 발견된 문건 가운데는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된 것도 있었다. 문건 내용은 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방향과 해외 헤지펀드에 대한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 대책 검토,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 주장에 대한 쟁점 및 정부 입장 점검 등이다. 이는 ‘국민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기관으로 독립성이 보장돼야 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정부가 압력을 행사한 정황을 보여준다.
현재 진행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재판에서 드러난 국민연금에 대한 정부 압력을 고려하면, 이들 문건이 상당 부분 실제로 작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건에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개입할 것인지, 정부가 개입한다면 의결권 방향은 어떻게 설정한 것인지’에 관한 것과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적 경영권 간섭에 대해 국민연금 등을 적극 활용하되 정부가 대기업을 지원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위원 구성을 신중히 하고 관계 부처가 한목소리로 대응해야 한다’ 등의 표현이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합병 건이 논란이 된 것은 2015년 5~7월로, 이번 문건들이 작성된 시점(2014년 3월~2016년 10월)과 겹쳐 있다. 특히,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총을 앞두고 관심은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11.21%)의 입장에 쏠려 있었다.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통상적인 절차와 달리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의결권 행사 안건을 부의하지 않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간부들로 구성된 투자위원회를 열어 합병 찬성을 결정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의결권행사 전문위원들의 성향을 파악한 결과 찬성보다 반대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문건에 있는 ‘위원 구성을 신중히’라는 표현은 전문위원 9명 가운데 상당수가 정부 뜻과 다르게 움직여 향후 구성을 달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던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합병에 반대 의견인 김성민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위원장(한양대 교수)을 이듬해 4월 임기가 끝나자 과거와 달리 연임시키지 않았다. 결국 국민연금 운용의 ‘독립성’을 박근혜 정부가 훼손한 셈이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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