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이달 첫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집권 5년간 재정운용의 밑그림을 내놓을 예정이다. 적극적 재정정책을 바탕으로 소득주도 경제성장을 이끌어 가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재정운용 전략이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과 어떻게 달라질지 관심이 쏠린다.
1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국가재정전략회의가 20~21일 이틀 동안 열릴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회의에선 정부의 장기 재정운용방향과 국정과제 수행을 위한 분야별 재원 배분 등에 대한 집중적인 토론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재원마련과 관련해, 재정지출 개혁방안과 세입확충 방안 등이 논의되고, 핵심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 및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구체적인 재정사업 등도 함께 검토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5·9 대선 당시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을 기존 3.5%에서 7.0%로 끌어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제이(J)노믹스’를 발표한 바 있다.
류덕현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논의되는 안건은 재정 총량과 분야별 재원 배분, 재원 조달이라는 세가지 분야로 나눠 볼 수 있다”며 “새 정부의 재정 운용의 방향성은 이미 일자리 창출과 복지 제도 강화로 천명된 만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선) 핵심 국정 과제를 선명하게 제시하고 재원 조달 방안까지 책임감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국가재정전략회의의 또다른 관전 포인트는 예산편성 방식이 실질적인 ‘톱다운 제도(총액배분자율편성제도·Top-down)’로 바뀔 것이라는 데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가재정법 제정을 통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신설하고 예산편성의 방식을 기존 ‘보텀업 제도(사업별상향식편성제도·Bottom-up)’에서 ‘톱다운 제도’로 변경한 바 있다. 톱다운 제도는 대통령 주재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재원의 배분과 지출 한도 등을 전략적으로 결정한 뒤, 각 정부 부처에 예산 총액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이전의 보텀업 방식에선 예산 당국이 설정한 개별 사업 예산의 총량을 국무회의를 통해 승인하는데 그쳤다면, 톱다운 제도에선 청와대의 권한과 책임을 좀더 과감하게 부여하는 식이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경제부처 관계자는 “당시엔 모든 국무위원과 청와대 비서진이 각 부처 예산 배분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번은 농림부 예산 삭감을 두고 격론이 벌어진 적이 있다. 단순히 예산 배분의 경제성뿐 아니라 향후 정치 일정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국정과제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되면서, 결국 기획예산처의 예산 삭감안이 기각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이후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가채무 총량을 관리하는 기구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톱다운 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얘기다. ‘작은 정부’를 표방한 보수정부로 정권이 바뀌면서 재정 정책에 대한 관심도가 종전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의 위상이 다시 복원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신설된 청와대 재정기획관 직제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청와대 재정기획관의 주요한 역할은 국정과제 사업에 대한 집중적인 재정 투입을 지원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일자리 창출, 복지 사업 등에 예산을 적극적으로 배분하기 위해선 톱다운 제도를 다시 강화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한정된 재원을 특정 아젠다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톱다운 제도를 강화하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며 “참여정부 재정운용전략을 계승한다는 측면에서도 국가재정전략회의의 위상은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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