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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김상조 “재벌 변화 없으면 정부가 직접 나설 것”

등록 2017-07-17 04:59수정 2017-07-17 07:17

공정위원장 취임 한 달 인터뷰

“15대그룹 상생경영 자화자찬에 실망” 경고
“새 정부, 재벌 의존 탈피…개혁 후퇴 없다”
경제팀 개혁 관련 ‘원팀-원보이스’ 강조
‘김상조 효과’는 국민의 개혁 기대감 표현
“지금까지 한 일 초단기 과제 불과” 의욕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 9층 공정거래조정원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 9층 공정거래조정원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4일 취임 한 달을 맞아 <한겨레>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국민의 높은 기대가 담긴 이른바 ‘김상조 효과’라는 용어에 대해 “부담감이 너무 크다”고 털어놨다. 김 위원장은 “새 정부가 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하고 정부 구성도 두 달이 지나도록 제대로 안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이행할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공정위에 대한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며 “그만큼 국민의 개혁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점에서 맡은 일을 열심히 잘하는 길밖에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한 달간 기자간담회, 4대 그룹 대표와 중소·중견기업 단체와의 만남, 여야의원들과의 회동, 공정위 법 집행 강화, 과징금 강화 등을 위한 하위법령 개정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는 “새 공정위원장이 어떤 생각을 하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이라는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은 경제계에 전달된 것 같다”면서 “경제계의 긴장도가 높아지면서 정부가 채찍을 들기 전에 자발적인 변화를 해야겠다는 인식이 늘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김 위원장은 “6월 말 4대 그룹과의 모임에서 전한 메시지는 ‘재벌개혁을 몰아치듯이 하지 않고 기업의 자발적 변화를 기다리겠지만, 한국경제와 기업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며 “기업의 변화가 없다면 정부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재벌이 사회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비판하면서도 새로운 사전규제 법률을 만들어 기업에 부담을 주거나 제재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말해 새 정부의 재벌개혁 방향을 둘러싸고 상반된 해석을 낳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당근과 채찍을 섞어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면서 “새로운 규제보다 기업의 자발적 개선을 유도하는 ‘포지티브 캠페인’이 필요하지만, 국민의 변화 요구를 고려할 때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대한상의가 주관한 15대 그룹 간담회를 가감 없이 비판했다. 간담회 뒤 15대 그룹은 ‘포지티브 캠페인’을 솔선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실행계획에서는 그동안 시행한 상생경영 모범사례를 ‘자화자찬’하는 데 그쳐 변화 의지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는 “(경제계가) 그런 식으로 하면 정부의 인내심도 바닥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동안 그룹들이 발표한 투자·고용 확대 계획은 1년 뒤에 가보면 제대로 된 것인지 안된 것인지 아무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며 “기업들의 발표는 반드시 사후검증을 한다는 게 새 정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과 재벌총수와의 만남에서도 ‘지키지도 못할 약속으로 시간을 벌려고 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분명히 전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과 주요 그룹 회장단의 간담회는 8월 중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과 재벌 총수의 만남이 개혁 후퇴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우려에 대해 “새 정부는 과거 정부와 확실히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정부는 대선에서 재벌개혁을 약속하고도 집권 뒤에는 개혁이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새 정부는 보수정부는 물론 노무현 정부와도 다를 것”이라며 “새 정부의 핵심 인사들 가운데 상당수는 노무현 정부에도 참여한 사람들인데, 과거 실패에 대한 뼈아픈 교훈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교훈에 대해 “재계와의 관계를 과거처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라면서 “성장률을 높이고,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기 위해 재계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제가 자리에 있는 한 이것은 지켜질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새 정부에) 남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방미 때 기업들이 40조원에 달하는 대미 투자·구매 계획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새 정부가 빚을 진 것 아니냐는 일부 언론의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그런 의식이 없다”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미스터피자 갑질사건 이후 공정위의 부실 사건처리 논란에 대해 “이번 일은 ‘빙산의 일각’으로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조마조마하다”고 털어놓으며 “지난 6일 발표한 공정위 신뢰제고 방안이 마련되면 과거에 공정위가 실수하거나 잘못한 일들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용서를 구하고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드리겠다”고 내부개혁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법으로 임기가 정해진 공정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정권교체를 이유로 중간에 교체하는 관행에 대해 “공정위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법이 정한 임기는 원칙적으로 지켜져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재벌정책 전담조직인 기업집단국의 부활에 이은 추가 조직개편에 대해 “경제분석 조직의 강화가 제일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독점을 판단할 때 중요한 시장범위 획정, 기업들의 경쟁제한 행위가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영향 분석, 미래 산업구조 변화를 감안한 시장의 동태적 효율성 분석 같은 경제분석은 공정위가 경쟁 당국으로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능으로, 검찰이나 법원이 대신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공정위의 경제분석 업무는 박사급 인력 4명을 포함한 1개과가 담당하는데, 미국 공정위와 법무부 담당 부서의 박사급 인력은 170명에 달한다.

김 위원장은 새 정부 경제팀의 팀워크에 대해 “경제팀이 국정철학을 공유하면서 중요사항에 대해 ‘원팀 원보이스’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새 정부가 성공할 수 없다”며 “특히 재벌개혁이 성공하려면 관련 부처들이 협조를 통해 시장과 기업에 일관된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한 달간 정신없이 뛰어왔는데, 앞으로 할 일은 더 많다”면서 “지금까지 한 일은 단기과제 중에서도 초단기 과제일 뿐”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곽정수 선임기자, 이완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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