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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편의점 갔더니 주인이 임대료 하소연…‘김상조 효과’ 부담 커”

등록 2017-07-17 04:59수정 2017-07-17 08:03

김상조 공정위원장 취임 한 달 인터뷰 후기

문재인정부 경제정책 ‘상징’으로 대중적 인기 실감
“지금까지 한 일은 초단기 과제, 앞으로 기대해달라”
“보수·진보 고정관념 깨는 과정서 변화 모멘텀 가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 9층 공정거래조정원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 9층 공정거래조정원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실망이 비판으로 돌아서는 건 순식간이라는 부담감이 크죠.”

‘경제 검찰’ 공정거래위원장을 맡은 지 한 달이 된 김상조 위원장을 14일 서울 공정거래조정원에서 만났다. 김 위원장은 특유의 달변은 여전했지만, 5년 전 한성대 교수연구실에서 만나 인터뷰했을 때보다 얼굴이 꺼칠해진 느낌이었다.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를 이끌며 재벌과 공정위에 날 선 비판을 하던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자신이 ‘저격하던’ 공정거래위원장직에 지명됐다. 이후 ‘재벌 개혁’이라는 새 정부 기조와 함께 김 위원장은 어떤 말을 해도 포털 뉴스 상단에 오르는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세종시에서 어떤 편의점에 들어가서 계산을 하려는데 편의점 주인이 물건을 집더니 ‘위원장님 계산하기 전에 5분만 들어봐주세요’ 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는 새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명백히 공정위 소관 업무가 아니죠. 그런데 그걸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그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상징처럼 나오고 있는 이른바 ‘김상조 효과’에 대한 부담이 크다며 편의점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편의점 주인이 핵심적인 이야기를 제기하는데 공정위 소관 과제가 아니라고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잘하겠습니다’라고 할 수밖에 없었죠.”

물론 그도 ‘김상조 효과’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있다고 자평했다. “사업하는 분들의 긴장감은 높아진 것 같아요. 김상조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공정위원장으로 어떻게 일을 할 것이라는 예측 가능성은 확립됐죠. 따라서 채찍을 들기 전에 뭔가 자발적인 변화를 해야겠다는 재계의 인식은 높아졌다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이런 변화는 여론에서도 체감했다고 했다. “어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보수적인 성격을 갖는 위원장이 (중소기업에 쓴소리를 한) 어제 이야기를 했다면 욕을 엄청 많이 먹었을 거예요. ‘갑을’도 있지만 ‘을병’ 관계도 있다. 을도 보호만 이야기하지 말고 자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죠. (그래도) 김상조가 적어도 갑에 대해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을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사람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여 주는 것 같습니다.” 김상조 위원장은 13일 중소기업중앙회·중견기업연합회·소상공인연합회 등 중소·중견기업 경제단체 3곳의 회장단과 정책 간담회에서 “하도급법 위반사업자의 약 79%가 중소기업”이라며 중소기업 스스로 ‘갑질’을 하면서 대기업의 갑질을 비판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쓴소리를 한 바 있다.

중소기업에 쓴소리하는 경제부처 장관은 찾기 힘들다. 더구나 ‘경제민주화’가 시대적 화두로 떠올랐는데 말이다. 김 위원장은 재벌 ‘저격수’이면서도 ‘친재벌 성향’으로 바뀌었다는 비판을 받은 적도 있다. 그는 말을 이었다. “저는 우리 사회의 고착화된 고정 관념, 보수는 이래야 하고 진보는 저래야 하고, 이런 고정 관념을 깨뜨리는 속에서 변화의 모멘텀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위원장으로 일하는 동안에도 계속 그런 기조입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인터뷰뿐만 아니라 기자간담회에서도 늘 자신을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준말)’이라 표현했다. 오랫동안 공무원 생활을 하는 게 아니라 그가 목표로 삼은 어떤 것을 마치고 나가겠다는 의지가 숨어 있다. “시장도 그렇고 관료도 그렇고 새 정부를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어공은 언제 나갈지 모르는 사람들이니….” 그는 인터뷰 장소에도 공정위 대변인 등 ‘늘공(늘 공무원의 준말)’이 두 명이나 앉아있다며 웃으며 말을 이었다. “3년 임기 동안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눴는데 지금까지는 초단기를 한 거예요. 앞으로 기대하십쇼.”

그는 인터뷰에서 임기별 목표를 말하지 않았지만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이 올해 1월 국회에서 연 토론회에서 자신의 과제는 무엇인지 말한 바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쓴 ‘재벌 개혁의 전략과 과제’를 보면, 출자총액제한 제도의 대안으로 주주총회 승인 사항을 늘리고 노동자 또는 소액주주 추천 사외이사의 선임을 장기 과제로 제시했다. 또 재벌 개혁을 위해 대기업집단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여야 의원들의 공감대를 모을 수 있겠다는 가냘픈 희망이 있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는 예정된 한 시간을 넘어 점심시간이 가까워질 때쯤 끝이 났다. 김 위원장은 오후엔 법정에 가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재판에 증인으로 선다고 했다. 김상조 위원장은 교수 시절 삼성 등 재벌 문제와 관련해 전화하면 기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느낌이 어떤지 물었다. “오늘 부담이 돼서 휴가를 냈습니다. 공정위원장이 아닌 한국 사회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증언한다는 의미로 휴가를 내고 관용차도 안 쓰고 내 차를 운전해서 가려고요. 오늘 증언이 이재용 부회장에게는 단기적으로 고통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이 부회장과 삼성, 한국 경제에 축복이 될 겁니다.” 기자 질문보다 훨씬 많은 답변과 걱정을 쏟아낸 김 위원장은 바로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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