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왼쪽 다섯째)이 16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 완화를 위한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른 영세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 대책을 발표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정부가 16일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 완화를 위한 소상공인·영세 중소기업 지원대책’은 소득주도 성장과 경제민주화 정책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전날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 2018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6.4% 인상된 시간당 7530원이다. 역대 네 번째로 큰 상승 폭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와 가계소득 확충을 통한 내수활성화가 다시 경제성장의 선순환 구조로 복원되는 소득주도 성장의 큰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과 정부의 지원대책을 결부해 잠재성장률 제고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임금 초과인상 부담분에 대한 직접 지원에 3조원, 공정한 거래질서와 확립과 경영 지원 등 간접 지원 대책에 1조원 등 총 4조원 이상의 재정을 내년 예산안에 반영해 투입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이다. 통상적인 최저임금 상승분을 초과하는 인건비 부담에 대해서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직접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5년간 평균 인상률 7.4%를 초과한 9%에 대해서는 영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정부가 부담한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 30인 미만 영세사업장 종사자를 218만명을 추정하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지원될 경우 3조원 규모가 될 것”이라며 “최저임금 상승분에 대한 직접 지원 정책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1조원 이상의 재정을 들여 영세기업·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을 낮추기 위한 직·간접 지원책도 마련했다. 카드수수료 인하 적용 확대, 아파트 경비원 등 60살 이상 근로자 고용을 유지하는 사업자에 대한 ‘고용안정지원금’ 확대, 영세사업장의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업’ 확대 등이다. 음식업자 등이 원재료인 농수산물을 구매할 때 적용받는 의제매입세액공제의 공제율을 높이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의료비·교육비 세액공제 범위를 확대하는 등 세제혜택을 통한 간접 지원책도 포함됐다.
정부는 추후 관계부처 합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구체적인 지원 기준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4조원 정도의 재원은 현재의 세수 추계 등을 고려할 때 내년 예산안에 충분히 반영 가능한 수준이며, 그간 고용노동부 등에서 시행해오던 고용장려금 지급 등 인건비 지원사업이 있어 전달체계를 완전히 새로 구성할 필요도 없다”며 “부정수급만 잘 막을 수 있도록 설계를 잘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의 또 다른 축인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과 ‘경영여건 개선 및 경쟁력 강화 지원’에는 그동안 논의돼온 경제민주화 정책이 대폭 담겼다. 상가임대차 보호 확대, 가맹점·대리점주 보호 강화, 대기업 진입 규제, 납품단가 현실화 등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전가되던 최저임금 상승에 대한 부담을 대기업과 나누도록 할 계획이다. 포화된 자영업 시장을 감안해 폐업한 소상공인을 임금근로자나 유망 분야 창업 쪽으로 유도하는 자영업 구조조정 내용도 대책에 포함됐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이번 대책은 최저임금 인상과 경제민주화를 분배 차원뿐만 아니라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전 교수는 “정부의 재정지원은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재정지원이 종료되기 전에 우리 경제구조가 재벌·대기업의 약탈적 구조에서 벗어나 얼마나 빨리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해 소득주도 성장의 여건을 만들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허승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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