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의 임대소득이 20조원이 넘지만, 이중 세금이 부과되는 소득은 10분의 1도 안되는 1조6000억원대에 그친다는 시민단체의 추정 분석이 나왔습니다.(
[단독] 다주택자 월세소득 연 20조…18조는 세금 한푼 안내) 주택임대소득은 집을 여러채 보유하고만 있다면 일하지 않고 얻게 되는 불로소득입니다. 다주택자 임대소득에 대해 제대로 과세하지 않는 것은 조세 형평성에 어긋나고, 고액 자산가에 대한 특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주택임대소득 과세에 대한 쟁점과 궁금증을 풀어봤습니다.
Q. 임대소득은 무엇을 말하나요? 월세를 뜻하는 것인가요?
A. 현재 우리나라에서 주택을 임대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전세, 월세, 보증금이 있는 월세입니다. 이중 월세와 전세·보증금은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월세는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집을 빌려준 대가로 한번 받으면 끝나는 말 그대로 소득인 반면, 전세나 보증금은 임대차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해 부채와 유사합니다. 그래서 2013년까지는 월세만 소득으로 인정했었죠. 하지만 현재는 고액의 전세금이나 보증금을 은행에 예치하는 등 자산으로 운용할 경우 이자소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과세당국은 전세·보증금도 소득의 성격이 있다고 간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전세·보증금을 은행에 넣었을 경우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자소득만큼을 간주임대료로 계산해 임대소득에 포함시키게 됐습니다.
Q.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은 어떻게 매기나요?
A. 모든 임대소득에 과세하는 것은 아닙니다. 공시가격 9억원 미만의 1개 주택만 소유한 사람의 임대소득은 과세 대상이 아닙니다. 2014년 개정된 현행 소득세법이 정한 임대소득 과세 원칙은 다주택자와 9억원 이상 고가 주택을 소유한 1주택자가 벌어들인 임대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임대소득은 앞서 설명한 대로 월세와 전세·보증금으로부터 나오는 간주임대료를 합한 소득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좀 더 복잡합니다. 간주임대료는 전세나 보증금의 총액이 3억원을 초과할 때, 그 초과분의 60%에 대해서만 예금 이자율을 적용해 간주임대료에 포함시킵니다. 기획재정부가 정한 기준 이자율은 현재 연 1.6%입니다. 이 경우 주택 4채를 보유해 5억씩 전세를 줘 전세금 총액이 20억원일 경우에도 간주임대료는 1년에 1632만원 수준입니다.
이렇게 산정된 임대소득이 연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하고, 2000만원 이하일 경우에는 14% 세율로 분리과세(종합과세 선택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는 개정 당시 2016년까지 유예를 했다가 지난해 한차례 더 유예해 2019년부터 시행됩니다. 분리과세를 할 경우 임대소득의 60%를 필요경비로 인정해 과세대상에서 공제하고, 400만원을 기본공제(기타소득 2000만원 이하일 경우)합니다. 2000만원 이하에 대한 과세가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1000만원까지의 임대소득은 필요경비로 600만원, 기본공제로 400만원이 공제돼 세금을 전혀 안내게 되고, 2000만원을 벌어도 1년에 부과되는 세금은 56만원에 불과합니다.
Q. 우리나라 주택임대소득의 규모는 얼마나 되고 그들이 내는 세금은 얼마나 되나요?
A. 우리나라 주택임대소득의 전체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공식 통계는 없습니다. 그래서 추정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번 참여연대의 ‘조세정의 실현을 위한 임대소득과세 개편방안’ 보고서는 전세나 보증금을 제외한 순수한 월세만 연간 24조7371억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여러 기관에 흩어져있는 데이터들을 모아서 추정을 한 것이죠. 통계청이 5년마다 한번씩 작성하는 인구총조사에는 월세 또는 보증금이 있는 월세에 사는 가구의 수가 주택유형별, 시·도별로 집계돼 있습니다. 이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월세 가구는 총 393만9955가구입니다. 또 한국감정원과 국토교통부의 주택실거래가 데이터는 주택유형별, 시·도별로 평균 월세가격이 나옵니다. 두 데이터를 조합하면 전국 월세가구가 지출하는 월세 규모를 추정할 수 있죠. 월세가구가 지출하는 월세는 곧 주택보유자에게는 소득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25조가 전부 다주택자들의 월세 소득인 것은 아닙니다. 이중에는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며 공기업 등에 월세를 내거나, 집을 한채 보유하고 자신은 다른 집에 세들어 사는 1주택자에게 월세를 내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죠. 전체 월세가구 중 이들을 제외한 가구 수는 328만3021가구입니다. 이들이 내는 월세가 곧 다주택자들이 거둬들이는 월세 소득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다주택자의 월세 소득은 총 20조6125억원이 됩니다.
다주택자들의 월세소득에 부과된 세금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그 이유는 현재 연 2000만원 이상의 임대소득에 대해서만 과세가 이뤄지는데 여기에는 종합과세돼 다른 소득과 합산돼 세율이 적용되기 탡문입니다. 다만 과세대상이 된 임대소득의 규모는 알 수 있습니다. 4만8000가구가 신고한 1조6209억원입니다. 전체 다주택자의 2.6%, 다주택자가 벌어들인 전체 월세 소득의 7.9%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대다수는 임대소득을 벌고도 이에 대해서는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다는 뜻인데, 그래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의 일반원칙(국민개세주의)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죠. 특히 임대소득은 일해서 번 돈이 아닌 자산을 소유하고 있어 발생한 불로소득이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됩니다.
참여연대는 다주택자가 세입자로부터 월세로 거둬들이는 임대소득 규모가 2015년 기준 연간 20조6125억원이라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중 임대소득 신고가 이뤄진 것은 1조6209억원에 그쳤다. 사진은 서울 신촌의 한 부동산. 연합뉴스
Q. 왜 이렇게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인가요?
A. 사실 최근 십여년간 다주택자의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는 강화되어 왔습니다. 2000년부터 주택 네채 이상을 보유하면 과세 대상이 됐는데, 2004년에는 3주택 이상으로, 2006년에는 2주택 이상으로, 2011년부터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에 대해서도 과세를 하게 됐고, 2014년에는 그간 비과세 대상이던 연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과세하도록 소득세법이 개정되는 등 꾸준히 과세 대상이 넓혀져 왔습니다. 그렇다고 원래는 주택임대소득에 과세를 안 했던 것은 아닙니다. 애초 주택임대소득은 사업소득으로 보고 종합과세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임대인들이 소득을 신고하지도 않았고, 과세당국도 전문 부동산임대업자가 아닌 이상에는 서민생활 보호차원에서 암묵적으로 세금 징수를 안 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암묵적으로 과세하지 않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어 1999년 소득세법을 개정해 제도적으로 비과세 대상을 법적으로 정한 것이죠.
꾸준히 임대소득 과세를 강화하려고 수차례 법개정을 했음에도 여전히 임대소득 과세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첫째는 과세범위가 지나치게 좁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다주택자나 9억원 이상 고가 주택을 소유한 사람도 연 2000만원 이하의 임대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이 매겨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해 분리과세가 시행된다 해도 필요경비 60%와 기본공제 400만원 등 공제 범위도 너무 넓어 실효세율은 매우 낮아집니다. 그래서 필요경비와 기본공제를 대폭 축소하고, 분리과세를 인정한 부분에 대해서도 종합과세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고가주택 9억원도 실거래가가 아닌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고가일수록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를 반영하지 못해 상당수의 고가주택 보유자의 임대소득은 과세대상에서 빠지게 됩니다. 더불어 보유세에도 구멍이 생기죠.(
고가주택 소유자가 부동산 보유세 덜 내는 까닭은? ·
[단독]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 0.28%…미국의 5분의 1 수준) 둘째는 현재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가 납세자의 자발적인 성실신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세당국은 다주택자 임대소득의 7.9%에만 세금을 부과한 이유에 대해 “과세대상이 그만큼 뿐이기 때문”이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 말을 믿지 못하고 있죠. 최근 몇년 동안 월세 등 임대료 가격은 치솟았고, 월세 가구의 비중도 2012년 50.5%에서 지난해 60.5%로 20%나 급증했는데도 주택임대소득 신고액은 2013년 1조6609억원에서 2015년 1조6209억원으로 오히려 줄었습니다. 국세청이 미신고된 임대소득에 대해 사후 추징한 세액은 13억원에 불과합니다. 제대로 과세되고 있다면 이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라는 거죠.
Q. 왜 종합과세로 통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나요?
A.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를 인정해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누진세 원칙을 피한 고소득층에 한정되기 때문입니다. 주택임대소득이 적다고 그 사람의 소득이 적은 것은 아닙니다. 연간 1억원씩 버는 사업자가 집을 두채 보유하고 1채는 100만원씩 월세를 줘 연간 1200만원의 부가수입을 올린다고 할 때, 종합과세를 하게 되면 이 임대소득에 대해서는 35%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그런데 현행 대로라면 소규모 임대업자란 이유로 14%의 단일세율이 적용돼 세금 절감 효과가 큽니다. 반대로 다른 소득 하나 없이 집 두채만 보유하고 한 채는 월세를 줘 1200만원으로 살아가는 은퇴자에게는 분리과세를 할 경우 14%의 세율이, 종합과세를 할 경우 6%의 세율이 적용돼 분리과세를 선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분리과세는 다른 소득과의 형평성에도 크게 위배됩니다. 연간 4600만원을 버는 자영업자가 임대소득으로 1200만원을 추가로 벌면 여기에는 14% 세율이 적용되고, 필요경비도 60%나 인정이 됩니다. 반면 똑같이 연간 4600만원을 버는 자영업자가 밤에 가게 문 닫고 대리운전을 해서 1200만원을 추가로 벌면 여기에는 종합과세가 돼 총 소득이 6800만원인 것으로 보고 24%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열심히 일한 사람 입장에서는 억울한 거죠.
Q. 신고하지 않는 임대소득에 대해서는 어떻게 과세할 수 있나요?
A. 우선 국세청은 현재 권한으로 열람할 수 있는 정보만으로도 대다수 임대소득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과세당국이 다주택자의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의지를 보이는 게 중요합니다. 국세청은 전·월세 계약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확정일자 신고 자료나 납세자들이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제출하는 임대료 증빙서류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자료들을 종합하면 개별 임대소득자의 임대소득을 상당히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임대차 계약에 대한 공식 자료가 전혀 제출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다주택자의 주택 보유현황을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에, 다주택자가 보유한 집이 서류상으로는 빈집이지만 실제 거주자가 있다면 이를 찾아내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한승희 국세청장이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다주택자의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이를 잘 알기 때문입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자료는 다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대부분이 비과세 대상이라 실효성이 없다. 개정 소득세법이 시행되는 2019년부터 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주택임대를 하려는 모든 다주택자들에게 임대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임대사업자 등록이 의무화돼 임대소득이 투명하게 신고된다면 국세청의 행정력 낭비도 예방할 수 있고, 공정한 과세 기반을 만드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전월세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제처럼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서민주거안정 정책을 추진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Q. 임대사업자 등록을 강제하면 다주택자들이 주택임대를 포기하거나, 세금을 내는 만큼 월세를 올리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을까요?
A.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지만, 학계는 물론 정부 관계부처 담당자들조차 그런 부작용은 제한적으로만 발생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세원 노출을 꺼려한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느니 주택임대를 아예 포기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 임대주택 공급량이 적어져 오히려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다수 전문가들은 이미 국세청이 다주택자의 세원을 파악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세원을 은폐할 수 있는 여지가 적은 데다, 세금을 걷는다 하더라도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을 끼고 주택을 구매한 상황에서 주택임대를 하는 것이 아예 임대소득을 포기하는 것보다는 실익이 크기 때문에 주택임대를 포기하는 다주택자는 적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과세분만큼 임대료가 상승하는 효과에 대해서도 시행 초기 일시적으로 발생할 수는 있지만 다른 보완책들과 정부의 지속적인 행정관리가 이어진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전월세상한제 등 서민주거안정책과 누진제가 적용되는 종합과세를 함께 시행하면 장기적으로는 임대료 상승을 오히려 억제할 수 있다고 봅니다.
Q. 그렇다면 왜 현재까지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건가요?
A. 통계청 조사 결과, 2015년 기준 다주택자는 188만명이나 됩니다.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상당한 수의 유권자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조세저항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 중 상당수가 조세정의나 서민주거안정보다는 임대소득자들의 논리에 손을 들어준 것이죠. 또 그동안 부동산으로 경기를 부양해온 탓에 임대주택에 대한 과세가 부동산 경기를 침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부동산 시장 호황의 주된 요인이 임대수익과 부동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수요에 있었던 탓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부동산 시장 과열이 지속되고 있어 오히려 투기수요를 잡는 쪽으로 정책이 추진되고 있고, 증세에 대한 우호적 여론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부자증세를 천명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맞아, 지금이 너무 느슨한 임대소득 과세체계를 개편할 적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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