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햇빛발전협동조합이 지난 2월22일 광주 광산구 진곡산단 그린카진흥원에 세운 ‘광주시민햇빛발전소 1호기’의 모습. 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원전 1호기가 지난달 18일 자정에 가동을 중단했다. 운영된 지 40년 만이다. 지난달 26일에는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일시 중단하고, 향후 어떻게 할지는 공론에 부쳐 결정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대안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기존의 국가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서 탈피하여 지역 중심의 공동체 에너지로의 전환하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에너지 생산 및 관리를 지역사회가 함께 하자는 것인데, 지역사회와 밀착되는 성격이 있는 사회적경제, 협동조합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살펴보았다.
탈원전 시대 신재생에너지에 주목하다
한국은 대표적인 원자력 발전 국가이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한국은 고리원전 1호기까지 포함해 25기의 원전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99), 프랑스(58), 일본(42), 중국(36), 러시아(35)에 이어 6번째로 원전이 많다. 깨끗하고 값싼 에너지로 홍보된 원전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관리의 위험성과 환경 위험으로 인해 실제 비용은 다른 발전원에 비해 훨씬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2년 <원전의 드러나지 않는 비용> 이란 보고서에서 미국 스리마일 섬(1979년), 옛 소련 체르노빌(1986년), 일본 후쿠시마(2011년) 원전 사고의 피해 규모가 한 기당 약 58조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또한 사용 후 핵연료 처분 비용과 폐로 비용 등도 원전의 드러나지 않은 비용에 속한다. 지난 3일 독일 정부는 4개 원자력 발전 업체가 총 235억 유로(약 30조7천억원)를 국가 핵폐기물 처리 기금에 납부하는 것을 조건으로 폐기물 저장 의무와 관련 비용을 면제해 주는 계약을 이들 업체와 체결했다. 얼핏 보면 큰 금액처럼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보다 최소 3배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었기에 에너지 기업들이 큰 이득을 본 계약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기술 수준이 높고 관리를 철저히 하더라도 사고가 자연재해 때문에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지진, 쓰나미 등 자연재해만이 아니라 최근에는 원전에 대한 사이버 테러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원전 사고는 피해 지역이 광범위하고 장기간에 걸쳐 후유증이 지속한다는 특징이 있다. 후쿠시마는 6년이 지난 지금도 8만명 이상이 삶의 터전을 잃고 피난민이 되었다. 사고 원자로에서 녹은 핵연료를 꺼내는 일은 언제 가능할지 요원하다. 지하수가 원전 내부로 흘러들면서 생성된 오염수 99만t이 별도로 보관되어 있다. 일본 정부는 방사능 제거 비용이 약 220조원에 이르리라 추정하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세계 각국은 원전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 이탈리아, 벨기에, 독일, 대만, 스위스, 스웨덴이 대표적인 탈원전 국가이다. 세계 2위 원자력 발전국인 프랑스도 지난달 주요 7개국(G7) 환경장관 회의에서 75%의 발전비중을 차지하는 원전을 2026년까지 50%로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배 이상 높이기로 했다. 한전경제연구원은 올해 1월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에서 발간한 <세계에너지전망 2016>을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204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재생 발전설비가 2014년 기준 31%인데, 2040년에는 46%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재생에너지가 신규 발전설비의 60%를 차지하고, 신규 신재생 용량은 3333기가와트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신재생 설비 용량변화 자료: 한전경제연구원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의 최대 장점은 청정에너지라는 것이다. 태양, 바람, 지열 등 자연에너지를 발전원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세계 각국의 새로운 목표에도 부합한다. 세계 각국은 2015년 12월 체결된 파리협약에 따라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해야 한다.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이 지난달 파리협약 탈퇴를 전격 선언했으나, 이달 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파리기후협정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탈원전과 세계적인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29일, 2030년까지 전력생산 비율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0% 달성을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현재 15기가와트 수준인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68기가와트까지 늘려야 한다. 해마다 신재생 설비를 3.7기가와트씩 추가 보급해야 하기에 ‘신재생 3020 이행계획’ 수립을 위한 민·관 합동 회의에서도 획기적 보급방안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정부는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늦어도 8월 말까지는 신재생 확대 이행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시민들의 참여로 만들어가는 공동체 에너지
신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에너지 체제를 바꾸는 것은 기술적인 변화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변화를 수반한다. 기존의 화력, 핵발전은 중앙집중 방식으로 생산되어 공급되었다. 땅끝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전국에 깔린 송배전망을 통해 서울까지 흘러간다. 이러한 전기 수송을 위해 밀양 765kV 송전탑 건설이 강행되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전기가 어떻게 생산되고 공급되는지도 모르는 가운데 오로지 고지서에 찍히는 전기요금에만 관심을 두었다.
반면, 재생가능에너지는 지역과 연계된 분산형 방식으로 보급될 가능성이 크다. 특정 발전단지에서 대규모 전력을 생산해 도시로 송전하는 형태가 아니라 소규모 전원을 전력 수요 인접 지역에 분산해 배치하는 형태로 운영이 가능하다. 새로운 방식의 전기 생산과 배송방식은 소비에도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컨설팅사 액센추어는 2014년 <새로운 에너지 소비자>란 소책자를 통해 기술의 발달과 사회의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소비자의 모습을 논의했다. 기존의 고정된 장소에서 전력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고, 정기적으로 요금만을 납부하는 요금 납부자에서 점차 프로슈머, 로밍소비자, 공동체 소비자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 소비자 진화 전망. 자료 : 액센추어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공동체 소비자의 등장은 전기와 관련한 새로운 논의의 장을 연다. <착한 전기는 가능하다>(하승수 지음, 2015)를 보면 재생에너지, 지역분산형 발전 체계에서는 국가, 전문가 중심의 에너지 수급계획이 아니라 지역 중심, 시민참여의 에너지 계획을 짤 수 있다고 한다. 큰 틀을 시민들이 정한 뒤 세부적인 것은 전문가의 작업으로 검증을 해나가는 방식이다.
이렇듯 지역공동체가 기획, 추진, 소유, 운영에 참여하는 방식을 ‘공동체 에너지(community energy)’라고 한다. 영국 에너지기후부가 2014년 발표한 <공동체 에너지 전략>에 따르면, 공동체가 참여할 수 있는 에너지 활동은 크게 네 가지로 △에너지 생산 △에너지 사용의 저감 △에너지 관리 △에너지 구매 등이다. 이러한 공동체 에너지 사업은 시민발전, 에너지 자립마을, 에너지 협동조합, 에너지 적정 기술운동,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
벨기에의 사회적경제 및 사회적기업 전문 연구기관인 EMES(European Research Network)의 추산에 의하면, 유럽 전역에 2013년 기준으로 1500~2000개의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이 존재한다. 특히 독일의 경우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이 2010년 270여개에서 2016년 말에는 831개로 크게 늘었다. 조합원 수만 16만 명이다. 현재까지 누적 1기가와트에 달하는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했고, 18억 유로(약 2조원) 규모의 투자를 끌어냈다. 이미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2009년 총회에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 경제를 위하여”라는 결의문을 채택하며 협동조합을 통한 재생에너지 확대를 다짐하기도 했다.
주민 중심의 에너지 자립,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
공동체 에너지는 비단 유럽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서울에는 2012년부터 생겨난 에너지자립마을이 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마을공동체 단위로 에너지절약·효율 향상·신재생에너지 등을 통해 에너지자립도를 높여가는 마을이다. 서울시가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의 하나로 조성한 에너지자립마을은 작년 55곳, 올해는 75곳, 내년에는 100개에 달할 예정이다. 이 사업에 참여한 성북구의 석관 두산아파트는 1998세대로 공용부분 에너지 절감 활동으로 지하주차장을 LED등으로 교체하였다. 이로 인해 1년에 1억5천만원의 절감 효과를 거두었다. 이렇게 절약한 경비로 아파트 경비원의 임금인상과 고용안정이 가능했다.
하지만 에너지 자립마을의 가장 큰 성과는 전기에 대한 관점의 변화이다. “가격으로만 인식하던 전기에 대해 우리가 직접 생산하고 관리하면서 전기에 숨겨진 사회적 비용을 깨닫는 과정”이라고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 김소영 대표는 말한다. 동작구 상도3동, 4동에 위치한 마을 성대골은 서울에서 가장 먼저 생겨난 에너지자립마을이다. 무엇보다 주민들 스스로 시작했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지켜보며 당시 어린이도서관장이었던 김소영 대표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얘기했다. 함께 원전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마을 도서관 벽면에 전기 절감량을 표시하고, 이동식 에너지카페를 만들어 태양광, 자가발전을 이용해서 음료, 솜사탕 등을 만들어 보는 체험도 에너지교육활동으로 진행중이다. 마을에 있는 5개 조직과 주민들이 마을닷살림 에너지 협동조합을 구성하고 에너지슈퍼마켓도 열었다. 여기서는 절전형 멀티탭, LED 전구,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소형 태양광발전기 등을 판매한다. 이처럼 15명 정도 소모임으로 시작했던 에너지 공부 모임은 7년이 지나 3000세대 이상이 에너지진단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에너지 활동들을 마을에서 펼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마을 주민들은 어느덧 에너지 전문가가 되었다. 물론 이들이 에너지 공학 기술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실제 태양광 발전을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하면서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고 어떻게 하면 더 쉽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몸으로 체득한 지식이 많다. 그렇다면 마을 주민들이 직접 연구에 참여해서 주민들에게 더 친화적인 태양광 발전 시설을 만들 수는 없을까?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총 250명이 작년 10월부터 올 1월까지 주민워크숍을 열어 의견을 나누었다. 그리고 49명이 최종 마을 연구자로 선출되어 6개월의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햇빛발전 설치와 관련한 어려움을 정리해보았다. 초기 설비 비용이 비싸다는 의견, 태풍에 날아가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초기 설치비용에 대한 부담은 동작신협이 1000만원의 목돈을 무이자로 내놓으면서 해결되었다. ‘우리집솔라론’이다. 동작신협이 설치비용을 선 지불하고 무이자로 계속 상환해가는 상품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협동조합의 지역사회 공헌이었다. 태풍에 날아갈까 하는 우려는 주민들이 직접 설치를 하되, 필요할 경우 집으로 들여놓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나왔다. 태양광 하면 건물과 일체로 되어 있고 외부의 전문가만 설치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주민들이 쉽고 간편하게 설치하고 필요할 경우 분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을 에너지 연구자들은 ‘도시지역 미니태양광 리빙랩’ 연구단을 구성하여 기업?연구소와 공동으로 시민참여형 태양광 사업 활성화 방안을 연구했다.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직접 시행(DIY) 방식의 시제품을 개발해갔다. 계절마다 각도를 조정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하니 6% 정도 효율이 올라갔다. 지난 7월 1일에는 이렇게 만든 미니태양광 DIY 시제품 출시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7월 1일 서울 동작구 성대골 에너지 자립마을에서 열린 미니태양광 DIY 시제품 워크숍 모습. 성대골 에너지 자립마을 제공
성대골 주민들은 이렇게 에너지를 멀리 떨어진, 나와 상관없는 무엇이 아닌 내 일상에서 친근하게 접할 수 있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바꿔가고 있다. 마을에서 실천을 하며 배워가는 ‘실행을 통한 학습’(Learn by doing)이다. 물론 에너지자립마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당장 외부의 전기를 공급받지 않고 자립할 수는 없다. 전기를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논의를 함께 해가고 지금 당장 해볼 수 있는 실천들을 모색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전환의 과정이다. 사실 처음의 이름 역시 에너지 전환마을이었다. 의식의 전환, 사회제도의 전환이 생겨야 지역 단위의 에너지자립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을 주민들이 다양한 활동과 체험이 바탕이 되어 탈원전 사회를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고 김 대표는 얘기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주민 단위 실천의 한계도 지적한다. “아직 태양광 발전은 외부 보조금 정책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에서 보조금 유인책을 쓰지만 해마다 바뀌어 주민들 간에도 혼선이 생긴다”는 것이다. 일관된 정책이 신뢰를 주고 주민들을 움직일 수 있는데, 아직 신재생에너지는 장기적인 정책을 그려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함께 만들어가는 전기, 햇빛발전 협동조합
생협과 종교단체에서도 신재생에너지를 위한 활동에 적극적이다. 바로 햇빛발전협동조합이다. 원불교 교단은 2013년 7월 둥근 햇빛발전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지난해에는 원불교 100년을 맞아 100개 교당에 햇빛발전소를 세웠다. 교당 전기로 사용하는 자가용 햇빛발전소를 제외하면 23개 햇빛발전소가 상업용으로 운영 중이다. 올해 2월에는 햇빛발전으로 만든 수익을 최대 200만원까지 조합원들과 햇빛교당에 전달했다. 한살림햇빛발전협동조합은 한살림에서 2012년 12월 설립했다. 안성, 대전, 횡성에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전력생산과 판매는 누리집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30여개의 햇빛발전협동조합이 설립되어 조합원들의 십시일반 출자로 공공기관 옥상 지붕과 주차장에 햇빛발전소를 지어 생산된 전기를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7월 6일 한살림 햇빛발전협동조합 안성물류센터 발전소 발전 현황. 자료: 한살림 햇빛발전협동조합 누리집
전국 햇빛발전협동조합 현황 * 표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햇빛발전협동조합이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가장 먼저 햇빛발전소를 설치할 터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가장 간편하게 발전설비를 설치할 수 있는 건물 옥상 확보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공공기관의 옥상도 구조안전진단, 일조권에 대한 민원 발생, 설비공사 때 발생하는 소음문제 등으로 해당 공공기관이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학생들의 협동조합 활동과 환경교육을 위해 올해 협동조합형 햇빛발전소 설치 공모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햇빛발전을 통해 만들어진 전기의 유통 문제이다. 생산한 전기를 바로 사용하는 방법 외에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두 가지 방식의 판매 방식이 있다. 한국전력에 ‘전력판매가격(SMP)’을 받고 파는 방법과, 햇빛발전설비를 통해 전기를 생산했다는 증명서인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한국수력원자력 등 18개 대형 발전사에 파는 방법이다. ‘전력판매가격’의 경우 국내외 에너지 수급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크다. 2013년 4월 162.8원까지 올랐으나 최근에는 70원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거래 역시 안정적이지 않다. 임야나 전답, 일반 부지보다 건물옥상을 이용하여 발전할 경우 발전량의 1.5배 만큼의 인증서를 받는다. 그러나 최저가 입찰제이고, 발전사의 인증서 수요와 신재생에너지 공급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기에 소형발전소는 판매가 불확실하다. 한살림 햇빛발전협동조합의 경우 예외적으로 2014년부터 12년 동안 같은 가격으로 인증서를 판매할 수 있는 계약을 맺은 상태이다.
더욱이 작년 6월 한전이 특수목적법인(SPC)인 ‘햇빛새싹발전소(주)’를 설립하여 전국 학교 옥상 태양광 발전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햇빛발전협동조합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한전과 6개 발전 자회사는 총 4천억원을 투자하여 올해까지 전국 2천개 학교 옥상에 총 200㎿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 예정이다. 서울, 경북 교육청 등이 업무협약을 맺어 추진 중이다. 한전이 대규모 자금과 안정적인 유통망을 바탕으로 햇빛발전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보다 쉽게 확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공동체 에너지 활성화 위해 발전차액지원제도 도입 검토되어야
그렇다면 햇빛발전 협동조합의 의미는 줄어드는 걸까? 서울햇빛발전협동조합 박승옥 이사장은 시민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운영하는 햇빛발전 협동조합 육성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시민이 에너지 생산자가 돼 피부로 느껴야만 에너지에 대한 관점이 바뀔 수 있다”며 햇빛발전 협동조합이 갖는 시민들에 대한 교육적 효과를 강조한다. 에너지 생산과 관리에 대해 공동으로 의사결정을 함으로써 국가 중심의 에너지 체계에서 지역 중심, 시민참여의 에너지 체계로의 변화를 훈련할 수 있다. 탈원전 정책이 단순히 발전의 방식을 바꾸는 게 아니라 에너지를 둘러싼 전 사회적인 인식과 제도의 변화를 뜻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시민들의 참여와 훈련은 더욱 중요하다.
이를 위해 2002년 도입되었다가 2011년 재정 부담을 이유로 폐지된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부활하자는 의견이 많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후보가 이를 약속했다. 발전차액지원제도는 발전원가가 비싼 신재생에너지의 원가를 보전하기 위해,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의 기준 가격을 정하고 실제 거래 가격과의 차액을 보전해주는 제도이다. 정부는 기존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공급의무화제도(RPS)를 도입하여 발전회사에 의무량을 부과한 뒤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을 결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공급의무화제도는 앞서 살펴봤듯이 다시금 대형발전 위주의 정책이 될 수 있다. 아직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활발하지 않은 현실을 고려하고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소규모 발전을 활성화하는 측면에서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재도입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경제학자들이 자주 인용하는 격언이다. 값싸게만 보이는 원전은 사실 위험비용과 핵폐기물 등 미래에 지불해야 할 비용이 숨겨져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지불해야 할 비용이 많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멀리 내다보면 한층 효율적인 방법이다. 에너지는 이처럼 미래세대의 생존을 담보로 지금 세대가 편의를 누리는 영역이다. 전기요금고지서에 드러나지 않았던 사회적 비용을 함께 살펴보며 에너지 전환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주수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jusu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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