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는 12일 집주인이 세입자로부터 월세로 거둬들이는 임대소득 규모가 2015년 기준 연간 24조7371억원이라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중 임대소득 신고가 이뤄진 것은 1조6209억원에 그쳤다. 사진은 서울 신촌의 한 부동산. 연합뉴스
12일 <한겨레>가 확보한 참여연대의 ‘조세정의 실현을 위한 임대소득 과세 개편방안’ 보고서는 그동안 정부가 실태를 파악하지 않아온 주택 임대시장의 전체 월세소득 규모(2015년 기준 24조7371억원)를 처음으로 추정 분석했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 과세당국에 임대소득을 신고한 다주택자의 비율이 2.58%에 불과한데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른 임대소득 과세 역시 조세 공정성에 어긋나는 만큼 관련 세제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H4s실태 깜깜이 임대소득♣?] 우리나라는 국민 절반 가까이가 임대주택에 거주하지만 정부가 적극적인 실태 파악에 나서거나 임대소득 신고를 의무화하지는 않아왔다. 세원 노출을 우려한 다주택자들이 아예 임대를 포기해 임대주택 공급량이 줄어들면 오히려 서민들의 주거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주택 임대시장은 사실상 지하경제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등록하지 않더라도 임대소득 규모에 따라 세금을 내는 것이 원칙이지만 과세 대상자의 자발적 성실 신고에만 의존해온 것이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세무학)는 “국세청이 행정력만 발휘하면 임대소득 세원 파악은 현재 인프라로도 충분히 가능한데다, 임대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더라도 임대를 주는 것이 더 이익이기 때문에 주택공급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는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쪽은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면 임대소득자를 파악하고 임대소득 과세 기반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번 보고서는 통계청의 인구총조사를 통해 파악한 지역별·유형별 월세 임차가구 규모와 한국감정원의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 국토교통부의 주택 실거래가 조사에서 수집된 각 시·도의 유형별 평균 월세가격 등을 바탕으로 분석됐다. 이를 토대로 전체 월세가구(393만9955가구)가 지출하는 월세를 집계해, 24조7371억원이라는 임대소득 규모를 추산했다. 또 공공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48만7606가구와 자가점유 중이 아닌 1주택자(자신의 집은 임대를 주고 자신은 타인의 집을 임차하는 경우) 16만9328가구를 제외한 328만3021가구에서 지출되는 월세 20조6125억원을 다주택자의 임대소득으로 파악했다.
■ ♣?H4s고소득층에 유리한 임대소득 과세♣?] 현행 소득세법은 다주택자 또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1주택자의 연 2천만원 이상 임대소득에 대해 종합과세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연 2천만원 이하의 경우 분리과세(세율 14%)하거나 종합과세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앞서 2014년 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적용할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2년 더 유예하기로 한 바 있다.
보고서는 개정 소득세법에 따르면 다주택자의 모든 임대소득에 대해 투명하게 과세하더라도, 총 세액이 연 5286억원으로 실효세율은 2.5%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봤다. 보고서는 “자료상 한계로 14% 단일세율 분리과세를 적용했고, 9억원 이상 1주택자의 임대소득과 보증금은 고려하지 않아 과소 추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대소득에 대한 세액이 과소 추산됐을 가능성을 고려하더라도 2015년 종합소득세 실효세율이 14.5%인 것에 견주면 임대소득에 대한 세부담 수준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분리과세를 인정하는데다 60%의 필요경비와 기본공제 400만원 등 공제 범위가 넓은 탓이다. 연 2천만원의 임대소득을 번 다주택자는 필요경비 60%(1200만원)와 기본공제(400만원)를 뺀 400만원에 대해서만 14%의 세율을 적용해 56만원의 세부담을 지게 되고 임대료 1천만원을 번 다주택자는 아예 세금을 안 내도 된다.
정부는 애초 2014년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기본공제 없이 필요경비를 45%만 인정해줄 방침이었다. 참여연대는 애초 정부안대로 할 경우 세액은 1조5872억원이 되며, 필요경비를 30%로 낮출 경우(참여연대 요구안)엔 2조200억원으로 세액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임대소득이 불로소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필요경비를 60%까지 인정하는 것은 다른 조세와의 형평에 맞지 않고, 기본공제 400만원 역시 다주택자에 대한 특혜”라고 지적했다.
분리과세 인정도 고소득층에게 유리한 구조인 만큼 종합과세로 일원화하자는 견해도 나온다. 김유찬 교수는 “고소득층은 주택 임대소득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업소득이나 근로소득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분리과세를 할 경우 세부담 경감 효과가 큰 반면, 다른 소득 없이 임대소득에 의존하는 생계형 임대사업자들은 오히려 종합과세를 해야 세부담이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임대소득 과세 강화가 세입자 임대료 상승으로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센터 연구위원은 “시행 초기 부작용이 일부 나타날 수는 있지만 적절한 행정관리가 이뤄진다면 장기적으로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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