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는 12일 집주인이 세입자로부터 월세로 거둬들이는 임대소득 규모가 2015년 기준 연간 24조7371억원이라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중 임대소득 신고가 이뤄진 것은 1조6209억원에 그쳤다. 사진은 서울 신촌의 한 부동산. 연합뉴스
다주택 보유자가 월세로 거둬들이는 임대소득 규모가 연간 20조6125억원에 이른다는 분석 결과가 처음 나왔다. 이 가운데 세금이 부과된 임대소득은 1조6천억원대에 불과해, 92% 이상의 임대소득에는 세금이 매겨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주택자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12일 <한겨레>가 단독으로 확보한 참여연대의 ‘조세정의 실현을 위한 임대소득과세 개편방안’ 보고서를 보면, 2015년 기준으로 394만 월세 가구가 집주인에게 매달 내는 월세는 2조614억원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연간 기준으로 보면 24조7371억원(보증금 제외 추정치)에 이르며, 이 가운데 집을 두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의 임대소득 규모는 20조612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지난해 국내 의약품산업(21조7256억원)이나 편의점 시장(20조4천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우리나라는 전체 가구의 절반에 가까운 43.2%(2016년 기준)가 월세나 전세를 주고 집을 빌려 사는 임차 가구지만, 그동안 정부는 임대소득에 대한 전체 현황조차 파악한 적이 없었다. 참여연대는 한국감정원의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와 통계청 인구총조사, 국토교통부 주택실거래가 자료 등을 바탕으로 임대시장(월세) 규모를 추정 분석했다고 밝혔다.
최근 한승희 국세청장 인사청문회에선 임대소득 과세 대상인 다주택 보유자 187만명 중 임대소득을 신고한 사람은 4만8000명으로 전체의 2.58%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들이 2015년 신고한 임대소득 총액은 1조6209억원으로, 참여연대가 추산한 다주택자 임대소득의 7.9% 수준이다.
이처럼 임대소득 과세 대상인 다주택 보유자 가운데 임대소득 신고자가 미미한 수준일뿐 아니라, 현행 소득세법대로 투명하게 과세가 이루어지더라도 세부담이 지나치게 낮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보고서는 2019년부터 시행될 개정 소득세법 기준에 따라 다주택자의 임대소득 과세가 이뤄질 경우, 부과되는 세액은 총 5268억원이 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보고서는 개별 임대소득자의 소득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전부 14% 단일세율(필요경비 60% 인정, 400만원 기본공제)로 분리과세하는 것을 가정해서 분석했다. 원래 연간 2000만원 이상 임대소득에 대해서는 종합과세를 하도록 돼 있다.
참여연대는 보고서를 통해 “불로소득인 주택임대소득에 대해서는 더 엄정하게 과세해야 함에도 정부가 사실상 방치해왔다”며 “국세청에는 다주택자들의 임대소득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음에도 정부가 행정력을 발휘하지 않아, 다주택 고액자산가들에게 사실상 특혜를 제공해온 셈”이라고 지적했다.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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