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달 29일 문재인 정부의 조세·재정개혁 과제로 ’부자증세’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사진은 박광온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대변인이 지난달 27일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다음달 초 문재인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이 나올 예정인 가운데, 문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부자 증세’ 방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과 각종 비과세·감면 축소 등 다각도로 부자 증세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부가 법인세와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이른바 3대 세목의 명목세율을 올리지는 않을 방침이어서, 증세 방안은 제한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먼저 부자 증세를 실현하는 방안으로, 소득세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구간을 ‘과세표준 3억원 초과’로 낮추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해 세법개정안을 통해, 과세표준 5억원 구간을 신설하고 소득세 최고세율을 기존 38%에서 40%로 높인 바 있다. 이로 인한 세수 확충 규모는 연간 6천억원 정도였다. 이번에는 40%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표구간을 낮추는 방안을 통해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과표구간 조정을 통해 부자 증세의 우회로를 마련하는 셈이다.
앞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로선 소득세·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못박은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2년 연속으로 소득세 최고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과표구간 조정을) 현실적인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자 증세 방안에는 상속·증여세 공제율 조정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최영록 기재부 세제실장은 지난달 26일 브리핑에서 “상속·증여세는 (명목) 세율보다 일감 몰아주기 등에 과세를 강화하고, 신고세액공제의 적정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기재부는 상속·증여세의 신고세액공제를 축소하는 방안을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상속 6개월, 증여 3개월 이내에 자진 신고할 경우 결정세액의 7%를 공제해주고 있는데, 이를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한다는 것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에서 신고세액공제를 현행 7%에서 3%로 낮춰 상속·증여세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정부는 이밖에도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하향, 임대소득 과세 강화 등 부자 증세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급격한 과세 강화에 따른 반발 여론을 부를 수도 있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또 재벌·대기업에 집중된 법인세 비과세 감면도 손질해, 법인세 실효세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기재부는 이같은 세법개정안의 윤곽이 나오는대로, 이르면 이번주 중 문재인 대통령에 관련 내용을 보고할 예정이다.
올해 세법개정안에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고용친화적 세제개편 방안도 함께 담긴다. 정부는 올해 일몰 예정인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와 청년고용증대세제를 연장하고, 고용에 따른 세제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또 월세 세액공제율과 근로장려세제 확대 등 저소득층을 위한 조세지원 방안도 포함된다. 현재 국민주택 규모 이하 주택에 월세로 살고 있는 무주택자들은 연간 월세의 10%에 해당하는 세금을 공제받고 있는데, 월세 세액공제율을 12%로 높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 저소득층에 최대 230만원까지 지원되는 근로장려세제(EITC)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연간 총소득 및 자산 기준 완화 등 근로장려세제 지원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전해졌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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