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왼쪽부터)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세 사람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첫 경제현안 간담회를 했다. 기획재정부 제공
“과거에는 서별관 회의가 있었는데, 부총리가 경제정책의 중심이라는 것을 국민들께 알려드리기 위해 부총리 집무실로 왔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21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함께 경제현안 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이렇게 밝혔다. 밀실 논의라는 지적을 받아온 ‘서별관 회의’ 대신 공개적으로 대화하고 토론하는 간담회를 수시로 열겠다는 뜻이다. 이런 취지를 담아, 이날 간담회는 청와대가 아닌 정부서울청사 10층에 자리한 김 부총리의 서울 집무실에서 열렸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경제팀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정부는 청와대 서쪽 별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과 부총리, 금융위원장 등이 참여하는 비공식 회의(서별관 회의)를 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기업 구조조정 등 주요 경제현안을 논의하곤 했다. 하지만 2015년 10월 서별관 회의에서 대우조선에 유동성 지원을 결정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새 정부는 주요 경제현안이 있을 때마다 관계부처와 기관이 형식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참여하는 간담회를 운영할 계획이다. 김 부총리는 이날 간담회에 앞서 “앞으로 내각 구성이 되면 경제팀의 장관님들을 모시고 격의 없는 대화와 토론의 자리를 자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동연 부총리는 “고용 불안과 분배 악화 등으로 민생경제의 어려움이 심화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경제팀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장하성 실장도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소득불평등과 양극화의 문제를 해결하는 경제민주주의의 큰 틀을 대통령이 제시했다”며 “경제 주체들의 양보와 타협, 그리고 연대와 배려를 통해 경제정책을 펼쳐가겠다”고 말했다. 김상조 위원장은 “공정위의 기업정책은 거시 및 산업 정책과 조화를 이루면서 진행될 것이다. 공정위도 정부부처의 일원으로 충실히 협의하고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장 실장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한달이 지났는데 부총리 중심으로 경제현안을 잘 챙겨가고 있다”며 “경제 정책의 비전과 거시 정책은 당연히 부총리가 이끌어갈 것이고, 청와대는 어떻게 (김 부총리를) 도와드리느냐가 과제”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경제팀이 원팀으로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관가 안팎에선 청와대 정책실장 자리가 부활하고 정치인·시민단체 출신 장관들이 잇따라 입각하면서, 관료 출신인 김 부총리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있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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