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일자리 추경·소득 분배·양극화 해소와 관련한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4일 소득격차와 실업률 등의 지표가 재난 수준이라고 진단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힘에 따라, 향후 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하성 실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일자리와 관련한 장기적·구조적 접근을 통해 소득분배 악화의 근본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 침체의 여파가 저소득층에 큰 타격을 주면서 소득불평등도가 악화된 점에 주목하며, 근원적으로 구조를 바꿔나가지 않고 문제를 방치할 경우 한국 사회의 양극화 문제가 더 심화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소득하위 20% 계층의 월평균 소득(명목 기준)은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5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바 있다. 저소득층의 근로소득 감소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복지제도 확충 등으로 인해 최근 몇년새 개선세를 보여온 소득분배 지표도 다시 악화됐다.
특히 장 실장은 대-중소기업 간,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격차가 줄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가 발생한 데는 도소매·음식·숙박업 등 임시직 근로자 감소와 조선 제조업분야 협력업체부터 인력감축이 지속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 또다른 측면에서는 대-중소기업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가 줄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가 시급히 개선해나가야 할 정책 과제로 이런 격차 해소를 꼽은 것이다.
이날 장 실장의 발언은 그의 저서 <한국자본주의> <왜 분노해야 하는가> 등을 통해 ‘한국 경제가 분배에 실패해 불평등이 심화됐다’고 강조한 내용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그는 경제적 불평등이 ‘가진 것’(재산) 혹은 ‘버는 것’(소득)의 격차에서 비롯되는데, 국민 대부분의 경제적 고통은 소득 불평등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가계소득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항목이 임금인데,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고용 형태에 따른 임금격차로 인해 극심한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그는 중소기업 노동자가 1980년 전체 노동자의 53%였으며 평균임금은 대기업 대비 97%였지만, 2014년에는 전체 노동자의 비중은 81%로 늘었지만 임금 격차가 60%로 커졌다는 데 주목해왔다. 결국 국민 다수가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중소기업에서 일해 소득 불평등이 가속적으로 악화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장 실장은 근본적 해결책으로 분배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는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격차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임금격차 이면에 자리잡은 대-중소기업 격차를 줄이고 시장 공정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양극화를 해소하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득분배 악화 문제를) 오랫동안 들여다본 사람으로 누구보다 잘 알고 앞으로 정부도 이 문제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그의 저서를 통해 향후 분배 개선 정책을 가늠해보면, 원-하청기업 간 격차 축소 방안 등이 핵심적으로 담길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원청기업)이 중소기업(하청기업)에 일감을 맡기며 하도급 계약을 맺을 때 임금 인상분을 따로 만들어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하도급 대금을 지급할 때 추가로 더 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하도급 납품단가에 원자재값 인상만 반영하던 것을 바꿔 향후 최저임금 인상 등 급여 인상분도 반영할 계획을 밝힌 것과 맥을 같이한다.
앞서 박근혜 정부도 ‘기업소득환류세제(내부유보세)’를 도입했지만 임금 인상보다 투자 촉진이 강조돼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대신 장 실장은 기업의 역할에 대해 투자,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분배를 강조한다. 이런 맥락에서 대기업 임금 인상의 일정 부분을 하청기업 임금 인상을 위한 추가 공급 대금으로 지급할 것을 제안하는가 하면, 고임금을 받는 대기업 노동자들이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자발적 참여를 강조해온 것이다.
이와 함께 장 실장은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격차 완화도 주요한 해법으로 제시해왔다. 고용형태에 따른 노동자 간 격차 해소를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적용하는 한편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업무의 경우에는 일정 기간 이후에는 반드시 정규직 채용을 규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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