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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높아지는 무역장벽…도전받는 수출보조금 정책

등록 2017-05-21 17:22수정 2017-05-22 09:26

[정책통 블로그] 미 상무부 철강 상계관세 판정문 들여다보니

산업용전기료·조세특례제한법 등 무려 34가지 문제삼아
미·일·유럽, 산업은행 대우조선 지원도 계속 쟁점화 시비걸어
또다시 ‘사다리 걷어차기’, 신보호주의 파고 새 도전
“치밀한 대비해야, 수출·산업정책 먼저 바꿀 건 아냐”
* 그래픽을 누르면 확대됩니다.
“미국은 근대 보호무역주의의 아버지이자 철옹성이었다.”

장하준 교수(케임브리지대)는 2002년에 펴낸 책 <사다리 걷어차기>에서 “자본주의 정사에는 미국을 자유무역의 발상지로 기록하고 있으나, 역사적으로 미국은 자국 산업을 위한 보호관세 도입과 수출 보조금 지원이라는 ‘사다리’에 올라타 선진국이 된 나라”라고 설파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전후로 미국은 자국 제조업 보호를 위해 맹렬한 기세로 또 다시 ‘사다리 걷어차기’에 나서고 있다. 한국·중국·인도 등 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수출산업·기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에 잇따라 시비를 걸며 상계관세 폭탄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2015년 이후 조사를 개시한 상계관세는 중국 12건, 인도 6건, 한국 4건 등 총 38건에 이른다. 자신들이 밟고 올라갔던 그 사다리를 후발 경쟁국에 대해서는 ‘사용 금지된 것이니 치우라’고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신보호무역 파고 앞에, 산업·통상정책상의 각종 보조금이 새 정부가 지혜롭게 대응하며 풀어가야 할 새 도전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 34가지 보조금 문제삼아 지난 3월 말 미국 상무부는 포스코가 미국시장에 수출해온 ‘탄소합금후판’ 상계관세 4.31%를 부과하는 최종판정을 내렸다. 이 후판은 주로 냉장고·세탁기 외판에 사용되는 철강제품이다. 포스코를 포함한 8개국(일본·대만·독일·프랑스 등)의 제품에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부과했는데, 상계관세는 유독 한국만 부과당했다. 우리나라의 각종 보조금이 타깃으로 등장한 셈이다. 상계관세는 수출국 정부·공공기관이 수출상품을 생산하는 산업·기업에 지급하는 보조금으로 자국 산업이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되면, 총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보조금 비율 만큼의 액수에 대해 관세를 추가로 물리는 제도다.

미국이 상계관세를 물릴 때 문제 삼는 산업정책상 보조금이 어떤 것들인지 지금까지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한겨레>가 상무부의 최종판정문을 입수해 살펴보니 무려 34가지에 이르는 온갖 보조금이 제재 대상 목록에 올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용 전기료 할인, 조세특례제한법상의 세금 감면, 수출입은행의 수출금융 지원, 수출품 관세환급과 관련된 산업은행의 단기대출 이자할인, 광물자원공사·석유공사의 장기대출 등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이다. 에너지효율 향상 지원제도, 산업기술혁신촉진법상의 연구개발 교부금, 근로자복지 지원, 제3자 물류에 대한 세제 지원, 공공토지 저가 사용 혜택도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미국 철강업계 제소자들이 로펌 등을 통해 한국 보조금 정보를 총망라해 수집·제출하면 미국 상무부가 포스코와 관련 기관에 사실확인 조사를 거쳐 상계관세 마진율을 산정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상계관세를 부과할 때 주로 검토하는 정부 보조금은 총 48가지에 이른다.

■ 철강업계 보조금 ‘관세폭탄’ 34가지 보조금 항목에 걸쳐 시비를 걸었지만 실제로 이번 상계관세 계산에 사용된 건 세가지다. △포스코 용광로 정비를 맡고 있는 포스코켐텍의 포항 영일만 항만부지 사용과 관련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상계관세율 1.64%) △철강 제련을 담당하는 포스코엠텍이 국가로부터 받은 소득세 환급분(1.05%) △포스코 무역파트너로 수출대행을 맡은 현대상사가 해외 자원개발 투자에서 받은 배당금에 대한 법인세 세액공제(1.05%) 등이다. 포스코뿐 아니라 자회사와 종합상사까지 제품 생산·수출의 전 과정에 개입한 모든 한국 업체가 받은 국가 보조금을 문제삼은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포스코가 ‘현대상사는 계열사도 아니므로 계산에서 빼달라’고 항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나머지 다른 항목은 개별 보조금액이 미국시장 후판 총매출액의 1% 미만이라서 이른바 ‘미소마진’(허용되는 최소치)으로 분류돼 실제 계산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보조금에 대한 공세는 철강 제품이 주타깃이 되고 있다. 2015년 도금철강·열연강판·냉연강판에 3건의 상계관세를 부과할 때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동부제철·유니온스틸 등이 1.19~59.72%의 ‘폭탄’을 맞았다. 상계관세는 미 의회의 동의 없이 조사·부과할 수 있어서 미국 경쟁업체들이 일단 제소하고 보는 등 ‘남용’ 지적이 나온다.

■ 국책은행 조선업 지원도 시비 일본과 유럽연합(EU)은 우리나라 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국책은행을 통한 우회 지원을 문제삼고 있다. 일본과 유럽연합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지원을 “불공정 정부 보조금”이라며 2015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잇따라 항의하고 있는 중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도 미국이 국가 보조금을 주요 이슈로 테이블에 제기할 공산이 크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우조선 지원 등을 불공정 무역행위로 간주해 상계관세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향후 우리 정부의 산업정책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3년에는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과 관련해 미국·일본·유럽연합이 디램반도체에 상계관세를 부과한 적도 있다. 무역보험공사 관계자는 “하이닉스 상계관세 부과 당시 수출입은행과 우리가 미국 통상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며 “애초 우리가 수출보험공사로 출발했는데, 그 이후 수출만 지원하는 기관이 아니라 수입금융도 한다는 것을 내세워 2010년부터 ‘무역보험공사’로 이름을 바꿨다”고 말했다.

수출보조금 산업정책 바꿔야? 다른 나라도 우리처럼 특정 수출 산업·제품에 대한 재정적 보조정책을 펴고 있다. 세계무역기구 보조금협정은 수출 촉진을 위한 직·간접적 재정기여 보조금을 ‘공정 시장경쟁 원칙’ 위반으로 규제하면서 공공목적(연구·지역개발, 환경보호)의 보조금은 허용한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통상부문 고위관계자는 “각종 수출촉진 보조금 항목들마다 다자간 규범에서 허용될 수 있는지 면밀하게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며 “허용되지 않을 수 있는 직접적 보조금은 정부가 아닌 민간기관들이 중간 단계에 개입해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지원도 국책은행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시중은행을 통한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또 “특정 항목이 부당 보조금으로 간주돼 상계관세에 한번 포함되고나면 이후에 이를 뒤집기 어려운 만큼 우리가 통상전문 로펌 등을 활용해 상계관세 조사 초기에 신속하고 정교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제상업회의소의 국제중재법원 부원장을 맡고 있는 김갑유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미국이 세계무역기구 등 다자무역 틀에서는 자기 마음대로 못하게 되자 한국 수출보조금에 자꾸 시비를 걸어 통상압력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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