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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재벌들, 갑질 잡는 ‘범정부 을지로위원회’ 경계 1순위 꼽아

등록 2017-05-15 17:17수정 2017-05-15 20:40

대기업 설문조사 ‘우려 공약’ 분석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문재인 정부의 경제민주화 공약 가운데 재벌들은 ‘범정부 차원의 을지로위원회’ 출범을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상법 개정을 통한 소액주주권 강화’와 같은 기업지배구조 개선 공약과 ‘법인세 최저한세율 상향 조정’ 등에 대해서도 우려를 드러냈다.

<한겨레>가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관련 12개 공약에 대한 재벌들의 생각을 물었다. 재벌들은 주력 업종에 따라 이해관계가 제각각이었지만, 우선 순위로 5개를 꼽았고 일부는 5개를 채우지 않았다.

* 표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16곳중 6곳서 ‘막강 을지로’ 우려 첫손
검·경·국세청·공정위·감사원 등 망라
“명확한 원칙없으면 반기업 민원창구”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 상법 개정엔
“경영권 방어장치 보완…속도조절”
법인세 감면 축소엔 “기업활동 위축”

전문가 “현행법 준수 유도가 바람직
상법 개정 통해 경영 투명성 높여야”

‘대기업 입장에서 가장 우려가 되는 공약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재벌 16곳 가운데 가장 많은 6곳이 첫번째로 ‘검찰·경찰·국세청·공정위·감사원 등 범정부 차원의 을지로위원회 구성’을 꼽았다. 더불어민주당이 19대 국회 때 만든 ‘을지로위원회’는 남양유업과 롯데 세븐일레븐 등 유통업계의 불공정거래, 삼성전자서비스 등의 간접고용 문제 등을 개선하기 위해 활동했다. 새 정부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신설해 강력한 행정력을 동원한다는 구상이다. 4대 그룹 가운데 한 곳은 “명확한 원칙이 없을 경우 을지로위원회는 반기업 주장의 민원 창구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다른 한 그룹은 “헌법과 사법체계를 흔드는 초법적 발상”이라고 주장해, 앞으로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보여줬다.

다음으로는 ‘법인세 최저한세율(각종 조세감면을 받더라도 납부해야 하는 최소한의 세금) 상향, 비과세·감면 축소’로 4곳이 가장 우려되는 공약으로 꼽았다. 이어 2곳이 ‘상법 개정안을 통한 전자투표제·서면투표제·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 선출’이라고 답했다. 10대 재벌 가운데 한 곳은 “법인세 인상, 그리고 규제와 관리감독 강화로 기업 활동과 고용·투자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조세정의 실현 차원에서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과세표준 1000억원 초과 기업의 경우 17%에서 19%로 상향 조정하고, 법인세 최고세율도 원상복귀(과표 500억원 초과 기업 법인세율 22% → 25% 인상) 하겠다고 약속했다. 재벌들은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하면서 세금절감 효과를 톡톡히 누려왔다. 새 정부는 대기업의 실효세율이 연구개발 세액공제 등으로 많은 감면을 받고 있어 이를 정비할 것을 약속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연구개발 세액공제를 비롯해 재벌에 대한 세금 감면이 주먹구구식이어서 이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민주화 공약 가운데 ‘범정부 차원의 을지로위원회’ 출범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2015년 10월30일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국회에서 을지로위원회 중재로 대기업과의 갈등을 조정한 뒤 입당을 결정한 중소기업인들한테서 입당원서를 받고 있는 모습.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대기업들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민주화 공약 가운데 ‘범정부 차원의 을지로위원회’ 출범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2015년 10월30일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국회에서 을지로위원회 중재로 대기업과의 갈등을 조정한 뒤 입당을 결정한 중소기업인들한테서 입당원서를 받고 있는 모습.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또 전자투표제·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 상법 개정도 재벌들에게는 민감한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기업들은 해마다 정기주주총회를 한날한시에 열고 사외이사가 ‘거수기’ 노릇을 해 총수 일가의 전횡을 견제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상법 개정은 이를 막는 최소한의 수단이다. 4대 그룹 가운데 한 곳은 “상법 개정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할 수 있어 경영권 방어장치에 대한 검토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10대 그룹 가운데 한 곳은 “시장경제의 메커니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기업의 경쟁력을 완화시키거나, 기업 활동의 의지를 저하시킬 수 있는 정책은 신중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속도 조절’을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도 이번 조사에서 “기업 경영의 자율성 약화와 소송 리스크 가중”을 들어 가장 우려하는 공약으로 ‘상법 개정’을 꼽았다.

이밖에 많은 재벌들이 우려하는 공약(1~5순위 내 응답 합계)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국 부활 등 조사역량 강화’(10곳이 응답)와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요건 강화’(9곳), ‘집단소송제 전면 도입’(8곳) 등이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새 정부가 재벌개혁에서 먼저 할 일은 상법 개정 등을 통해 기업지배구조와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새 정부가 을지로위원회 등을 통해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 현실에 바탕한 정책을 펴면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재계 인사는 “을지로위원회나 공정위 조사국 부활 등 정부가 행정감독권을 강화하는 것은 반대하지 않지만 새 규제를 만들거나 권위주의 정부처럼 소통 없이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에스케이(SK), 엘지(LG), 롯데, 한화, 한진, 지에스(GS), 엘에스(LS), 금호, 효성, 두산, 신세계, 씨제이(CJ), 현대백화점, 아모레퍼시픽 등 16곳이 참여했다.

이완 기자, 산업팀 종합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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