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격차가 커지면서 소득상위 1% 계층이 국민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9%에서 2015년엔 14.2%로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났다. 불평등은 한 세대에서 끝나지 않는다. 부모의 능력에 따라 자식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금수저·흙수저’ 계급론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 박혀 있는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무엇을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까? <한겨레>가 창간 29돌을 맞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함께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2~13일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 사회 불평등과 격차 해소를 위해 새 정부가 주력해야 할 과제로 ‘정규직·비정규직 등 노동시장 불평등 해결’이 26.6%로 가장 높았다. 4년여 전인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와 견주면 노동시장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상당히 커졌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한겨레> 여론조사를 보면, 격차사회 해소를 위해 정부가 주력해야 할 과제를 묻는 질문에 ‘공정한 과세를 통한 부의 세습 방지’가 20.6%로 가장 많았고, 복지 확충을 통한 소득간 불평등 완화(20.1%)가 뒤를 이었다. 노동시장 불평등 해소(13.8%)는 조세와 복지정책에 밀렸다.
이번 정부에서 노동시장 불평등 해소 요구가 거세진 것은 그만큼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해서다. 전체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8월 기준으로 2014년 32.4%에서 2015년 32.5%, 지난해 32.8%로 최근 들어 계속 늘어났다. 노동계 기준으로는 44.5%나 된다. 비정규직은 고용이 불안한데다 임금은 정규직의 54% 수준이고 4대 보험, 상여금 등에서 극심한 차별을 받고 있다. 새 정부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취임 뒤 첫 외부 일정으로 비정규직이 많은 인천공항공사를 찾아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했다.
‘젊은 세대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세대간 대타협 추진’(16.4%) 의견도 눈에 띈다. 노동시장 불평등 해소 다음으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 청년 문제를 시급히 풀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28.6%), 20대 남성(21.1%)에서 응답률이 높았다. 재벌 대기업 규제를 통한 공정경쟁(13.6%), 공정한 과세를 통한 부의 세습 방지(13.4%), 복지 확충을 통한 소득간 불평등 완화(12.8%), 수도권과 지방 간 균형발전(8.3%), 교육 문제 해결(5.7%) 등도 불평등 해결 과제로 꼽혔다.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복지도 꼭 필요한 정책이다. 재원이 항상 문제가 되는데, 국민 10명 중 7명(70.5%)은 ‘세금을 많이 내더라도 위험에 대해 사회 보장 등 국가의 책임이 높은 사회’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확실한 복지 혜택이 보장된다면 세금을 기꺼이 내겠다는 것이다. 30대(82.6%)·40대(77.6%)와 전문대 재학 이상 고학력층(73.2%), 문재인(77.6%)·심상정 투표층(86.1%), 진보층(80.1%)에서 특히 높게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저부담-저복지’ 국가다. 복지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1%)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조세부담률도 18%로 회원국 중 최하위다. 조세부담률과 복지지출이 오이시디 평균이 돼야 ‘중부담-중복지’ 국가가 될 수 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조사 개요>
조사 기관: 한국리서치
일시: 2017년 5월12~13일
대상: 전국 만 19살 이상 남녀 1000명(유선 182명, 무선 818명)
조사 방법: 면접원에 의한 전화면접조사
응답률: 20.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
가중치 부여 방식: 2017년 5월 행정자치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지역·성·연령별 가중치 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