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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대통령 두번째 사과에도 냉랭한 공무원들 “정통성 잃었다”

등록 2016-11-07 17:18수정 2016-11-09 20:27

‘국정농단’ 이것이 민심이다
③ 공직사회

광화문 집회 나온 공무원 “민심이 뭔지 보여”
경제부처 간부 “허수아비 된듯” 무기력 팽배
“국정공백 혼란 커…대통령이 결자해지 해야”
사회부처 5년차 공무원인 ㄱ씨는 지난 5일 서울 광화문광장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ㄱ씨는 “답답한 마음에 친구들과 광화문에 갔다. 확실히 민심이 뭔지 보였다. 종로 행진을 하면서 주변을 살펴보니 교복 입은 학생들, 유모차를 끌고 온 부부, 노인들도 있었다”며 “한목소리로 ‘대통령 퇴진하라’고 외치는데 뭉클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일단 진실이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어떤 메커니즘 속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낱낱이 드러나야 대책이 나올 수 있다. 검찰도 이번만큼은 달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뒤 사태가 수습되지 못한 채 장기화되면서 공직 사회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기습 개각에 이은 대통령의 두 번째 대국민 사과에 대해서도 공무원들은 냉랭하다. 경제부처 간부는 “대통령은 국민적 정통성을 상실했다. 대통령이 늘 강조하던 공직기강을 본인 스스로 무너뜨렸고 회복하기 쉽지 않다”며 “두 번째 사과를 보면서 측은한 마음도 들었지만 아직도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무기력하고 답답하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사회부처 간부는 “해오던 관행이 있기 때문에 그럭저럭 일은 한다. 하지만 다들 뭔가 정신 줄이 나간 상태다. 장차관들이 흔들림 없이 업무를 수행하라고 하는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블랙홀에 빠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경제부처 간부도 “공직에 대한 가치관도 많이 변하고, 부처가 세종으로 내려오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내놓는다며 ‘갈라파고스(고립) 공무원’이라는 비난이 많았다”며 “비선 실세 국정농단 문제까지 터지니 나 자신이 그냥 자리만 지키는 볼품없는 허수아비가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정부 예산이나 법안 처리 등 국정 운영의 차질을 걱정하는 분위기도 있다. 경제부처 고위 간부는 “국회가 열려도 예산 심의가 잘 안된다. 국정농단 사건 때문에 전체 시간의 20~30%만 예산 논의를 한다. 실제적으로 일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경제부처의 한 간부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다. 기존에 해왔던 정책은 어느 정도 진행이 가능한데, 새로운 문제는 꺼낼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경제부처 간부는 “4분기에는 김영란법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악재가 터져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있다”며 “파장을 가늠하기도 어렵고 내년까지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결자해지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부처 간부는 “대통령 하야까지는 국정 공백 등 혼란이 커질 수 있다. 대통령이 완전히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 5% 지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여야 합의로 총리가 임명돼 국정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직 사회의 이런 분위기는 지난 5일 세종시 촛불집회에서도 나타났다. 정부 청사 근처에서 1천여명이 모여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촛불집회가 열렸다.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 3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공직 사회에 드리는 글’에서 “현 국정농단 시국에 공무원들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부당한 명령은 양심을 걸고 거부하고 직무상 알게 된 부패와 비리 사실에는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경제부 종합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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