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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사회보험도 없는 비정규직 499만, 그들은 누구인가?

등록 2016-11-01 15:22수정 2017-08-01 11:55

【HERI 쟁점진단】
비정규직의 57.8%, 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 ‘직장가입’ 모두 제외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2005 vs. 2015) 분석 결과
비정규직 문제인가, 영세사업장 문제인가…30인미만 사업장에 비정규직-취약계층 모두 몰려
배우자, 미혼자녀 건강보험 가족피부양자 등록 많아…음식숙박업=여성, 건설업=남성 미가입 집중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이 30% 수준에서 계속 머물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비정규직의 건강보험 가입률은 2015년 8월 현재 37.6%,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가입률은 각각 31.4%, 37.6%이다. 10년 전 2005년에는 3대 보험의 가입률이 각각 34.1%, 33.5%, 31.4%였다. 건강보험 가입률은 3.5%포인트, 고용보험은 6.2%포인트 상승에 그쳤고 국민연금은 오히려 2.1%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대략 비정규직 열 명 가운데 셋 정도만 사회보험에 가입돼 있는 셈이다. 강산도 변한다는 십년이 지나도록 가입률이 이렇게 저조한 까닭이 무엇일까? 그리고 그들은 누구인가? (관련기사☞ 비정규직 사회보험 가입률 10여년째 제자리걸음 )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 실태를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원자료를 분석해봤다. 2005년 8월과 2015년 8월을 비교분석 대상 기간으로 삼았고, 정규직·비정규직 분류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기준을 적용했다. 이에 따르면 2015년 8월 현재 전체 임금노동자 1931만명 가운데 정규직은 1069만, 비정규직은 863만명이다. 2005년과 비교해 비정규직 비율은 56.1%에서 44.7%로 11.4%포인트 낮아졌다. 비정규직 비중이 줄어들긴 했으나 여전히 절대 비중은 높은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임금 수준과 미래 불안에 대한 안전 장치의 차이다. 정규직 임금 대비 비정규직 임금은 48.8%에서 47.6%로 거의 변화가 없다. 사회보험은 30% 수준에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업주가 부담하는 산재보험을 제외하고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3대 사회보험을 모두 가입한 노동자가 전체 비정규직의 29.3%에서 29.9%로 사실상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자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HERI), 원자료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2005.8, 2015.8.   주: 1) 비정규직 통계분류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기준을 따름        2) 직장가입자(건강보험, 국민연금) 기준, 공무원연금 등 포함.
자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HERI), 원자료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2005.8, 2015.8. 주: 1) 비정규직 통계분류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기준을 따름 2) 직장가입자(건강보험, 국민연금) 기준, 공무원연금 등 포함.
우선 전제할 것은 통계청이나 노동계에서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을 집계할 때 사용하는 기준은 직장가입자인 경우로 한정된다는 점이다. 임금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조사이기 때문에 직장가입이 아닌 지역가입이나 피부양자로 등록된 경우는 실제 보험적용을 받는다 하더라도 ? 예를 들면 건강보험의 피부양자로 등록된 경우 ? 일단 원칙에서 벗어난 경우로 파악한다는 점이다. 직장가입자가 아닌 경우는 노동자들이 보험료를 전액 부담해야 하거나 전혀 납부하지 않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다른 가족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어 건강보험 적용은 받더라도 이것이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미가입으로 이어져 실직과 노후 등에 대비한 실질적인 사회안전망 구실을 못하기 때문에 직장가입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연구에서는 ILO의 ‘비공식부문’ 정의를 확장해서 직장단위 사회보험 미가입자를 비공식고용으로 분류하기도 한다(이병희 외,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방안』, 한국노동연구원, 2012).

비정규직, 직장단위 사회보험 가입자 정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이 불안정하고 잦은 실업으로 인해 생애 총취업기간이 짧을 가능성이 높다. 그마저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면 실직해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결국 연금가입 이력도 짧아져 장래에 노후빈곤에 처할 위험이 매우 높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거의 20년이 흐르고 있는 시점에서 만약 이 사람들이 ‘비정규직 함정’에 빠져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우선 전제할 것이 지난 10년 동안 임금노동자 가운데 사회보험 가입자의 절대규모는 크게 늘었다. 2005년 1,497만명이던 임금노동자는 2015년에 1,931만명으로 증가했고 전체 3대보험 가입자 규모는 700만명에서 1,300만명 수준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 가운데 백퍼센트에 가까운 사회보험 가입률을 보이는 정규직이 1천만명을 넘어선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비정규직이다. 2005년 전체 임금노동자의 절반을 훨씬 넘는 56.1%에 달하던 비정규직 비중이 2015년에는 44.7% 수준을 보이고 있다. 수치로는 11.4%P 줄었지만 여전히 엄청난 비율이다. 비정규직 가운데 사회보험에 가입한 절대 숫자가 거의 늘지 않았다는 점도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이다. 2005년 이후 비정규직의 3대보험 가입자는 270~280만명 규모에서 2015년 270~320만명 수준으로 미미하게 늘었을 뿐이다. 이것은 또 왜 그런 것일까? 정부가 사회보험 의무가입 범위를 넓히고 가입을 독려하는 캠페인과 지도감독을 꾸준히 진행해왔을뿐만 아니라 2007년 노사정위 비정규법 후속대책위원회 논의와 대선 공약 등을 토대로 2012년부터 소기업의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사회보험료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업을 시행해 왔다. 2016년 1월부터는 10인미만 기업 월평균 140만원 미만의 노동자들에게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의 최대 60%까지 지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회보험 가입률 30% 수준 정체가 말해주는 현실은 이러한 정책들이 별 효과가 없다는 의미일까?

비정규직 문제인가, 영세사업장 문제인가?

질문은 크게 두 가지 각도에서 던져볼 수 있다. 이들이 비정규직이기 때문인가, 아니면 이들이 일하는 사업체의 특성 때문인가? 말하자면 어떤 노동자인가, 어떤 사업체에서 일하는가에 관한 질문인데, 이 질문은 향후 대응책과도 연결되는 문제이다.

첫째, 앞서 말했듯이 정부와 노동계 모두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을 집계할 때 사용하는 기준은 직장가입자인 경우로 한정된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경우 지역가입자인 경우도 있고, 가족 중 한 명이 직장가입자인 경우 다른 가족이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또 납부예외자, 순수미가입자(미납자)도 있다. 고용보험은 당연가입 대상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그런데 비정규직이라 하더라도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하지만, 현행 제도상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를 악용할 수 있는 허점이 존재한다. 예컨대 1개월 미만 일하는 경우와 월 60시간 미만을 일하는 초단시간 파트타임, 그리고 근로계약이 아닌 도급이나 위탁계약 등의 형태를 취하는 특수고용의 경우가 가입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 하지만 고용기간이 1개월을 넘거나 실제 근로시간이 월 60시간을 넘는 경우에도 사회보험 가입을 회피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사업주들이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혹은 근로자도 가입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 등을 암묵적으로 내세워 가입시키지 않는 편법을 쓰기 때문이다. 임시직과 일용직(호출근로), 시간제와 특수고용 등 단기간-단시간-비고용관계에서 비롯되는 ’고용형태’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자료: HERI에서 통계청 원자료(2015.8) 이용해서 분석. 미가입자수, 고용형태별 미가입율(%).
자료: HERI에서 통계청 원자료(2015.8) 이용해서 분석. 미가입자수, 고용형태별 미가입율(%).
둘째, ‘직장’이라는 다른 기준의 영향, 즉 중소영세기업이 문제가 된다. 정부 통계에서도 300인이상 사업체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95%를 모두 넘는다. 하지만 30인미만, 그 중에서도 특히 5인미만 사업장에서 사회보험 가입률이 극히 저조하다. 경활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2015년 30인미만 사업장의 비정규직(283만명) 중 3대 사회보험에 모두 가입한 비율은 15%에 불과하다. 5인미만의 경우에는 12%로 더 떨어진다. 30인이상 사업장만 돼도 이 수치는 55%까지 올라간다. 300인이상 비정규직은 60%를 넘긴다. 사업장 규모에 따른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이 확연한 정비례 관계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10인미만 소기업에서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도 요인이고 사회보험료 부담을 꺼리는 경제적 현실도 작용하지만 제도시스템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우리나라 노동자 보호제도는 5인미만, 10인, 30인 등 사업장 종사자 기준에 따라 차등설정된 것이 많다. 근로기준법은 5인미만의 경우 일부만 적용하고, 취업규칙은 10인이상, 노사협의회는 30인이상 사업장에만 의무적용되는 식이다. 소상공인 관련법은 10인을 기준으로 설정돼 있다. 이러한 제도적 환경하에서 사업주의 의무를 엄격히 적용하는 원칙이 누그러지고 노동자들도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가 없게 되면서 사회안전망 가입 의무를 회피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다.

셋째, 노동자들의 가구내 인적 특성도 사회보험 가입에 영향을 미친다. 건강보험의 경우 직장가입자 외에 지역가입자도 있지만 ‘직장가입피부양자’도 상당한 규모에 이른다. 비정규직 중에서 직장가입 피부양자로 등록된 238만명의 노동자의 절대 다수가 영세사업장에 집중 분포하는데, 가족내 지위로 보면 배우자, 미혼자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피부양자로 등록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로 활용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 경우 국민연금이나 고용보험에도 모두 가입하지 않게 되는 빌미가 되는데 직장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된 사람들이 국민연금에는 거의 대부분 지역가입자 또는 미가입자로 되고, 고용보험은 가입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국민연금은 연령 변수의 영향이 크다. 현행법상 60세이상은 국민연금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다. 이에 따라 연령이 높을수록 국민연금 미가입 비율이 높아지는데,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중 50대 이상 노동자가 전체 국민연금 미가입자의 47%를 차지한다.

끝으로 하나의 설명변수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산업과 직업이다. 30인 미만 사업장의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로 어떤 곳에서 일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산업별로는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건설업 등이 사회보험 사각지대의 ‘대표산업’이다. 이들 3개 산업에만 비정규직 사회보험 미가입자가 240만명이 일하고 있는데, 이것은 사회보험 미가입자 비정규직 노동자 총계의 45% 비중을 차지한다. 이 가운데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은 단순노무직과 판매서비스직을 중심으로 중고령과 젊은층의 여성들이 일하고 있고, 건설업의 미가입자들은 중고령 남성 노동자들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율은 십 수년 째 30% 수준에서 획기적으로 늘지 않고 있다. 주된 원인은 늘어난 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거의 100%에 이르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노동자의 45%를 차지하는 86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회보험 가입율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주된 이유는 비정규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400만명이 넘는 일반임시직과 임시파트, 호출근로(일용직), 특수고용 등에서 사회보험 가입률이 20~30%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30인미만 영세사업장에 집중 분포하고 있으며 사업주의 영세성과 더불어 가족내 지위, 연령 등이 변수로 작용하면서 건강보험의 직장가입피부양자, 국민연금 지역가입자 등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다수의 미가입자가 유지되고 있다. 산업별로는 영세사업장이 다수 분포하는 음식숙박업과 도소매판매업 등 서비스업 여성노동자들과 건설업의 중고령 남성노동자들이 가입에서 배제되고 있다.

1999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제출된 수피오보고서(Supiot Report)는 표준적인 정규직 고용관계를 기초로 사용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기본원리 하에 사회보험 제도를 운영해온 20세기의 사회안전망 시스템을 뛰어 넘어, 모든 시민이 사회안전망의 혜택을 누리는 방향으로 전면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는 과감한 제안을 한 바 있다. 유럽에서는 1980년대 이후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함께 비정규직들은 기존의 사회보험체계로부터 배제되고 조세에 기반한 사회부조나 보조금 제도로 지원하는 사회보장체계의 이중구조화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의 경우 거의 백퍼센트에 가까운 적용률과 높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구가하다가 일부 후퇴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노동시장의 심각한 이중구조로 인해 사회보험 체계에서조차 상당한 노동자들이 배제돼 있는 상태에 있다. 그리고 유럽 국가들이 사회보험과 사회부조로 이중화되고 있다면, 우리나라는 사회보험 적용지대와 사각지대로 이중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훨씬 더 취약하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수년 전부터 특수형태종사자는 물론 자영업자를 포함한 사회보험 임의가입 대상자의 범위를 넓히는 제도개선을 추진해 왔다. 이것은 임금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사회보험 가입체계를 확장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최근 청년수당이나 기본소득 도입 흐름이 나타나는 것도 이러한 방향과 일정하게 맥이 닿아 있다.

그러나 기존의 사회보험 체계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너무 많다는 점에서 여전히 임금노동자 내부의 사각지대의 해소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선 영세사업장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보강해나가는 정책이 지속되어야 한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대상에 특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1. 임시직, 시간제, 일용직, 특수고용 등 4가지 비정규직

2. 5인 미만사업장을 중심으로 30인미만 영세사업장

3. 음식숙박업과 도소매판매업 등 서비스업의 여성과 건설업의 중고령 남성노동자

이와 더불어 건강보험의 가족피부양자로 등록된 배우자와 미혼자녀 계층을 어떻게 관리해 나갈지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며, 국민연금 의무가입 대상이 아닌 60대이상 고령노동자들의 고용상태와 연금수급 자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노동계가 파악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일반임시직 혹은 장기임시직 노동자들의 경우 비정규직이면서 영세사업장 취약계층이라는 공통의 요소를 안고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 정책을 통한 접근보다는 영세사업장 노동자 보호대책의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정책적 접근은 최저임금 정책과 근로빈곤 대책 등 다른 정책에서도 함께 고민해야할 요소라고 판단된다.

박영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HERI) 연구위원 ys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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