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0차 재정전략협의회에 참석하러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구조조정 컨트롤타워’ 노릇을 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가 7일 열렸다. 한진해운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던 지난달 31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 회의를 열어 “법정관리 신청 결정에 따른 경제적·산업적 영향 최소화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한 지 꼭 일주일 만이다. 컨트롤타워의 약속과 달리 장관들은 물류대란에 허둥대기만 하다가 다시 한 자리에 모인 셈이다.
이날 열린 회의에서 정부는 주요 거점 항만으로 선박을 이동해 선적한 화물을 하역하는 한편, 한진해운 선박이 억류된 항만에 대해서는 전담팀을 구성해 현지에서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수출기업에 물류대란 여파가 미치지 않도록 대체선박 투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수출입 통관 지원 및 각종 금융지원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유 부총리는 회의에 앞서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 비상계획을 마련하고 준비해왔음에도 현장에 혼란과 우려를 끼친 데 대해 경제팀 수장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뒤늦게 머리를 숙였다. 그는 “하역 정상화를 잘해 나갈 수 있도록 18개국 25개 공관에 현지 대응팀을 구성해 압류금지 절차의 신속한 진행 등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6월 ‘서별관회의(비공식 거시경제금융협의회)’가 밀실에서 이뤄진다는 비판이 일자 공식 회의체로 관계장관회의를 만들었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컨트롤타워는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날에도 회의를 열었지만 ‘영향 최소화’ 원칙만 나왔을 뿐 실효성 있는 대책은 없었다. 초기에 해양수산부 1개 부처 차원의 비상 대응팀이 꾸려지는 등 정부의 안이한 인식만 드러났을 뿐이다.
컨트롤타워가 제구실을 못하니 부처 간 조율은 작동하지 못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4월부터 줄곧 물동량 처리 대책 등을 사전적으로 검토·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물류대란이 발생하자 대책의 실체는 앙상했다. 당장 대체선박 투입 시기도 금융위와 현대상선이 엇박자를 내며 딴소리를 했다. 피해 규모도 금융위는 해수부에 물어보란 식이었지만 해수부는 집계조차 하지 않았다. 조건부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종료 시한을 한달 연장했던 8월4일부터 사실상 법정관리가 예고됐는데도 아무런 준비가 이뤄지지 않았던 셈이다.
이에 대해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지난 6월 컨트롤타워를 만들었는데도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제대로 된 대책이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구조조정에 관심과 의지를 보이지 않아 관료들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라고 짚었다.
한편 정부는 한진그룹이 물류대란 진화 비용으로 융통하겠다고 한 1천억원을 바탕으로 사태 수습에 나서려고 했으나, 법원은 역부족이라고 보고 채권단에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금융위와 채권단은 이런 요청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의 회생 절차를 관리중인 법원과 물류대란 수습에 나선 정부가 큰 인식 차를 드러내면서 ‘급한 불 끄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김정만 수석부장판사)는 산업은행에 ‘대출 제공 검토 요청’ 공문을 정식 발송한 데 이어 기재부·금융위·해수부에도 협조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긴급 자금 지원(DIP 파이낸싱·회생 기업에 대한 대출)을 요청한 것이다. 법원은 전날 한진그룹이 발표한 1천억원 조달 방안이 실현되기 어렵고 채권단의 추가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금융위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약속한) 1천억원이 적절한 금액인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대주주 지원금을 기초로 최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해, 채권단이 추가로 돈을 지원하는 문제에는 선을 그었다.
이정훈 노현웅 김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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