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해운 역사상 유례가 없던 일”
현대상선 중심으로 국적선사 키운다
선박 압류·화물운송 차질 등 2~3개월 동안 비상대응
현대상선 중심으로 국적선사 키운다
선박 압류·화물운송 차질 등 2~3개월 동안 비상대응
1위 국적 선사인 한진해운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우리나라 해운·항만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해양수산부도 31일 대책을 발표하면서 “연매출 8조원, 총자산 7조원, 세계 7위의 대형 컨테이너 선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해운 역사상 유례가 없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물동량 감소로 세계 해운업계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어서 관련 산업에 얼마나 타격을 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한진해운 핵심자산 현대상선이 인수 해운산업은 수출입 중심의 우리 경제구조에서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일종의 국가 기간산업이다. 전세계 항로를 넘나드는 대한민국 국적의 대형 원양 컨테이너 회사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단 두 곳뿐이다. 이런 탓에 한진해운이 청산됐을 때 피해 추산액은 연간 7조7천억원(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17조원(선주협회)까지 오간다.
정부는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울 방침이다. 우선 정부는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두 회사를 합병하면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부채까지 모두 짊어져야 하기 때문에 우량자산 인수를 통해 한진해운의 ‘강점’만 흡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이란 영업 네트워크와 인력, 자체 소유 선박 37척, 국외 항만 터미널 등을 말한다.
수출입 거래에서 국적 선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우리나라 수출입 화물 중 원양(미주, 유럽) 수출을 기준으로 할 때 한진해운이 14%, 현대상선이 12%를 차지하고 있다. 윤학배 해수부 차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적 선사가 하나로 줄더라도 물동량이 크게 손상받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두 곳을 합하면 원양 수출입의 26%가량 되는데, 현대상선이 앞으로 20% 정도만 맡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내 대형 화주(수출입 기업)들이 국적 선사 이용 비중을 확대하도록 협력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9월에 ‘해운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 한진해운 구멍 뚫린 항로에 대체선박 투입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선박·화물의 압류, 화물처리 지연 등으로 2~3개월 동안 수출입 화물 처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실제 국내 수출업체들은 대체 선사 찾기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가전제품 수출 물량의 20% 안팎을, 엘지전자는 북미 수출 물량의 20%를 한진해운을 통해 수송해왔기 때문이다. 엘지전자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가입된 해운동맹 안의 해운사를 비롯해 대체 선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부품업체들도 대체 선사 물색을 고심하고 있다. 운임도 폭등 조짐을 보인다. 이날 부산~미국 로스앤젤리스(LA) 간 1FEU(4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당 운임이 1100달러에서 1700달러 선으로 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노선은 한진해운의 주력 노선이다.
정부는 ‘해운·항만·물류 비상대응반’을 발족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재 세계를 운항 중인 한진해운 컨테이너 선박은 모두 95척이다. 여기에는 54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 물량의 화물이 실려 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화물운송의 지연은 불가피하다. 예컨대 배 주인이 선박을 회수해 가면 화물은 중간 기항지에 내려놔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해수부는 “중간 기착지에서 강제로 하역당한 화물은 최종 목적지까지 갈 선박을 섭외할 수 있도록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진해운이 단독으로 운행하던 미주(1개), 유럽(1개) 노선에는 현대상선 선박을 대체 투입할 계획이다.
금융지원도 이뤄진다. 회사채를 보유한 협력업체 피해에 대해 금융위는 미래 성장성이 있는 기업의 경우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대출·보증을 연장하고 원금 상환 유예 등의 조처를 취하기로 했다. 김소연 이정훈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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