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보전처분 명령 뒤 일정 기간 심사
해외 채권자엔 보전처분 효력 없고
해운동맹 등 퇴출 땐 정상영업도 어려워
해외 채권자엔 보전처분 효력 없고
해운동맹 등 퇴출 땐 정상영업도 어려워
한진해운은 31일 이사회를 열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을 의결한 뒤 곧바로 법원에서 접수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법원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채무에 대한 압류나 가압류 등을 막는 보전처분 명령을 내리게 된다. 한진해운은 다음달 4일로 자율협약이 종료되기 때문에 이때부터는 채권단이 유예해준 채무에 대한 압류 등이 이어질 수 있다. 법원의 보전처분을 받기 위해서라도 법정관리 신청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주채권은행인 케이디비(KDB)산업은행 쪽은 “국내외 상거래 채권자들이 한진해운 선박 등에 대한 압류 등을 통해 채권 상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법정관리 신청이 이뤄지면 회사 경영 상태 등을 살펴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회생계획안을 마련하게 하고, 이를 인가·집행하게 된다. 하지만 한진해운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진해운의 기업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낮다고 볼 여지가 있어 법정관리 개시 대신 청산을 결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보전처분 명령을 내린다 해도 법적 효력이 외국까지 미치지 않는 게 회생 과정의 걸림돌이다. 외국의 채권자들이 선박 압류 등에 나설 경우 이를 막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 화물 운송계약을 해지하거나 용선 선박을 회수하고, 해운동맹에서 퇴출되는 등의 상황이 이어지면 한진해운은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러다 보니 법정관리 이후 채권단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채권단 지원 등으로 회생한 에스티엑스(STX)팬오션 등의 사례가 있지만, 팬오션은 화주와의 개별 계약으로 부정기적으로 배를 띄우는 벌크선 위주라 채무 동결 뒤에도 사업 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 정기 항로가 있는 컨테이너선 위주인 한진해운과는 상황이 다르다. 정용석 산업은행 구조조정부문 부행장은 “비즈니스 모델이 달라 (한진해운은) 해운동맹 등에서 퇴출되면 기본적으로 사업 유지가 어려운 구조”라며 “(법정관리에 가게 될 경우) 파산 가능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을 통한 생존 시나리오도 거론되지만 현재로서는 시기상조라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30일 한진해운의 회사채 가격과 주가는 폭락했다. 채권 시장에서 2011년 발행된 5년물 한진해운 회사채는 전날보다 30%가량 값이 떨어졌다. 한진해운 주식도 이날 오후 1시29분께 전날보다 24.16% 떨어진 1240원에서 거래가 정지됐다.
다만 은행권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한진해운에 대한 여신 공여액은 1조원에 이르지만 부실화에 대비해 이미 충당금을 상당부분 적립한 상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에 6660억원의 여신이 물려 있지만 충당금을 이미 100% 적립했고, 케이비(KB)국민·우리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여신 공여액 500억~800억원에 대해 충당금을 90% 이상 적립해 뒀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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