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에서는 보수와 진보의 해법이 교육 과정의 혁신 측면에서는 일맥상통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보수 쪽 발제자로 나선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가 교육 불평등 완화의 방법론으로 교사와 교수법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해 진보 쪽 토론자로 나선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김 교수가 말하는 교수법의 혁신, 예를 들어 교사의 피드백을 늘리고, 교수법을 바꿔서 팀 프로젝트나 협동수업을 하는 것들은 이미 진보 교육감들이 시작한 혁신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창의, 인성, 시민성, 협동성 등과 같은 21세기 핵심 역량을 길러주는 수업을 하는 혁신학교는 교육 내적인 시스템 변화를 통해서 교육 불평등을 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 쪽 토론자로 나온 황영남 영훈고 교장도 교육 내용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황 교장은 “자존감이나 자주의식과 같은 내면세계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학생들이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시민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10~20년 후에 현존하는 직업의 90%가 사라진다고 하는 상황에서 지금 아이들은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며 “학교에서 직업능력을 길러주는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것을 가르쳐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합의했으나 ‘무엇이 새로운 것인가’에 대해서는 보수와 진보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진보 쪽 성열관 경희대 교육대학원장은 “가난한 집 자녀들일수록 가난의 원인을 사회구조적인 데서 찾기보다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교육 불평등 완화를 위한 교육 내용이라면, 이들에게 일찍 기술을 배워서 최소한 150만~200만원이라도 받고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고 가르치기보다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나 <아큐정전>과 같은 학교에서 많이 다루고 있는 불평등에 대한 텍스트를 통해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지성의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쪽 토론자들은 해법으로 ‘자율’을 강조했다. 김정래 부산교대 교수(유아교육과)는 “디지털혁명이 가져올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에서는 20만명을 먹여살리는 천재 1명을 키우는 것과 20만명에게 교육의 기회를 부여하는 일이 상충될 수 없다”며 “사립고의 절반 정도가 현재 평준화 체제에 들어가 있는데, 이들부터 관의 주도에서 벗어나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장은 “창의성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면, 자율화가 이뤄지고 개방이 이뤄져야 하는데 규제만 갈수록 늘어난다”며 “대학입시 불평등 문제 역시 대학에 자율성을 주고 제대로 감시하는 게 오히려 낫다고 본다”고 했다.
반면 성 대학원장은 대입제도에 사회적 약자를 일정 비율 이상 선발하는 할당제를 도입하는 일이 필요하다며, 이와 관련해 “인적 구성 다양화 지표를 개발해서 저소득층 학생이 얼마나 많이 입학했나 등을 대학 평가 지표에 반영하는 방법이 가능하다”고 했다.
진보 쪽 남기곤 한밭대 교수(경제학)는 “여러 능력이 뛰어난데도 부모가 부유하다는 이유로 역차별을 당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대입제도의 기존의 차별 시정 정책을 더 확대하는 부분은 우려스럽다”며 대입제도에 국한된 불평등 해소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가정환경이 안 좋은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진학하는 전문대 등 우수하지 않은 대학을 우수하도록 끌어올리는 역차별 정책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전문대와 같은 미국의 커뮤니티칼리지가 등록금 부담 없이 학생들에게 다양한 자격증 취득 코스는 물론 4년제 대학 편입 코스 등을 제공하고 있는 것을 모델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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