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정상화 지원’ 문건 보니
은행들 산은·금감원 압박에
선수금 5억 달러 환급보증
상환유예·신용등급 못내려
은행들 산은·금감원 압박에
선수금 5억 달러 환급보증
상환유예·신용등급 못내려
‘신규 수주 선수금환급보증(RG) 중 잔여 10%(5억불)는 여타 은행이 분담’
‘농협, 케이이비(KEB)하나, 케이비(KB), 신한, 우리(은행) 순으로 분담’
‘산은이 채권단의 협조를 요청하고, 금감원이 지원’ 5일 <한겨레>가 홍익표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통해 입수한 지난해 10월 서별관회의(비공개 거시경제정책협의체) 문건을 보면 곳곳에 ‘관치금융’의 흔적이 드러난다. 청와대와 정부가 지난 수십년간 산업육성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책적 필요에 따라 시중은행들을 반강제로 동원하는 ‘관치금융’을 비일비재하게 행해 왔지만, 그 흔적이 이렇게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매우 드물다. 서별관회의 문건에 나오는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지원방안을 보면, 정부는 대우조선해양 지원을 위해 국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뿐만 아니라 시중은행에까지 압력을 행사했다. 4조2천억원의 유동성 지원 외에도 50억달러(약 5조7850억원) 규모의 신규 선수금환급보증 가운데 10%를 시중은행이 분담하도록 했다. 더욱이 그 분담액도 농협·케이이비하나·케이비국민·신한·우리은행 등의 순으로 차례까지 지정했다. 정부는 또 대우조선과 계열사, 협력업체 등이 기존의 금융거래를 유지할 수 있도록 특혜를 베풀었다. 정부는 문건에서 “시중은행은 2015년 6월말 익스포저 기준으로 회사 정상화 시점까지 한도성 여신(운영자금 등)의 사용 허용 및 상환유예 처리”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금리(수수료) 등 거래조건은 2015년 6월말 적용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특히 정부는 “산은이 채권단 협조를 요청하고, 금감원이 지원”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시중은행들이 대우조선에 기존 금융거래를 유지하도록 하는 데 국책금융기관인 산은이 총대를 메고, 금감원이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한마디로 시중은행들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금감원이 뒤에서 팔을 비틀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의 한 국장은 “확인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의 부실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시중은행들이 이 회사에 대한 신용등급을 내리지 못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11월 3분기 1조4천억원의 적자를 공시한 데 이어 올해 3월 대우조선이 지난해 3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공시했지만, 케이비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3월과 5월에야 여신 신용등급을 ‘요주의’로 낮췄고 농협 등도 지난달 여신 신용등급을 요주의로 내렸다. 우리은행 등 다른 은행은 산은이나 수은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정상’ 여신으로 분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큰 손실을 기록한데다 올해도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산은의 눈치를 보느라 제때 등급 조정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관치금융은 필요할 때도 있으나 무리하거나 정실이 개입돼 추진될 경우 부작용을 낳는다. 시중은행의 자율적 판단을 해쳐 되레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부실을 키울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남기업이다. 부실에 빠졌는데도 금융당국이 시중은행들로 하여금 경남기업에 대출을 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은 김진수 금감원 전 부원장보가 2013년 농협과 국민은행에 300억원 상당을 대출하도록 외압을 행사한 혐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경남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뒤에도 신한은행 등 8개 채권금융기관 부행장들을 금융감독원으로 불러 ‘긍정적 검토'를 당부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결국 경남기업은 금융당국의 압력으로 시중은행의 지원을 받았지만, 끝내 지난해 4월 부도가 나 지원자금을 허공으로 날렸다.
금융 전문가들은 대우조선 역시 비슷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윤석헌 숭실대 전 교수(금융학)는 “4조2천억원의 신규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선수금 환급 보증 등 10조원에 달하는 지원을 하면서 산은이나 수은의 이사회는 아무런 판단을 하지 못하고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결정한 것이 바로 관치금융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지원했지만 여전히 회생 가능성이 불투명한데도 밀실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져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4일 금융위원회에 서별관회의와 관련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송 변호사는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우려를 빌미로 문건을 공개하지 않고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하는 것은 이정현 전 청와대 수석의 케이비에스(KBS) 보도 압력보다 더 심각한 언론통제다. 오히려 전체적인 내용을 공개해 구조조정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농협, 케이이비(KEB)하나, 케이비(KB), 신한, 우리(은행) 순으로 분담’
‘산은이 채권단의 협조를 요청하고, 금감원이 지원’ 5일 <한겨레>가 홍익표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통해 입수한 지난해 10월 서별관회의(비공개 거시경제정책협의체) 문건을 보면 곳곳에 ‘관치금융’의 흔적이 드러난다. 청와대와 정부가 지난 수십년간 산업육성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책적 필요에 따라 시중은행들을 반강제로 동원하는 ‘관치금융’을 비일비재하게 행해 왔지만, 그 흔적이 이렇게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매우 드물다. 서별관회의 문건에 나오는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지원방안을 보면, 정부는 대우조선해양 지원을 위해 국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뿐만 아니라 시중은행에까지 압력을 행사했다. 4조2천억원의 유동성 지원 외에도 50억달러(약 5조7850억원) 규모의 신규 선수금환급보증 가운데 10%를 시중은행이 분담하도록 했다. 더욱이 그 분담액도 농협·케이이비하나·케이비국민·신한·우리은행 등의 순으로 차례까지 지정했다. 정부는 또 대우조선과 계열사, 협력업체 등이 기존의 금융거래를 유지할 수 있도록 특혜를 베풀었다. 정부는 문건에서 “시중은행은 2015년 6월말 익스포저 기준으로 회사 정상화 시점까지 한도성 여신(운영자금 등)의 사용 허용 및 상환유예 처리”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금리(수수료) 등 거래조건은 2015년 6월말 적용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특히 정부는 “산은이 채권단 협조를 요청하고, 금감원이 지원”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시중은행들이 대우조선에 기존 금융거래를 유지하도록 하는 데 국책금융기관인 산은이 총대를 메고, 금감원이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한마디로 시중은행들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금감원이 뒤에서 팔을 비틀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의 한 국장은 “확인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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