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책조항 없어 집행 어렵다던
금융위원장 발언과 달라
감사원, 최근 산은 인사조처 요구
금융위 “문책보다 격려를” 소극적
금융위원장 발언과 달라
감사원, 최근 산은 인사조처 요구
금융위 “문책보다 격려를” 소극적
청와대 ‘서별관회의’(비공개 거시경제정책협의체)에서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해 채권단 관계자들의 면책을 추진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한겨레>가 홍익표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통해 확보한 지난해 10월22일 서별관회의 문건을 보면, 정부는 ‘향후 업무처리와 관련, 고의 및 중과실이 아닌 경우 산업은행·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시중은행 등 관련기관 임직원에 대해 면책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8일 언론 브리핑에서 대우조선의 정상화 추진 과정에서 관련자들에 대한 면책 조항이 없어 책임 있는 정책 집행이 어렵다고 밝혔지만, 서별관회의는 이들에게 면책을 보장한 셈이다. 정부는 서별관회의에 대해 실체가 없는 비공식 회의라고 밝혀왔지만, 문건은 실제로 이 회의에서 구체적인 정책이 결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위는 물론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은 면책 여부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금융위의 한 국장은 “서별관회의에서 어떤 내용이 논의됐는지 밝히기는 어렵지만, 대우조선 구조조정 관련 내용은 지난해 10월29일 산은이 발표한 것이 전부다. 거기에 포함돼 있지 않다면 (채권단 면책 사안은)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산은 관계자는 “공식적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고, 수은 쪽도 “공식적으로 말할 사안이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반면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서별관회의 특성상 문서로 보장해준 것은 아니지만 암묵적으로 면책을 보장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저축은행 구조조정이나 산업은행 자회사 매각 등과 관련해 담당 기관 임직원의 면책에 대한 논의는 있었지만 실제로 이뤄진 바는 없다. 이 때문에 서별관회의에서 채권단 면책을 추진한 것이 정책 결정에서 소외된 채 따르기만 한 채권단 관계자들에게 일종의 ‘혜택’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양상은 최근 감사원의 산은 감사 결과에 따른 인사 조처 요구에 대해 금융위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 감사원은 산은의 대우조선 관리 책임을 물어 홍기택 전 산은 회장을 비롯해 현 임원 2명의 인사 조처를 금융위에 통보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현 임원들의 인사 조처에 대해 미적대고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들보다 적임자를 찾기 어려워 책임을 묻기보다 격려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익표 의원은 “국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은 서별관회의 결과로 면책 규정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향후 구조조정 상황이 더 악화돼 국민 부담이 가중돼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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