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화된 유럽연합에 중국 반사이익”
역사상 ‘가장 비싼 이혼’이라는 영국의 ‘브렉시트’는 하룻만에 세계증시 시가총액에서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배에 육박하는 금액을 허공으로 사라지게 했다.
26일 블룸버그 집계를 보면, 세계증시 시가총액은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하기 전인 23일 63조8136억6천만달러에서 24일 61조2672억달러로 줄어 하루 사이에 2조5464억달러(약 2987조원)가 증발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의 1558조6천억원의 1.9배에 해당된다. 시총 증발 규모는 나라별로 미국(7724억 달러), 영국(3608억 달러), 프랑스(1634억 달러), 일본(1508억 달러), 독일(1240억 달러), 중국(928억 달러) 등의 순으로 컸다. 한국 시총은 702억달러가 날아가 홍콩(867억 달러), 스페인(799억 달러)에 이어 세계 9위 수준이었다.
아시아권에선 일본이 큰 타격을 입은 반면에 중국은 상대적으로 변동폭이 적어 눈길을 끌었다. 일본은 엔화 값이 달러당 99엔대로 치솟는 초강세를 보여 ‘엔저’가 핵심인 아베노믹스가 최악의 날을 맞았고, 닛케이지수는 8%가 급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연초 신흥국 불안으로 엔고가 되돌아올 조짐을 보이자 지난 2월 마이너스 금리 카드까지 빼들었던 터라 일본의 대응 수단이 많지 않다고 짚었다. 반면 중국은 상하이종합지수가 1.3% 하락에 그치는 등 타격이 상대적으로 약했다. 게다가 중국은 장기적으로는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 마이클 슈만 컬럼니스트는 “(브렉시트는) 중국에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정치적 이익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분열된 유럽연합은 세계 무대에서 중국의 높아지는 지위를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즉 단일화된 유럽연합은 중국에 시장 개방과 공정 무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분열되고 약해진 유럽연합의 요구수준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브렉시트 발생 당일 세계 각국의 국가 부도 위험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크게 뛰어올랐다. 영국은 50bp(1bp=0.01%)로 하룻만에 13.66bp 뛰었고, 프랑스와 독일은 각각 58bp, 32bp로 14bp, 9bp씩 뛰었다. 한국은 6.5bp가 뛴 63bp로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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