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15일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고령과 건강 상태를 이유로 감옥행은 면했다. 함께 기소된 장남 조현준 사장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조 회장 일가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비리 의혹 탓에 ‘오너 리스크’는 효성의 발목을 계속 잡을 것으로 보인다.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4년 7월 조현준 사장은 아버지를 제치고 44개 계열사들을 직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효성의 최대주주가 됐다. 그룹 경영도 사실상 조 사장과 3남인 조현상 부사장이 이끌고 있어, 이번 재판 결과가 당장 효성의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방식 등으로 자금을 마련해 효성과 계열사 지분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국민연금을 제외하고 효성 지분을 5% 이상 가지고 있는 대주주는 조석래 회장, 조현준 사장, 조현상 부사장 3명뿐이다. 2016년 1월 현재 이들 세 사람이 보유한 지분은 34.7%로, 2013년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효성을 떠나면서 지분 7.21%를 제3자에게 매각하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으로부터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 2015년 9월 기준으로 차입금이 8조원이 넘는 등 그룹 전반의 재무 안정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주력 제품인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의 판매가 늘어나면서 효성의 경영 실적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조현준 사장은 이번에 재판을 받은 횡령 혐의 외에도 여러 다른 의혹들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언론을 통해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졌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효성의 분식회계 혐의를 규명하기 위한 회계감리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조사의 결론을 내릴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이번 판결 이후 검찰이 조 사장을 향해 칼자루를 빼들지도 주목된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2014년 형인 조현준 사장과 그룹 임원 등을 계열사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날 선고가 내려진 사건에서는 주요 범죄 혐의자가 조석래 회장이었으나, 조현문 전 부사장이 고발한 사건의 핵심 인물은 조현준 사장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는 지난해 10월 조현문 전 부사장을 상대로 고발인 조사만 진행한 뒤, 압수수색 등 본격적인 수사를 벌이지 않았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사건의 결과를 보고 수사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조만간 조현준 사장에 대한 수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효성의 주가는 전날보다 4.35% 급락해 11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효성아이티엑스(ITX) 주가도 전날보다 2.95% 떨어졌다.
박현정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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