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왼쪽 두번째)과 임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그룹 신년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대형 아파트 샀다가 팔아
사업보고서 누락…“부당지원 의혹”
업체 “매입 맞지만 나머진 허위”
SK “협력업체 동원할 이유 없어”
사업보고서 누락…“부당지원 의혹”
업체 “매입 맞지만 나머진 허위”
SK “협력업체 동원할 이유 없어”
에스케이(SK)그룹 계열사들과 20억원대 고급주택을 사고팔면서 8억~9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사실이 최근 공개된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의 내연녀가 에스케이그룹 납품업체와도 10억원대 고급 아파트를 거래한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블로거 안치용씨는 3일(현지시각) 자신의 블로그(andocu.tistory.com)에 “최 회장의 내연녀 김아무개씨가 2010년 최 회장의 고교 동창 신아무개씨로부터 이태원 남산힐레지던스 62평짜리 아파트를 17억2000만원에 사들였다가 2014년 에스케이하이닉스 납품업체인 ㈜디아이에 19억5000만원에 매각했다”며 “하지만 디아이의 사업보고서 부동산 취득 내역에는 이런 내역이 없어 최 회장이 납품회사까지 동원해 내연녀를 부당지원했다는 의혹이 짙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디아이가 에스케이하이닉스에 백지어음을 제공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김씨에게 아파트를 판 신씨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동생이고, 김씨에게서 아파트를 산 ㈜디아이는 인기가수 싸이의 아버지 박원호씨가 대주주인 반도체 장비 관련 회사다.
디아이 쪽은 “김씨와 아파트를 매매한 것은 맞지만 안씨의 나머지 주장들은 모두 허위”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디아이 한 관계자는 “안씨가 사업보고서에서 14억여원에 이르는 토지 부분은 뺀 채 건물 부분만 보고 누락됐다는 주장을 하고 있고, 백지어음은 하이닉스가 현대전자였던 1995년 협력사 계약 보증용으로 건넸던 것으로 매년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왜 하필 거래 상대방이 납품업체 회장 내연녀인지’와 관련해서는 “우연히 그렇게 된 것으로밖에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에스케이 쪽은 “회사와 관계없는 개인적인 일이라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협력업체를 동원해 그런 일을 할 이유가 없고 전혀 문제없다”고 밝혔다.
안씨는 앞서 지난달 29일 김씨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김씨가 2010년 에스케이건설로부터 서울 반포2차 아펠바움 74평짜리 아파트를 15억5000만원에 사들였다가 2년 뒤 에스케이의 해외 계열사인 버가야인터내셔널에 24억원에 매각한 사실을 들어 에스케이 계열사들의 지원 의혹을 제기했다.(<한겨레> 12월30일치 2면)
한편, 최근 대외 활동을 자제해온 최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그룹 신년회에 참석했다. 그는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창업 이래 최초로 영업이익 10조원을 넘기는 성과를 거뒀다”며 올해는 △그룹 시너지와 계열사별 자율경영을 강화하는 ‘따로 또 같이’의 고도화 △솔직함과 신뢰의 기업문화 정착 △패기에 바탕한 회사 성장과 사회에의 이바지 등을 당부했다. 최 회장은 취재진을 의식한 듯 일반 참석자들과 달리 뒷문을 통해 행사장을 출입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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