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최태원 SK 회장, 언론사에 편지 보내 ‘두집 살림’ 밝힌 이유

등록 2015-12-29 15:16수정 2016-01-16 00:10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 의정부/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 의정부/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내연녀·혼외자식 있다…노소영 관장과 이혼 불가피” 입장 피력
의도치 않은 공론화로 입을 타격 최소화 노린듯…소송 가능성도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 언론사에 편지를 보내 내연녀와 혼외 자녀의 존재를 밝히고, 노소영 나비아트센터 관장과의 이혼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횡령·배임 등 혐의로 2년 7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하고 올해 8·15 특사로 풀려난 최 회장이 도덕적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두집 살림’을 공개한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또 노 관장은 최근까지 주변에 이혼할 뜻이 없다고 밝혀와 이혼 여부와 방법, 회사 경영에 미칠 영향 등 향후 사태 추이도 관심사다.

■ “내연녀·혼외자 있다” 고백 12월29일치 <세계일보>는 최태원 회장이 최근 부끄러운 가정사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편지를 보내왔다며 전문을 공개했다. 최 회장은 편지에서 “항간의 소문대로 저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성격 차이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현명하게 극복하지 못한 저의 부족함 때문에, 저와 노소영 관장은 십년이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습니다”라며 “이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던 중에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중략) 그러던 중 수년 전 여름에 저와 그 분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노 관장도 아이와 아이 엄마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최 회장은 “(이혼 논의가 오가던) 그 무렵 시작된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 등”으로 인해 이혼 절차가 늦어졌다며 “노 관장과, 이제는 장성한 아이들이 받았을 상처를 보듬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할 생각입니다. (중략) 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아이와 아이 엄마를 책임지려고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가정사로 실망을 드렸지만, 경제를 살리라는 의미로 최근 제 사면을 이해해주신 많은 분들께 다른 면으로는 실망을 드리지 않겠습니다. (중략) 모든 에너지를 고객, 직원, 주주, 협력업체들과 한국 경제를 위해 온전히 쓰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 언론사에 편지 보내 공개, 왜? 재벌 회장이 내연녀와 혼외자를 둔 일은 종종 있어왔다. 현재 재벌가 2~3세 중에도 몇몇은 선대 회장의 본부인이 아닌 어머니를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회장의 경우에도 4~5년 전부터 그룹 안팎에서 사실상 부부관계가 파탄이 났다는 말이 돌았고 관련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언론사에 편지를 보내 당사자 스스로 이를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의도치 않게 공론화됐을 경우 입을 타격을 우려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언론사 취재를 통한 기사로 내연녀와 혼외자의 존재가 공개되면 더 큰 욕을 먹니, 반성문 형식의 고백을 통해 여론의 비판을 반감시키는 전략을 취했다는 얘기다.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수사를 주도하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자 파문을 통해 불명예스럽게 퇴장한 사례도 참고가 됐을 수 있다. 일반적인 취재에 응할 경우에는 언론사·기자의 의도에 따라 프레임이 설정되지만, 편지 형식을 취하면 당사자가 자신이 원하는 방식의 프레임으로 대중에게 설명할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 노 관장 태도 따라 소송 갈 수도 그룹 안팎에서는 노 관장에 대한 공개적 압박의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은 편지에서 “과거 결혼생활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점에 서로 공감하고 이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던 중”이라고 밝혔지만, 노 관장은 이혼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나 최근에는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어머니인 김옥숙씨까지 건강이 매우 안 좋아져 주변에서도 당장 이혼은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 회장의 편지는 이혼의 공론화라는 의미를 지닌다. 내연녀가 재혼을 강하게 요구하는데다 아이도 초등학교에 가야 할 나이가 됐는데, 노 관장이 이에 응하지 않자 아예 공론화를 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29일 최 회장 편지가 공개되자 에스케이 안팎에서도 “언론의 힘을 빌려야 할 정도로 (이혼이) 힘든 것 같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노 관장은 별다른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노 관장을 만난 한 여성계 인사는 “최 회장과의 이혼설 이야기가 나왔는데, 노 관장은 가정을 지키겠다는 뜻이 강했다”고 전했다. 최 회장도 편지에서 “노 관장과의 관계를 잘 마무리하려고 합니다”라고 말해, 이혼과 관련해 두 사람이 논의할 게 남아있음을 시사했다.

결국, 노 관장의 의중에 따라서는 두 사람 이혼 건은 법정에서 결론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 그룹 경영·지분구조에 어떤 영향? 최 회장이 원하는 대로 노 관장이 이혼에 합의하더라도 재산 분할과 위자료 지급이 문제로 남는다. 두 사람 사이의 이혼이 단순한 사생활이 아니라 에스케이 그룹 경영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대 사안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최 회장의 재산 대부분은 그룹 지주회사인 에스케이㈜ 지분 23.4%다. 시가는 4조원대 초반인데, 재산 분할 과정에서 최 회장이 지분 일부를 노 관장에게 넘겨야 한다면 그룹 지배력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최 회장은 과거 그룹 정보기술(IT) 계열사인 에스케이씨앤씨(SKC&C) 주식이 재산의 대부분이었는데, 결혼하고 회장에 취임한 뒤 에스케이씨앤씨 덩치를 꾸준히 키우고 그룹 지주회사인 에스케이㈜와 합병해 그룹 지주회사의 대주주가 됐다. 현재 법원에서는 혼인 중 형성된 재산은 부인 몫을 절반까지 인정해주는 점을 감안하면, 지분 상당 부분을 넘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경우에는 너무 낮은 대주주 지분율 때문에 최 회장 취임 당시 상속 지분 포기 각서를 써준 형제들과 관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최 회장과 노 관장 사이에서 태어난 20대 자녀 셋 또한 회사 지분이 전혀 없는 상태여서, 지분 정리는 복잡하고 오랫동안 진행될 가능성도 크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으로서는 노 관장과 사이에 낳은 자녀들에게 지분을 상속해주는 방식으로 노 관장과 재산 분할을 진행하고 싶어할 것 같지만, 노 관장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그룹 고위 관계자는 “최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꼭 자녀들에게 넘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 보는 이목이 있는데 (지분 정리나 상속은) 순리대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