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실패,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주제로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맨 앞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뒤모습 보이는 이),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장하성 경제개혁연구소 이사장, 강철규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정운찬 동방성장연구소 이사장,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신광식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보수-진보 ‘재벌개혁’ 토론회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 학자들은 외환위기 이후 재벌의 성장 과실이 국민들에게 흘러가는 ‘낙수효과’가 실종되고, 경제력 집중과 불평등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재벌개혁’을 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미래가 어둡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국가미래연구원(김광두 원장)·경제개혁연구소(장하성 이사장)·경제개혁연대(김상조 소장)가 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재벌개혁 실패,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주제로 연 합동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재벌개혁 방안으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의견을 같이했다. 집단소송제는 담합사건처럼 다수의 소비자들이 소액의 피해를 입었을 때 손쉽게 구제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이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재벌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실제 피해액보다 더 무거운 배상 책임을 물리는 제도이다. 또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는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약속하고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표의 심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의 재벌기업, 무엇을 어떻게 개혁해야 하나’라는 큰 주제 아래 올해 6월부터 다섯차례에 걸쳐 진행됐던 보수-진보 합동토론회를 총괄 평가하고 향후 재벌 개혁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합동토론회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진영 논리를 깨고 변화와 개혁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날 사회는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보고, 정운찬 전 국무총리(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초청 패널로 참석했다. 또 토론자로는 보수 쪽에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신광식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이상승 서울대 교수가, 진보 쪽에선 장하성 고려대 교수, 김상조 한성대 교수, 김우찬 고려대 교수가 참석했다.
보수 진보 떠나 “재벌 낙수효과 실종
성장과실 국민들에게 흘러가지 않아” 정운찬 전 총리 “경제력 집중 못풀면
사회 파탄 혁명적인 상황 온다” 경고 김우찬 교수 “재벌개혁·경제민주화
공약 안지킨 정치인 총선서 심판을” 정운찬 전 총리는 “정치권력이든 경제권력이든 소수에 집중되는 사회는 오래가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4%를 차지하고, 4대 재벌의 매출액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80년대 초반에 20%였는데, 10년 전에는 40%, 지금은 60%까지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혁명적인 상황이 오고, 우리 사회가 파탄이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수 쪽인 신광식 교수는 “과거 한국 경제가 고속성장하던 시절에는 재벌의 성장 과실이 일반 국민들에게 흘러가는 낙수효과가 있었지만 외환위기 이후 사라졌다. 시대의 요구를 해결하는 것이 지식인의 역할인데 정치·경제·언론·법조 등 엘리트집단들이 재벌 중심의 이해관계에 갇혀 변화의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는 보수-진보로 구분하는 대신 변화를 주장하는 세력(개혁)과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수구)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진보 쪽인 김상조 교수도 “재벌의 낙수효과가 실종된 것에 보수와 진보가 공감을 이룬 게 토론회의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김상조 교수는 “공정거래법의 사전적·금지적 규제만으로 재벌 개혁을 이루려는 것은 낡은 생각이고, 새로운 법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수 쪽인 이상승 교수도 “회사법, 금융법, 세법, 도산법 등 다양한 영역의 법제도가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는 방식으로 재벌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김상조 교수의 생각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신광식 교수도 “공정거래법으로는 재벌의 반칙을 제어할 수는 있지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제대로 도와줄 수 없다. 재벌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불공정행위도 규제하기 위한 좀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승 교수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배상제를 도입하고, 소수 재벌에만 특혜를 주는 현행 시내 면세점 제도는 경매제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진보 쪽인 장하성 교수도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배상제만 도입돼도 재벌개혁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공감을 나타냈다. 진보 쪽인 김우찬 교수는 “개혁적 보수와 개혁적 진보 간에는 이견이 적다”며, △총수가 적은 지분만을 가지고도 거대 재벌을 지배할 수 있게 하는 피라미드 출자와 순환출자 억제 △총수의 경영권 보호를 위한 ‘차등 의결권’ 반대 △총수 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 편취 규제 △투자자 보호 △전문경영인 권한 강화 등을 구체적 예로 꼽았다. 김우찬 교수는 “다가오는 총선에서는 2012년 대선 때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은 정치인들을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두 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만드는 데 참여한 사람으로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장하성 교수는 “정작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사과나 해명을 한 적이 없다”며 “총선에서는 대통령은 물론 경제민주화를 약속한 정치인들에게도 사과와 해명을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초청 패널인 박영선 의원은 “재벌개혁을 하지 않으면 선진국 진입이 불가능하고 젊은이들의 희망과 미래가 사라질 것”이라며 “총선과 대선에서 재벌개혁이 주요 이슈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성장과실 국민들에게 흘러가지 않아” 정운찬 전 총리 “경제력 집중 못풀면
사회 파탄 혁명적인 상황 온다” 경고 김우찬 교수 “재벌개혁·경제민주화
공약 안지킨 정치인 총선서 심판을” 정운찬 전 총리는 “정치권력이든 경제권력이든 소수에 집중되는 사회는 오래가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4%를 차지하고, 4대 재벌의 매출액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80년대 초반에 20%였는데, 10년 전에는 40%, 지금은 60%까지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혁명적인 상황이 오고, 우리 사회가 파탄이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수 쪽인 신광식 교수는 “과거 한국 경제가 고속성장하던 시절에는 재벌의 성장 과실이 일반 국민들에게 흘러가는 낙수효과가 있었지만 외환위기 이후 사라졌다. 시대의 요구를 해결하는 것이 지식인의 역할인데 정치·경제·언론·법조 등 엘리트집단들이 재벌 중심의 이해관계에 갇혀 변화의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는 보수-진보로 구분하는 대신 변화를 주장하는 세력(개혁)과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수구)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진보 쪽인 김상조 교수도 “재벌의 낙수효과가 실종된 것에 보수와 진보가 공감을 이룬 게 토론회의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김상조 교수는 “공정거래법의 사전적·금지적 규제만으로 재벌 개혁을 이루려는 것은 낡은 생각이고, 새로운 법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수 쪽인 이상승 교수도 “회사법, 금융법, 세법, 도산법 등 다양한 영역의 법제도가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는 방식으로 재벌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김상조 교수의 생각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신광식 교수도 “공정거래법으로는 재벌의 반칙을 제어할 수는 있지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제대로 도와줄 수 없다. 재벌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불공정행위도 규제하기 위한 좀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승 교수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배상제를 도입하고, 소수 재벌에만 특혜를 주는 현행 시내 면세점 제도는 경매제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진보 쪽인 장하성 교수도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배상제만 도입돼도 재벌개혁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공감을 나타냈다. 진보 쪽인 김우찬 교수는 “개혁적 보수와 개혁적 진보 간에는 이견이 적다”며, △총수가 적은 지분만을 가지고도 거대 재벌을 지배할 수 있게 하는 피라미드 출자와 순환출자 억제 △총수의 경영권 보호를 위한 ‘차등 의결권’ 반대 △총수 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 편취 규제 △투자자 보호 △전문경영인 권한 강화 등을 구체적 예로 꼽았다. 김우찬 교수는 “다가오는 총선에서는 2012년 대선 때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은 정치인들을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두 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만드는 데 참여한 사람으로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장하성 교수는 “정작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사과나 해명을 한 적이 없다”며 “총선에서는 대통령은 물론 경제민주화를 약속한 정치인들에게도 사과와 해명을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초청 패널인 박영선 의원은 “재벌개혁을 하지 않으면 선진국 진입이 불가능하고 젊은이들의 희망과 미래가 사라질 것”이라며 “총선과 대선에서 재벌개혁이 주요 이슈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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