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을 마친 대학생이 학사모를 쓴 채 학교 취업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노사정 합의 기대 못 미친다며
경제 5단체 “입법청원 나설 것”
올 채용 줄이겠다는 500대 기업은
늘리겠다는 곳의 2배 달해
경제 5단체 “입법청원 나설 것”
올 채용 줄이겠다는 500대 기업은
늘리겠다는 곳의 2배 달해
경제 5단체가 노사정 합의 내용이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노동 개혁에 턱없이 미치지 못해 앞으로 국회 입법청원을 통해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노동 개혁의 목적은 고용·임금 축소가 아니라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청년 고용을 주도해야 할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올해 신규 채용을 지난해보다 줄이겠다는 기업이 늘리겠다는 기업의 두 배에 달해, 경제계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경련·대한상의·경총·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5단체는 15일 발표한 ‘노사정 합의에 대한 경제계 입장’에서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드는 노동 개혁이라고 평가하기에 매우 부족하다”며 “많은 대기업이 청년고용 확대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적극 동참했지만 노동계는 과보호 받고 있는 기득권 노동자의 권리를 내려놓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과 (저성과자에 대한) 근로계약 해지 등 핵심 쟁점에 대해 현행법과 판례에 따라 요건·기준·절차를 명확히 한다는 선에서 그쳐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기는커녕 현재의 경직성을 그대로 고착화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면서 “노사정 합의로는 진정한 노동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명백해진 만큼 경제계는 부족한 부분을 중심으로 국회에 입법청원을 통해 노동 개혁의 마지막 시도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전경련이 이날 삼성전자·현대차·에스케이이노베이션·엘지전자 등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종업원 300명 이상 기준)을 대상으로 올해 신규 채용 계획(신입과 경력직 포함)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보다 감소’라는 응답이 35.8%로 ‘지난해보다 증가’라고 응답한 19.6%의 2배 수준에 이르렀다. 나머지 44.6%는 지난해와 비슷하다고 답했다. 특히 주로 생산직에 종사하는 고졸 신입사원 채용 규모는 ‘지난해보다 감소’라는 응답이 48.5%로 ‘지난해보다 증가’라는 응답 4.9%의 10배에 달했다.
신규 채용을 지난해보다 줄이는 이유로는 국내외 경기상황 악화(61.6%), 회사 구조조정(21.9%) 등 경영난 요인이 83.5%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간 경제계가 노동 개혁 논의 과정에서 비용증가 요인으로 지목했던 정년연장 시행(4.1%), 통상임금 증가 등 인건비 부담(4.1%)을 꼽은 응답은 8.2%에 그쳤다.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해서는 이미 도입했거나(31.4%), 앞으로 도입할 계획(49.5%)이라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500대 기업의 신규 채용 계획 조사 결과는 최근 대기업들이 겉으로는 정부 요청과 사회적 압력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 계획을 발표하지만, 뒤로는 경영난을 이유로 인원 축소 등 구조조정을 확대하고 있는 것과 흐름을 같이한다. 국내 최대인 삼성전자는 판매부진의 여파로 본사 지원 인력을 사업부서로 재배치하거나 줄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올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도 임원 30% 이상 감축과 직원 희망퇴직 등의 방법으로 대규모 인원 감축에 들어갔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이슈노사정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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