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30년차 근로자 임금, 1년차의 4.3배’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언뜻 제목만 보면 직장 내 고령의 노동자가 신입사원보다 4배 넘게 월급을 받는 것으로 읽힌다. 전경련 자료는 근속연수별 임금격차를 분석한 결과, 2014년 30년차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638만원으로, 1년차 근로자 149만원의 4.3배라고 밝혔다. 특히 우리나라 제조업 30년차 직원의 신입사원 대비 임금격차는 3.5배로, 일본(2.4배), 독일(1.9배), 영국(1.6배), 프랑스(1.5배), 스웨덴(1.1배)에 견줘서 월등히 높다고 주장했다. 노동개편 논란 중에 임금피크제나 저성과자 해고제 도입 등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취지였다.
전경련이 말한 ‘30년차 근로자’란 이직하지 않고 한 직장에서만 30년을 일한 사람을 뜻한다. 기자 주변에 한곳에서 30년간 일한 노동자를 꼽아보려 하니, 공무원과 대기업 임원 등을 빼면 농사일을 하는 친척밖에 없었다. 실제 엘지(LG)전자만 살펴봐도 임원 319명 가운데 조성진 사장 등 33명(10.3%)이 30년 넘게 한곳에서 일하고 있지만, 전체 임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9.9년에 그친다. 민간 기업 직장인이 한곳에서 30년 넘게 일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1년차 근로자’의 현실은 어떠한가? 오랜 구직활동 끝에 최근 작은 정보통신 업체에 취직한 40대 사촌형이 떠올랐다. 전경련 자료 기준으로는 기자의 사촌형을 비롯해 고용 불안에 시달리며 2년마다 자리를 옮기는 40~50대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새 일자리를 찾으면 1년차 노동자다.
전경련은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담긴 82만4439명의 원데이터를 분석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노동부 원자료를 보면, 우리 노동자 평균 근속연수는 6.0년에 불과하다. 연령별 월급여를 보면 20대(20~20살) 170만원, 30대(30~39살) 254만원, 40대(40~49살) 272만원으로 오르다가 50대(50~59살) 249만원, 60대(60살 이상) 174만원으로 점점 내려간다.
전경련은 이런 내용들은 접어둔 채, 독특하게도 1년차·10년차·20년차·30년차 노동자라는 ‘근속연수 기준’으로 자료를 분석했다. 이어 1년차 대비 10년차가 2.5배, 20년차 3.7배, 30년차 4.3배, 31년차 이상이 4.4배 이상 임금을 높게 받는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런 비교분석의 실제 내용은 매번 일터를 옮겨야만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한 직장에서 오래 직장 생활을 한 임원급이나 오랜 근속이 가능했던 극소수 직장인의 임금 수준을 견준 데 가깝다.
전경련의 주장과 달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청년(16~29살) 대비 고령자(50~65살) 임금 비율은 1.2배로 23개 나라 가운데 19위로 격차가 적은 편이었다. 네덜란드가 1.7배로 가장 많았고, 미국, 독일, 덴마크 등은 1.6배 수준이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전경련이 원자료를 왜곡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그냥 따라 쓰는 언론도 문제”라고 짚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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