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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단독] 건물 사고 로비하고…‘서울모터쇼’는 자동차협회 곳간

등록 2015-09-10 01:53수정 2015-09-10 11:30

지난 4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5 서울모터쇼 전경. 고양/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 4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5 서울모터쇼 전경. 고양/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산업권력 ‘자동차산업협회’
국내 최대 자동차 전시회인 ‘서울모터쇼’의 수익 대부분이 국내 완성차 5개 업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의 건물 매입과 대정부·국회 로비 활동에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로 20돌을 맞은 서울모터쇼는 소비자인 시민들의 관람료, 국고보조금, 국내외 업체들의 참가비 등을 재원으로 열린다. 하지만 수익의 열매를 모터쇼 질 개선이나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한 공익 제고 등에 돌리지 않고 협회가 독식하는 모양새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모터쇼 공식 주최자는 자동차산업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KAICA),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로 구성된 서울모터쇼조직위원회이다. 그러나 사업비 집행과 정산 등 핵심 업무는 자동차산업협회가 맡고 있다. <한겨레>가 9일 정의당 김제남 의원실을 통해 단독 입수한 1995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모터쇼 손익계산서를 보면, 자동차산업협회는 9차례 열린 서울모터쇼를 통해 약 268억7500만원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9차례 서울모터쇼 268억 벌어
협회 건물 사들이는 데 119억 써
124억은 일반회계로 들어가
정부·국회 로비 등에 쓰여

정부는 모터쇼서 이익 남는데도
7차례 걸쳐 9억여원 국비 지원
모터쇼 운영 관련 감사도 안받아
협회 감사선 “법인카드 관리 부실”

1995~2013년 서울모터쇼 수익금 가운데 자동차산업협회 건물회계로 넘어간 돈은 119억600만원이다. 1988년 서울 여의도 63빌딩 사무실을 빌려 업무를 시작한 자동차산업협회(당시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세간살이는 갈수록 화려해진다. 1998년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옛 자동차 회관을 매입해 사용하다가 105억원에 팔고 2007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자동차 회관 건물을 사서 이전했다. 새 자동차 회관 매입 비용 31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권에서 100억원을 빌렸으며, 서울모터쇼 수익금 등으로 빚을 갚았다. 나머지 수익금 가운데 124억8600만원은 ‘고유목적사업준비금’ 명목으로 협회의 일반회계로 건너갔다. 이렇게 일반회계로 들어간 서울모터쇼 수익금은 5개 회원사로부터 거둔 회비 등과 합산돼 각종 사업비로 사용된다. 최근 3년간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협회는 안전·환경 규제나 노사 정책 등을 자동차 업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한 ‘로비’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전체 서울모터쇼 수익금 268억7500만원에서 협회 건물·일반 회계로 넘어간 금액을 빼고 남은 돈은 24억원에 불과하다. 모터쇼 발전을 위한 재투자는 소홀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자동차산업협회를 비롯한 서울모터쇼조직위는 사업비 재원 가운데 절반가량을 수익으로 남긴 것으로 보인다. 사업 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국내외 업체로부터 받는 참가비이다. 2013년 참가비 총액은 87억원이었다. 참가비를 포함해 입장료 37억원, 국고보조금 1억9천만원 등 140억원가량이 협회 쪽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당시 모터쇼 실제 사업비로 쓰인 돈은 전시장 임차료 20억원, 광고비 11억원, 용역비 13억원, 업무추진비 4억원 등 65억원에 그쳤다. 이는 들어온 돈 140억원 가운데 절반도 안 된다. 결국 남긴 수익 가운데 50억900만원은 행사를 주도한 자동차산업협회 몫이 됐다. 공동 주최단체인 수입자동차협회와 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는 남은 20억원을 ‘참가 업체 유치 수수료’ 명목으로 배분했다. 서울모터쇼 누리집을 보면 2013년 전시회 당시 업체 참가비는 전시관 1㎡당 22만원(독립 부스 기준), 입장료는 일반인 1만원, 초중고 학생 7천원이었다.

서울모터쇼에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할 ‘혈세’가 들어간 점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서울모터쇼에 ‘국내 전시회 지원사업’ 일환으로 2002년부터 2015년까지 7차례에 걸쳐 9억5400만원을 지원했다. 경기도에서도 2005년부터 2013년까지 5차례에 걸쳐 6억7000만원을 지원했다고 자동차산업협회는 밝혔다. 사업비 재원의 절반을 수익으로 남긴 2013년 서울모터쇼에도 국고보조금 7천만원이 주어졌다. 당시 협회는 한국전시산업진흥회에 국고보조금을 신청했고 서울모터쇼는 ‘유망 전시회’로 인정받아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산업부 무역진흥과는 “전시회 지원 결정에서 중요한 것은 외국 바이어 숫자”라고 설명했다. 유망 전시회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은 총 전시면적 5천㎡ 이상, 참가업체 100개사(해외 업체 10개사) 이상, 외국 바이어 100명 이상 등이다.

이처럼 혈세가 들어갔지만 정부의 관리·감독은 소홀했다. 산업부는 2013년 5월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주무관청으로서 비영리법인인 자동차산업협회에 대한 감사를 시행했다. 감사 결과 처분요구서를 보면 협회는 법인카드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출이 제한된 업종에서는 물론 심야시간이나 주말에 법인카드로 총 2729만원을 결제했다는 것이다.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맺거나 초과근무 수당을 근무 실적과 무관하게 일괄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더구나 감사가 진행되는 시점까지 협회가 문서 작성과 발송, 문서 결재 등 모든 사무 관리를 손으로 작성해 사무의 효율성과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언급도 있다. 전자결재 시스템은 지난해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산업부 감사는 인사·계약·카드 등 협회 운영에 대해서만 진행됐으며 서울모터쇼 운영 부분은 감사 대상에 아예 포함되지도 않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제남 의원은 서울모터쇼 운영 구조에 대해 “서울모터쇼의 질이 저하되고 위상이 흔들리는 이유는 주최 쪽이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국민적 축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업계, 소비자, 시민이 주도하는 운영구조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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