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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단독] 자동차 교환·환불법 왜 표류하나 봤더니…

등록 2015-09-10 02:17수정 2015-09-10 15:28

자동차산업협회 구성·역할은
현대·기아차 등 5개 업체 이익 대변
세 감면 등 유리한 내용 정책에 반영
불리한 법안은 로펌에 의뢰 ‘제동’
1995년부터 서울모터쇼를 운영해온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현대·기아자동차, 한국지엠(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5개 업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로, 산업통상자원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비영리법인이다. 모터쇼를 담당하는 전시사업팀이나 산업조사팀 외에 자동차 정책에 대응하는 정책기획팀·환경기술팀·교통안전팀·통상협력팀 등 6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9일 <한겨레>가 정의당 김제남 의원실을 통해 단독 입수한 자동차산업협회 2012~2014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협회는 정부 각 부처, 국회 등에 업계 의지를 전방위로 전달해 정부 정책과 입법 과정에서 회원사의 이익을 최대한 끌어내는 데 집중해왔다. 자동차 안전·환경 규제나 노사 정책을 업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나가기 위해 포럼 운영, 연구용역 발주, 기획기사 게재 등 광범위한 활동도 펼쳤다. 이 결과 지난해엔 하이브리드·전기차 개별소비세 감면 연장 등 42건을 제안해 모두 24건이 정책에 반영됐으며, 7건은 부분 반영됐다고 보고서는 전한다.

자금과 조직력을 갖춘 산업권력의 촘촘한 로비 활동은 개별 소비자의 이익과는 반대로 내달리기 쉽다. 품질 결함이 있는 자동차를 구입했을 때 교환·환불을 쉽게 하는 미국식 소비자보호제도인 이른바 ‘레몬법’의 국내 입법이 표류하고 있는 현실에서도 이런 산업권력의 그림자를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 2012~2013년 자동차 교환·환불 입법화가 추진되자, 자동차산업협회는 대형 로펌에 의뢰해 업계 부담을 줄이는 방향의 법안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처럼 자동차 환불·교환을 법으로 규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는 2000년대 후반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소비자기본법 시행령에 근거한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자동차 교환·환불이 가능하지만, 이러한 기준은 권고에 그쳐 실효성이 낮은 상황이다.

2012년 10월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이 중대 하자로 3회 이상 수리하고도 같은 고장이 발생할 경우 국토부 장관이 교환·환불을 명령할 수 있도록 자동차관리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자, 협회는 곧바로 법무법인 태평양에 대안 마련을 위한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해당 연구를 담당한 변호사는 법제처 출신으로 국토부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보고서를 통해 “의원안은 불명확한 요건으로 제조사에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며, 면책 조항 추가, 과태료 규정 삭제 등 업계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의 대안을 제시했다.

이처럼 자동차 업계는 협회뿐 아니라 각 사의 대관 인력을 통해 정부와 국회에 레몬법 반대 로비 활동을 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의 입법 찬성 목소리는 제대로 규합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2015년 현재,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 개선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자동차 기술은 굉장히 전문적인 영역이라서, 소비자 단체들도 업체에 맞서 문제를 지적하는 데 한계가 많다”며 “공정위 고시 실효성을 높이거나 특별법을 마련하는 등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자동차산업협회 회원사 가운데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업체는 현대·기아차이다. 해마다 거두는 회비(2013년 기준 약 70억원)의 40%까지는 모든 회원사가 동일하게 내지만 나머지 60% 금액은 전년도 매출액에 비례해 분담금이 결정된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자동차 업체 임원은 “회비를 더 많이 부담하는 현대·기아차 중심으로 협회 정책이 결정되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총회는 회장과 회원사 대표 5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사회는 상근 회장과 비상근 임원 13명으로 구성된다. 회비 분담률에 따라 각 회원사에 배정된 비상근 임원 수도 달라진다. 2015년 8월 기준으로 현대차와 기아차 소속 비상근 임원은 7명으로 이사진의 절반을 차지한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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