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백지신탁’ 있어도 소송 내며 버텨
금융권 수장들에 ‘슈퍼갑’ 지위 유지
18대 국회서도 2명 사례
‘사적이익 추구 방지 장치’ 유명무실
금융권 수장들에 ‘슈퍼갑’ 지위 유지
18대 국회서도 2명 사례
‘사적이익 추구 방지 장치’ 유명무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부실화한 경남기업에 대한 특혜성 금융지원을 부탁하기 위해 금융당국 고위 인사나 채권은행 최고경영자들을 두루 만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부정한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가 공직자의 사적 이익 추구 방지를 위한 ‘주식백지신탁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국회의원 임기 내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었던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국무조정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금융업계엔 국회 정무위원이 ‘수퍼갑’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성 전 회장을 만난 금융권 수장들은 한결같이 “정무위원이 만나자고 하는데 어떻게 거부할 수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은 자신이 최대주주인 경남기업을 살리기 위해 정무위원의 ‘권한’을 적극 활용했다. 경남기업이 2013년 10월 3차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기 전후로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등 당시 금융당국 수장과 접촉했고, 이팔성·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엔에이치(NH)농협금융지주 회장(현 금융위원장),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홍기택 산업은행장 등 경남기업 채권은행 최고경영자들도 잇따라 만났다. 성 전 회장은 경남기업 워크아웃 담당 국장이던 김진수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워크아웃을 앞둔 시점에 의원회관 사무실로 직접 부르기도 했다. 김 전 부원장보는 대주주 지분축소(감자)없이 경남기업 워크아웃을 하도록 주채권은행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성 전 회장이 직접 채권은행을 방문해 무리한 대출 요구를 했다는 증언들도 나오고 있다. 성 전 회장은 국회 정무위 회의 자리에서 건설업계에 대한 금융권의 지원을 공개적으로 주문하기도 했다. 금융권 수장들을 상대로 한 전방위 로비의 결과인지 확인되지는 않지만, 경남기업은 결국 지난해 2월 1000억원 출자전환 조건으로 3800억원의 신규자금을 포함해 6300억원대의 자금 지원을 약속받았다.
성 전 회장이 경남기업 지분 21.5%를 보유한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이해가 충돌할 수 있는 국회 정무위에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소송을 통해 시간을 끌면서 ‘주식백지신탁제도’를 사실상 무력화시켰기 때문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을 포함한 공직자는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인정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3000만원 이상의 보유 주식은 매각 또는 백지신탁해야 한다. 성 전 회장은 2012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정무위에 배치되자,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로부터 경남기업의 주식이 직무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정무위에서 활동하려면 지분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라는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은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냈고, 법원의 최종 결정이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버티기’에 들어가 결국 지난해 6월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할 때까지 2년 넘게 정무위원으로 활동했다.
18대 국회에서도 배영식 새누리당 의원과 김정 새누리당 의원이 주식 매각 또는 백지신탁 판정을 받자 소송으로 대응해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에 해당 상임위원 임기가 끝난 사례가 있었다. 공직자윤리법이 주식 매각·백지신탁 규정을 두고 있지만 소송을 통한 버티기 탓에, 국회의원의 사적 이익 추구를 방지하는 장치로서의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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