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의 실적이 세계적인 철강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 등으로 2011~2012년을 기점으로 크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전남 광양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직원들이 조업을 하고 있는 모습. 광양제철소 제공
주력 산업이 흔들린다
➊ 출구 안보이는 철강업
➊ 출구 안보이는 철강업
외환위기를 견뎌낸 기업들에게는 호시절이 열렸다. 거대 경제권과 잇따른 자유무역협정 체결, 법인세의 지속 인하, 저금리라는 3종셋트가 기업들을 지원했다. 원화가치 약세도 수출기업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그 덕에 기업 수익은 급증했다. 그런 기업들의 실적이 최근 꺾이고 있다. 자동차·전자 정도가 안정적으로 굴러가고 있고, 나머지 대부분의 업종 기업이 가파른 경사의 내리막길을 걷는 모습이다. 한국경제의 앞날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핵심 산업의 흔들리는 현주소를 진단한다.
업계 1·2위 포스코·현대제철마저
지난해 영업이익 ‘반토막’ 신세
‘제품 안파는 게 차라리 나아’ 푸념
설비투자 축소등 생존 안간힘
“수급개선 최소 2~3년 걸릴 듯” 무엇보다 중국발 공급 과잉이 골칫거리다. 세계철강협회 자료를 보면, 2012년 기준으로 세계 철강 수요는 11억1238만톤, 공급은 15억4501만톤이다. 4억톤 넘는 물량이 과잉공급된 것이다. 과잉물량 가운데 2억톤가량이 중국에서 나온다. 반면 철강 수요는 제자리걸음이다. 세계철강협회는 올해 철강 수요가 지난해에 견줘 3.1% 늘어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본다. 금융위기 전 연평균성장률 6%와 견주면 절반 수준이다. 이는 중국의 성장률 둔화로 인한 수요 부진 영향이 크다. 중국은 세계 철강 수요의 50%를 차지한다. 철강 수요산업인 건설·조선의 침체 여파도 작용했다. 업계에선 제품을 파는 것보다 차라리 갖고 있는 게 낫다는 푸념까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저성장, 저마진 상태에 빠졌다. 철강 수급 회복이 안 되니 투자를 해도 시장이 따라오지 않는다. 제품을 팔면서 겨우 영업이익은 나고 있지만 최소 2015년까지는 암흑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저가·편법 수출은 국내 철강업계를 더욱 힘겹게 만들고 있다. 중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물량이 유통가격을 왜곡하는 것은 물론 우리 수출업체들의 경우 동남아 등 주요 수출지역에서 중국산 저가 철강재와 경쟁해야 한다. 국내로 들어오는 중국산 제품 가운데 일부 철근은 국산으로 둔갑해 유통돼 해당 업체가 검찰에 고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또 건설 구조물로 쓰이는 중국산 일부 에이치(H)형강은 중량 미달인 경우도 있다. 지난해 중국 철근 수입량은 30만여톤이었으나 올해 상반기(6월 기준) 수입량이 벌써 26만톤을 넘었다. 철강업체들은 설비투자를 줄이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36개 철강업체는 올해 4조5724억원의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24.8% 감소한 규모다. 그동안 외형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 덩치를 불려왔으나 당분간 생존 전략으로 수익성 개선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하지만 건설·조선업체들이 원재료 가격 하락을 등에 업고 제품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철강업체들로선 ‘갑’인 고객들의 요구를 외면하기도 어렵다. 이재광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강금속산업 전망에 대해 “향후 글로벌 철강 수급은 그동안 쌓인 5억여톤의 잉여설비를 소화하는 구간으로 접어들 것으로 본다. 수급개선 시점이 관건인데, 중국 철강산업 구조조정 효과와 철강 수요 증가 속도에 따라 시기는 달라질 수 있다. 최소 2~3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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