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지폐번호만으로 어렵다”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건네진 5000만원의 지폐 일련번호와 이를 싼 포장번호만으로는 돈이 인출된 은행과 인출한 인물을 정확하게 추적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들은 2000만원 이상의 현금 거래 내역을 보관하고 있는 금융정보분석원 자료와 시중은행 입출금 내역을 조사하면 인출자를 찾는 게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4일 공개된 지폐 사진을 보면 5000만원은 5만원권 100장씩 10개의 묶음 다발이 ‘관봉’된 상태였다. 관봉이란 시중은행에 지폐를 공급하는 한국은행이 조폐공사가 제조한 신권을 납품받는 방식으로 지폐 100장 묶음 10다발을 비닐로 압축 포장한 상태를 말한다. 중요한 것은 지폐 일련번호와 관봉의 포장번호가 공개됐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자금의 유통 경로를 추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쪽은 “한은이 조폐공사에서 납품받는 신권은 조폐공사 대장에만 기록될 뿐, 한은에서 시중은행으로 나갈 때는 따로 기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 역시 “5만원권 뭉치의 일련번호만으로는 정밀 추적이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자금이 한번에 인출됐을 가능성이 점쳐지는 만큼 장 전 주무관이 이 돈을 받을 무렵에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자료와 시중은행의 입출금 내역 등을 광범위하게 추적해보면 인출자를 찾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시중은행은 현금으로 2000만원 이상을 인출한 사람의 기록을 금융정보분석원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또 해당 은행은 고객에게 자금 인출 목적과 원천 등을 기재한 사유서를 요청하게 된다. 고객이 제출을 거부할 경우 자금세탁의 혐의가 있는 거래로 보고 따로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런 경우 현금이 인출된 은행 지점을 알아내는 게 단서가 된다”며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돈거래가 이뤄진 날짜를 전후로 5000만원 이상을 인출한 사람 가운데 돈을 건넨 인물과 관련된 주변인 등으로 대상을 좁혀가면 추적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설처럼 대량의 자금을 공급할 때가 아니면 관봉 형태의 돈뭉치가 일선 영업점으로 내려가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돈이 전달된 시기가 지난해 4월이란 점을 고려하면 극히 드문 사례이고, 일선 지점을 통하지 않고 은행 본점에서 직접 돈이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있어 대상을 좁힐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관봉 형태의 뭉칫돈은 고위층 비리 수사에 있어서도 드문 경우다. 특수부 출신 한 변호사는 “기업을 많이 압수수색해봤지만 관봉된 돈뭉치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검찰이 수사에 나선다면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분석이다.
권은중 이재명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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