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 로드릭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인터뷰/대니 로드릭 교수
글로벌 금융거래세 지지
“세계화, 목적 아닌 수단”
글로벌 금융거래세 지지
“세계화, 목적 아닌 수단”
대니 로드릭(사진)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시장만능주의를 비판하고 진보적 대안을 제시해온 대표적인 학자이다. <자본주의 새판짜기-세계화 역설과 민주적 대안> <더 나은 세계화를 말하다> 등의 저서가 국내에 번역돼 있다. 그는 지난달 말 <한겨레>와 한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금융·무역 세계화의 목표치를 낮추고 각 국가의 정책공간을 더 열어주는 방식으로 세계경제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1980년대 이후 금융세계화는 불안정과 불평등을 초래했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세가지 원칙이 중요하다. 첫째, 금융규제는 국가 단위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 국제협력도 강대국의 이해를 주로 반영해 나머지 국가의 실정엔 잘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보조금·지적재산권·투자협정 관련 규정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각국 정책입안자들은 결코 국제기구의 뒤에 숨어선 안 된다. 둘째, 국가가 자신의 선호와 필요에 따라 여러가지 다른 유형의 규제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일부 국가는 금융안정 조처를 더 넓게 하면서 금융혁신 조처는 더 적게 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고, 일부 국가는 그 반대를 선택할 수 있다. 셋째, 각 국가가 금융시스템과 규제를 보호하기 위해 국경간 금융거래를 규제할 권한을 가져야 한다. 이것은 국가가 국경간 금융거래를 제약하거나 세금을 매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경간 금융거래세에 이른바 ‘토빈세’도 포함되는가?
“그렇다. 나는 토빈세, 또는 글로벌 금융거래세 도입을 지지한다. 적절하게 설계되고 세율이 낮다는 조건에서라면 모든 국가가 그런 세금을 실행하는 데 동의하지 않더라도 실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예측불가능한 대규모 자본 흐름의 역효과에 대응하는 조처라기보다는 유용한 세입의 원천이라는 의미가 크다. 세율이 낮기 때문에, 토빈세는 투기적 압력을 제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1980년대 이후 규제완화와 금융세계화, 감세 등을 핵심으로 한 시장만능주의 경제시스템은 2008년 위기를 계기로 파산했다.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고 보는가?
“금융·무역 세계화에 관한 목표치를 낮추고, 개별 국가의 역할을 더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세계경제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각 나라가 금융규제와 관련해 서로 다른 선호와 요구를 갖고 있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또 각 나라가 국제 무역과 금융세계화의 힘에 밀려 이런 규제가 제약받는 것을 막을 권리를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가 자신의 제도를 보호할 권리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다른 국가에 강제할 권한은 없다. 각각 건전한 국가경제를 건설하고 민주주의를 형성하도록 좀더 많은 정책공간을 열어주는 것이 세계화를 강화시킬 수 있다. 나는 이를 ‘세계화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자본주의 경제는 2차대전 이후 1970년대 초반까지 브레턴우즈 체제로 안정적 경제성장을 이루고 복지국가를 만드는 등 황금기를 구가했다. 이런 경험을 새로운 국제금융질서를 만드는 데 적용할 수 있나?
“더 많은 세계화가 더 좋은 세계화는 아니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브레턴우즈 체제의 강점은 개별 국가에 경제를 관리·재조정할 수 있는 충분한 여지를 남겨두었다는 데 있다. 당시 세계화는 목적이기보다는 수단이었다. 우리가 건전한 세계화를 원한다면 그런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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