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2009년 임기 1년반 남기고 돌연 사퇴
“윤진식 당시 경제수석이 사퇴압력 총지휘”
“윤진식 당시 경제수석이 사퇴압력 총지휘”
지난 2009년 10월 임기 1년반을 남겨두고 돌연 사퇴했던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강제 사퇴의 배후로 현 정권 실세인 박영준 당시 국무차장, 윤진식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목했다.
이 전 이사장은 11일 부산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개한 ‘한국거래소(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 사퇴 2주년에 즈음하여’라는 문서를 통해 “이사장 사퇴 압력은 당시 관련기관 직책을 맡았던 인사들을 놓고 볼 때,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의 총지휘 하에, 박영준 국무조정실 국무차장이 행동대장을 맡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진동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조연 역할을 맡아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이사장은 사퇴 당시 이미 정권에 밉보여 밀려나는 것이라는 뜻을 밝혔지만, 사퇴 압력을 행사한 당사자들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었다.
그는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 회의를 하루 앞둔 2009년 1월 28일 윤진식 수석이 제의해 서울 시내 모처에서 만난 자리에서 이사장직 사퇴를 종용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전 이사장은 2008년 3월 취임 직후부터 사퇴 압력에 시달려왔으며, 거래소 조직에 큰 부담을 안긴 공공기관 지정 뒤 끝내 사임했다. 그는 “당시 공공기관운영회의 주무였던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박영준 국무차장에게 회의 주도를 맡기고 자신은 개회만 한 뒤 퇴장하는 무소신과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 주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이사장이 후보 확정 전 경쟁을 벌였던 후보군에는 현 정권 실세의 하나로 꼽히는 이팔성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끼어 있었다. 이 전 이사장의 사퇴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터져나온 파열음의 배경이다. 거래소 안팎에선 정권 실세 쪽에서 낙하 투입하려던 인사를 제친 데 따른 괘씸죄가 그 뒤 거래소에 대한 검찰 수사, 감사원 감사로 이어지고 결국 사퇴 소동에까지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이 전 이사장은 사퇴 당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한 국가는 우리나라밖에 없고, 주요20개국(G20) 의장국의 위상도 심각히 훼손하는 일이므로 거래소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을 조속히 해제할 것”을 주장했고, 지금도 이런 소신을 펴고 있다.
김영배기자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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