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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이정환 전 이사장 사퇴까지 무슨 일이....?

등록 2011-10-11 14:17수정 2011-10-11 16:55

“MB정부 낙하산 위한 첫 희생 시범케이스”
 한국거래소(KRX) 신임 이사장 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박상용 연세대 교수)가 열린 2008년 2월26일은 시기상 매우 미묘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로, 전반적인 관리 체계가 미처 잡히지 않은 때였다. 전임 이영탁 이사장 임기는 그 전에 끝나게 돼 있었지만, 정권인수위원회 쪽의 뜻에 따라 정권 출범 뒤로 미뤄져 있었다.

 후보추천위에는 모두 9명이 출사표를 던졌고, 1차로 후보군은 3명으로 좁혀졌다. 이 과정에서 현 정부의 실세로 분류됐던 이팔성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탈락하고 만다. 3명 후보군에 포함돼 3월에 최종 이사장에 뽑힌 이정환씨와 거래소를 둘러싼 파열음이 뒤이어 터져나온 실마리였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후보추천위에서 원칙대로 선정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권 출범 직후여서 이른바 실세였던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는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정환 이사장이 선임된 직후 증권가에서는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권에 ‘괘씸죄’를 지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증권예탁원 사장을 비롯해 임기를 앞둔 공공기관장들이 잇따라 옷을 벗었던 게 이 즈음이었다.

 이정환 이사장이 취임한지 한달 가량 지난 그 해 4월 거래소에 치명타를 가한 언론 보도가 터져나왔다. ‘거래소가 골프 접대 등으로 10억원을 지출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보도 탓에 거래소는 방만 경영의 대표격으로 찍혀 곳곳에서 맹공격을 받았다. 거래소 관계자는 당시를 회고하며 “2005년부터 지출한 접대비를 모두 모아서 쓴 다분히 작의적인, 그것도 청와대발 기사였다”며 “외부에서 볼 때는 어떨지 몰라도 (접대비는) 통상적인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거래소 임원이 10명을 웃돌고 기업설명회(IR)가 많이 열리던 때였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거래소의 방만 경영에 대한 지적이 나온 지 한 달 뒤 검찰에서 거래소에 대한 전방위 수사에 나서고, 압수수색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국외 기업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던 이정환 이사장이 부랴부랴 귀국하는 소동을 벌였던 게 이때였다. 석달 동안 이어진 검찰 수사에서 뚜렷하게 노출된 비리는 없었다. 자회사인 코스콤 직원 3명이 협력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게 드러나 구속된 게 전부였다. 이 와중에서 이정환 이사장은 끊임없이 사퇴 압력을 받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정부의 압박은 검찰 수사로 끝나지 않았다. 그 해 10월에는 감사원 감사가 이어졌다. 여기에서도 거래소의 불법 비리 행위가 드러난 건 없었다.

 이정환 이사장을 사퇴로 몰아간 결정적 계기는 한 해를 넘긴 2009년 1월, 거래소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이었다. 이 전 이사장이 11일 폭로한 바, 이 조처의 실무 주동자는 정권 실세인 박영준 당시 국무차장이었다. 이 조처에 따라 거래소는 정부로부터 예산 통제를 받고, 국정감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 이사장은 자신의 버티기 때문에 조직이 망가진다고 판단해 결국 사퇴에 이르게 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증권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한 나라는 슬로바키아 한 곳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1988년 민영화, 2005년 통합거래소 발족 및 주식회사 전환이란 큰 흐름을 거스른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원활하게 투입시키기 위한 ‘군기잡기’의 첫 대상으로 거래소를 찍었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한 외부 압박의 ‘종합 선물세트’였다”고 말했다.


김영배기자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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