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 특징
총지출 증가분의 3.5%…‘일자리 창출’ 구호 무색
신규사업도 미미…복지쪽 예산도 ‘제자리 걸음’
총지출 증가분의 3.5%…‘일자리 창출’ 구호 무색
신규사업도 미미…복지쪽 예산도 ‘제자리 걸음’
정부가 27일 발표한 내년 예산안의 기조는 ‘일자리’다. 복지확대 요구가 큰 상황에서 성장 쪽에 방점을 찍을 수 없자 ‘일자리 창출을 통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이란 조합을 모토로 내걸었다. 그러나 일자리·복지 부문 투자는 기존 사업을 끌어다 포장한 흔적이 곳곳에서 눈에 띄고, 실질적인 지원 규모 역시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청년창업 활성화 등 이른바 ‘4대 핵심 일자리’에 5606억원, 직접 일자리 창출에 4956억원, 저임금 노동자의 사회보험료 지원에 670억원을 각각 배정했다. 그러나 부문 간 중복분을 제외하면, 일자리 예산 총액은 10조1000억원으로 올해(9조5000억원)보다 6.8%, 6428억원 늘었다. 이는 내년 예산 총지출 증가분 17조원의 3.5% 불과하다. 환경부가 4대강 수질개선 인프라에 쏟아붓게 될 돈(6835억원)보다 적다. 예산안의 키워드로 삼을 만큼 대폭적인 재정 지원을 한다고 보기엔 다소 민망한 수준이다.
내용도 새로운 게 별로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인 미만 사업장의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는 사업(670억원) 정도를 빼면 신규 사업은 미미하다.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나는 고용서비스 인프라(3581억원 증가)는 계속사업 성격이 짙고, 정부가 역점을 두겠다는 4대 핵심 일자리도 대부분 1~2년 전 시작한 사업 규모를 좀더 늘리는 방식이다.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의 직접 일자리 창출 예산은 크게 늘리지 않았다. 올해보다 2만1000명 더 늘리는 게 정부 계획이다. 유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세계적인 경기둔화 여파로 민간부문의 고용 여력이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수진작과 성장의 선순환을 위해 직접 일자리 예산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복지예산도 사정은 비슷하다. 보건·복지·노동분야 예산(이하 복지예산) 증가율은 총지출 증가율(5.5%)보다 높은 6.4%다. 얼핏 보면 다른 부문보다 ‘대접’을 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따져보면 여전히 ‘최소한의 지출’에 머물렀다. 내년 증가율은 정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부터 따지면 올해(6.3%)에 이어 여전히 최저 수준이다. 나아가 국민이 낸 보험금을 돌려받는 공적연금과 사실상 복지예산으로 보기 힘든 보금자리주택 사업 등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증가율은 3% 후반에 불과하다. 신규사업으로 밝힌 기초생활수급자와 청년창업 지원 확대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실렸다기보다는 내년 선거를 겨냥한 여당의 강력한 요구로 포함된 측면이 크다.
특히 정부가 밝힌 향후 5년 동안의 중기재정운용계획을 보면, 복지예산 증가율은 평균 5.8%로 지난해(5.9%)보다 오히려 0.1%포인트 더 떨어졌다. 복지지출을 최소화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4대강 사업과 대규모 감세로 재정이 정부가 균형재정을 강조하고 있으니 복지예산은 계속 발목이 잡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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