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매경 종편과 연합뉴스 보도채널 지분 매입
부산저축도 25억…PF 부실속 고위험 투자 논란
은행들 “언론사 강압”…해당언론 “자발적 참여”
부산저축도 25억…PF 부실속 고위험 투자 논란
은행들 “언론사 강압”…해당언론 “자발적 참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홍역을 앓고 있는 저축은행들이 올해 초 사업성이 불투명한 종합편성채널(종편) 등의 사업에 수십억원씩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편 사업에 뛰어든 언론에 대한 ‘보험성 투자’ 성격도 있지만, 언론사의 강권에 의한 ‘울며 겨자 먹기’ 식 지분 참여도 상당하다는 주장이 흘러나온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을 보면, 솔로몬·제일·현대스위스·부산 등 대형 저축은행들이 지난 1분기에 적게는 13억원에서 많게는 45억원까지 종편과 보도전문채널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분 투자가 확인된 곳은 매일방송(매일경제)·채널에이(동아일보) 등 종편 두곳과 보도전문채널 연합뉴스티브이(통신사 연합뉴스) 한곳이다.
솔로몬은 지난 2월 매일방송과 연합뉴스티브이에 각각 10억원과 3억원을 투자했다. 현대스위스는 25억원 상당의 매일방송 지분을 사들였다. 현대스위스2 역시 채널에이와 연합뉴스티브이에 10억원씩을 투자했다. 제일은 채널에이·매일방송·연합뉴스티브이에 30억원·10억원·5억원씩 투자한 상태다. 영업정지된 부산저축은행은 연합뉴스티브이에 25억원을 투자한 사실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부산저축은행은 영업정지를 불과 일주일 앞둔 지난 2월10일 돈을 완납해 연합뉴스티브이 지분의 4.16%를 확보했다.
문제는 출자한 저축은행들이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부실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는 점이다. 솔로몬은 지난해에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냈다. 제일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매각한 부실채권이 730억원에 이른다. 현대스위스와 현대스위스2는 각각 2195억원과 292억원의 부실채권을 캠코에 판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실을 털어내도 모자랄 판에 또다른 부실이 우려되는 ‘고위험 투자’를 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저축은행들은 겉으론 “정상적인 투자”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종편 진출 언론사들의 압력이 투자의 직접적 계기였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언론사 간부들이 수차례 경영진을 찾아와 압박하고 이를 거절하면 비판적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며 “어려운 사정이지만 이를 무시할 수 없어 체면치레하는 선에서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도 “실무자들은 잘 모르지만, 경영진 쪽에는 (언론사들의 압박이) 있었던 것 같다”며 “그런 압박 때문에 투자가 이뤄진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자본금 납입에 어려움을 겪은 일부 종편 사업자들은 이들 말고도 자본금 1조원 안팎의 중견 저축은행들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편을 추진중인 언론사들은 이런 사실들을 부인했다. 연합뉴스티브이 쪽은 “부산저축은행은 2009년 말 투자의향서를 체결한 뒤 올 초 자발적으로 투자금을 낸 것으로 법적 문제는 없지만 오해가 많아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또 채널에이 쪽은 “대주주 말고 일반투자자는 밝힐 수 없다”며 “사실관계에 오류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일방송 쪽도 “방송 투자자는 미디어와의 시너지 효과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일방송과 채널에이가 지난 3월 말 사업승인 신청을 한차례 늦추면서 업계에서는 이들이 자본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이재명 최성진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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