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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밀림인들 못갈까…SK 사활건 자원개발

등록 2011-05-12 15:29수정 2011-05-13 10:24

<한겨레 23돌 창간특집>
정유·통신 등 내수사업만으론 성장성 한계
윤활유·천연고무 등 자원외교 성과 잇따라
“자원만 있다면 아마존 밀림인들 못 가랴.”

에스케이(SK)그룹이 수년째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일은 바로 국외 자원개발이다. 정유와 통신 등 내수 위주 사업만으로는 그룹의 성장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이 직접 남미의 아마존이나 인도네시아의 오지 마을을 찾아다니면서 자원 개발에 공을 들일 만큼, 그룹 내에서 자원개발 사업이 차지하는 위상은 남다르다.

에스케이 스스로 꼽는 자원개발 사업의 성공모델 중 하나는 남미 페루의 리마 남쪽에 위치한 팜파 멜초리타 지역 개발 사업이다. 에스케이는 지난해 6월 이곳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액화공장 준공식을 열었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공장 준공을 계기로 원유 생산, 석유 제품 생산, 수출로 이어지는 일종의 수직계열화가 완성됐다”며 “10년 남짓 페루에서 땀을 흘린 결실”이라고 말했다.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베트남 남부 바리어붕따우 동쪽 145㎞ 해상에 위치한 15-1광구 모습. 2000년 10월 4억2000만배럴의 원유가 매장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2003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에스케이그룹 제공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베트남 남부 바리어붕따우 동쪽 145㎞ 해상에 위치한 15-1광구 모습. 2000년 10월 4억2000만배럴의 원유가 매장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2003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에스케이그룹 제공

실제 에스케이는 1996년 페루 8광구의 지분(8.33%)을 매입한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페루에 물적·인적 자원을 투입해왔다. 2000년엔 남미 최대 유전으로 꼽히는 페루 카미세아 광구 지분(17.6%)을 획득했고, 주변 광구 추가 탐사활동을 통해 다량의 원유 채굴권을 따냈다. 에스케이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07년 10월 페루 아마존 일대를 직접 돌아다니며 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했다”며 “주변에선 말라리아 등 풍토병 감염을 우려해 만류했지만 최 회장의 자원에 대한 애착을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에스케이루브리컨츠가 인도네시아 두마이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윤활유 생산 사업도 에스케이 내부에서 손꼽히는 성공 사례다. 두마이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해안가에 위치해 있다. 가장 가까운 공항까지 가기 위해선 제대로 포장되지 않은 2차선 도로를 6시간 달려야 하고, 여기서 다시 2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야 국내로 들어올 수 있는 자카르타 공항에 이를 정도로 인도네시아의 오지 도시다. 인도네시아 국영 석유공사와 합작 투자한 두마이 윤활유 공장에선 2008년 첫 가동 이후 지난해 말까지 모두 8억18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에스케이 관계자는 “초기 투자금 회수는 물론 공장 가치만 1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 사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데는 숨은 비화도 있다. 2005년 부산 아시아태평양정상회의(아펙) 당시 에스케이가 후원에 나선 게 그것이다. 후원사에는 초청 국가 중 세 곳의 국가원수를 면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 이때 최 회장은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사업을 제의했다. 에스케이 쪽은 “2000년대 초반부터 두마이 인근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품질이 우수하다는 사실을 알고 인도네시아 쪽에 사업을 제의했지만 번번이 성사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아펙 회의를 계기로 에스케이가 인도네시아에서 고급 윤활유 사업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종합 상사인 에스케이네트웍스도 오지 자원 개발에 있어서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기업이다. 이 회사는 2009년 3월 인도네시아 산림부로부터 남부칼리만탄 지역에서 60년간 개발 및 사용을 할 수 있는 허가권을 취득한 이후 천연고무 플랜테이션(대규모 조림 농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1만5000㏊에 이르는 전체 조림면적의 20%를 완성했고, 2013년까지 580만그루를 더 심어 본격적으로 천연고무를 생산할 예정이다.


에스케이 관계자는 “최고경영자가 지구 반대편의 아마존 밀림까지 둘러보는 ‘발로 뛰는 글로벌 자원외교’가 15년 만에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앞으로도 자원영토 확장과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해서라면 세계 어느 곳이라도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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