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무엇이든 좋다. 가서 사업기회를 찾아라.”

그간 국내 시장에 주력하던 한화그룹이 시야를 국외로 돌리고 있다. 지금껏 한화는 전형적인 내수 중심 기업이었다. 방위산업용 제품이 전체 매출의 60%를 넘어서고 산업용 화약 제품 매출 비중도 24%에 이른다. 다른 기업에 견줘, 굳이 국외 시장 개척에 나서야 할 긴박함이 덜했던 셈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1년 전부터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그룹 내에는 한우물만 파다간 나날이 변화하는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제대로 적응하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이 퍼졌다. 김승연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앞으로의 10년이 우리 한화의 글로벌 선진화를 이룩할 중차대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주요 사업부문이 국외 시장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갖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한화는 지난 3월 계열사 한화무역에 해외사업실을 설치하고, 뒤이어 글로벌 시장개척단을 발족시켰다. 특히 그룹 내에서 업무 추진능력이 탁월하다고 정평이 나 있는 상무급 임원 5명이 시장개척단에 발탁된 게 눈길을 끈다. 그만큼 이들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시장개척단은 남미와 아프리카, 아세안, 호주, 서남아시아 등 5개 지역으로 나뉘어 파견됐다. 한화 관계자는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기존 사업과의 연관성, 신규 사업 진출시 성공 가능성 등의 잣대로 시장개척단 파견 지역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중국 등 선진국이나 경쟁이 치열한 지역보다는 이른바 ‘제3세계’ 나라에서 사업의 기회가 있다고 봤다는 것이다. 한 예로 인도 뭄바이에 설치된 서남아시아 지역본부(본부장 조한익 상무)에선 염전사업,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사업 발굴, 석유화학 신규 프로젝트 참여 등의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한화는 시장개척단에 단기 성과는 주문하지 않았다. 한화 관계자는 “시장개척단에 최소 1년간의 시간 여유를 주기로 했다”며 “당장 실적을 내지 못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사업성이 있는 분야의 시장에 진입하는 것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가 부쩍 힘을 쏟는 또다른 분야는 태양광 사업이다. 시장개척단이 한화의 새로운 먹을거리와 기회를 가져오기 위한 일종의 시장 탐색조 성격이 짙다면, 태양광 사업은 이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대표적 신성장 산업으로 꼽히는 태양광 산업은, 폴리실리콘에서 시작해 웨이퍼·잉곳, 모듈, 태양전지로 이어지는 공급사슬이 존재한 터라 단계별로 시장 진입이 비교적 손쉬운 편이다.

한화는 지난해 8월 세계 4위 규모인 태양전지 및 모듈 생산업체 인수를 통해 태양광 산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어 한화케미칼은 2013년까지 연간 생산량이 1만톤(t)에 이르는 폴리실리콘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 화학산업에서 쌓은 노하우가 유사한 공정을 갖고 있는 폴리실리콘 생산업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화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이 본궤도에 안착하고 시장개척단이 발굴해낼 새로운 사업 기회들이 가시화될 경우 향후 한화의 모습은 지금과는 크게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