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3돌 창간특집>
전자제품 100억달러 시장 중산층만 3억명 잠재력 커
총괄본부·현지법인 세우고 축구스타 등 활용 시장개척
전자제품 100억달러 시장 중산층만 3억명 잠재력 커
총괄본부·현지법인 세우고 축구스타 등 활용 시장개척
“그동안 프리미엄 및 선진국 시장에 집중하느라 아프리카 진출이 늦은 게 아닌가 생각된다. 지금이라도 서둘러 교두보를 확보해 아프리카 전역에 삼성의 푸른 깃발이 휘날리게 할 것이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3월 아프리카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던진 말이다. 당시 최 부회장은 일주일 일정으로 나이지리아·가나·잠비아·탄자니아·에티오피아·케냐를 잇따라 방문해 현지 시장 상황을 손수 살펴보고 오는 길이었다.
새로운 시장을 찾기 위한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그동안 진출을 꺼리던 오지 지역이나 선진국 업체들이 이미 잠식한 곳이라는 이유로 진출을 포기했던 지역이 주요 공략 대상이다. 이건희 회장이 현재에 안주하지 말라며 ‘삼성 위기론’을 들고나온 것도 긴강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다. 넓게 보자면, 삼성이 올 하반기부터 신입사원 채용과 직원 승진 심사 때 중국어 특기자에게 5%의 가산점을 주기로 한 것도 지금까지보다 세계화의 강도를 더욱 높이겠다는 전략의 산물이다.
■ 아프리카총괄본부 아래 유통망 확대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주로 주목하는 곳은 사하라사막 남쪽의 중앙아프리카 지역이다. 이 지역은 그간 ‘동물의 왕국’ 프로그램이나 내전 보도를 통해서나 접할 수 있었던, 아프리카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다. 텔레비전·휴대전화·에어컨·냉장고 같은 전자제품보다는 코뿔소·얼룩말·부시맨이 먼저 연상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정반대다.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1조281억달러인 이 지역의 전체 국내총생산(GDP)은 2020년이면 2조3384억원으로 갑절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 미개척지로 남아 있는데다 산업화를 건너뛰고 곧장 정보화 문턱을 넘어서는 등 세계경제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극히 이례적 실험이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배경에서 조직 정비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2009년 말 조직개편 때 ‘아프리카총괄본부’를 신설한 데 이어 남아프리카공화국 한 곳에만 있던 현지법인을 나이지리아에도 설립했다. 케냐에 지점을 설치하는 등 아프리카 전역으로 유통망을 확대하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회사는 또 본사 임직원들을 각 나라에 파견해 현지 문화와 정서에 맞는 영업 기법을 개발하고, 지역 전문가 프로그램의 아프리카 파견 인원을 대폭 늘리는 등 ‘아프리카 알기’ 노력도 강화하고 있다.
■ 축구 마케팅은 효과만점 수단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삼성’ 브랜드를 알리는 활동은 또다른 축이다. 아프리카 현지 법인과 지사 직원 및 유지보수 협력업체 기술자들을 서울 본사로 초청해 삼성의 비전과 조직문화를 공유하도록 하거나, 본사 임직원들이 아프리카 봉사활동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본사 임직원 가운데 150명을 뽑아 여름휴가 대신 수단·잠비아·가나·에티오피아·콩고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운용하기로 했다.
특히 축구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마음을 붙들어맬 수 있는 효과 만점의 수단이다. 삼성전자는 드로그바(코트디부아르), 에시엔(가나), 오비 미켈(나이지리아) 등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을 에어컨 모델로 내세워 스포츠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아프리카 각 나라에서 열리는 축구대회 후원도 도맡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프리카 전자제품 시장은 2009년 72억달러에서 지난해 85억달러로 커진 데 이어 올해는 1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큰 ‘블루오션’ 시장”이라고 말했다. ■ 극지용 쇄빙 유조선 시장도 눈독삼성전자에게 아프리카 대륙이 블루오션이라면, 삼성중공업에겐 북극 해저에 묻힌 원유가 새로운 금맥에 이르는 통로다. 북극 해저에는 1조5000억배럴의 원유와 48조㎥의 가스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원유는 세계 인구가 60년 동안 쓸 수 있고, 가스는 전세계 매장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양이다. 삼성중공업이 주목하는 건 바로 북극의 얼음을 깨면서 다닐 수 있는 유조선. 삼성중공업은 ‘극지운항용 쇄빙 유조선’과 ‘극지용 드릴십’에 도전하고 있다. 배 한 척의 가격이 1조원에 이를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고, 올해 4월까지 수주한 게 지난해 한해치 수주량을 넘어설 정도로 시장 확대 속도도 엄청나다. 이밖에 정유·석유화학 공장과 발전소·댐 건설을 주력사업으로 한 삼성엔지니어링은 북아프리카와 남미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북아프리카는 유럽, 남미는 미국 업체들의 텃밭이었다. 각각 유럽과 미국의 다국적 회사들이 자기 자본을 갖고 들어가 공장을 짓고 제품을 생산하는 구조가 굳어진 탓에 삼성엔지니어링이 그 틈을 뚫고 들어갈 엄두조차 내기 힘들었다. 하지만 경제력이 커진 이들 지역 나라들이 공장을 직접 운영하겠다고 나서면서 신규 공장 건설 및 기존 공장 증설 수요가 늘고 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삼성전자는 올해 본사 임직원 가운데 150명을 뽑아 여름휴가 대신 수단·잠비아·가나·에티오피아·콩고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해 세네갈에서 봉사활동에 나선 임직원들이 현지인과 어울려 사진을 찍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신시장 개척 상황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프리카 전자제품 시장은 2009년 72억달러에서 지난해 85억달러로 커진 데 이어 올해는 1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큰 ‘블루오션’ 시장”이라고 말했다. ■ 극지용 쇄빙 유조선 시장도 눈독삼성전자에게 아프리카 대륙이 블루오션이라면, 삼성중공업에겐 북극 해저에 묻힌 원유가 새로운 금맥에 이르는 통로다. 북극 해저에는 1조5000억배럴의 원유와 48조㎥의 가스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원유는 세계 인구가 60년 동안 쓸 수 있고, 가스는 전세계 매장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양이다. 삼성중공업이 주목하는 건 바로 북극의 얼음을 깨면서 다닐 수 있는 유조선. 삼성중공업은 ‘극지운항용 쇄빙 유조선’과 ‘극지용 드릴십’에 도전하고 있다. 배 한 척의 가격이 1조원에 이를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고, 올해 4월까지 수주한 게 지난해 한해치 수주량을 넘어설 정도로 시장 확대 속도도 엄청나다. 이밖에 정유·석유화학 공장과 발전소·댐 건설을 주력사업으로 한 삼성엔지니어링은 북아프리카와 남미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북아프리카는 유럽, 남미는 미국 업체들의 텃밭이었다. 각각 유럽과 미국의 다국적 회사들이 자기 자본을 갖고 들어가 공장을 짓고 제품을 생산하는 구조가 굳어진 탓에 삼성엔지니어링이 그 틈을 뚫고 들어갈 엄두조차 내기 힘들었다. 하지만 경제력이 커진 이들 지역 나라들이 공장을 직접 운영하겠다고 나서면서 신규 공장 건설 및 기존 공장 증설 수요가 늘고 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