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지역 현황. 자료 : 글로벌 인사이트
<한겨레 23돌 창간특집>
삼성·포스코·조선업체 등 브릭스 이후 새 시장 찾아 ‘21세기판 골드러시’ 박차
“제품 차별화 중요하지만 지역 이해·열린 자세 필요”
삼성·포스코·조선업체 등 브릭스 이후 새 시장 찾아 ‘21세기판 골드러시’ 박차
“제품 차별화 중요하지만 지역 이해·열린 자세 필요”
오지 찾는 한국 기업들
10달러짜리 휴대전화, 30달러짜리 백내장 수술, 2000달러짜리 자동차….
으레 선진국 시장만을 바라보던 눈과 머리로는 믿기 힘든 가격의 제품과 서비스들이 인도 시장엔 즐비하다. 인도만이 아니다. 이미 세계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시장에선 획기적 발상으로 무장한 전세계 기업들이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 오래도록 몸에 밴 자세와 시각으로는 결코 이길 수 없는 승부다.
시야를 조금 더 넓혀 보면, 변화의 흐름은 좀더 뚜렷해진다. 지난해 타계한 경영학계의 대가이자 <저소득층 시장을 공략하라>의 저자인 코임바토르 크리슈나라오 프라할라드 전 미국 미시간대 로스경영대학원 교수는 ‘새로운 시장’을 활짝 열어젖히기 위한 제1의 조건으로 ‘간디식 혁신’을 꼽았다. 오지·저소득층·저개발지역 등 그간 기업들의 관심권 바깥에 놓여 있던 영역을 바라보는 눈과 마음을 지녀야만 새로운 시장을 둘러싼 싸움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게 뼈대다. “새로운 부는 그곳에 있다!”
우리나라의 주요 기업들 역시 이런 흐름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글로벌 무대를 누비는 우리 대표기업들의 발걸음은 이제 브릭스를 넘어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오지로, 차가운 북극 얼음 밑과 깊은 바닷속까지 파고드는 중이다. 이들의 도전적인 발걸음이야말로 대한민국 ‘경제 영토’를 더욱 넓히는 지렛대임은 물론이다.
■ “우리나라 규모 시장 17개 새로 열리는 셈” 2000년대 들어 세계경제의 무게중심은 브릭스 지역으로 차츰 옮아갔다. 미국·유럽·일본 등 기존 선진시장의 성장잠재력이 한계에 이른 탓이다. 활력을 잃은 이들 선진시장의 모습은 역동적인 성장을 이어가는 브릭스의 활력과는 대비된다. 예를 들어서 2000년대 들어 브릭스 4개국의 연구·개발(R&D) 투자 증가율(중국 21.2%, 인도 13.9%, 브라질 9.2%, 러시아 8.1%)은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6.2%)를 크게 웃돈다.
하지만 변화의 속도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이미 브릭스를 대체할 또다른 신흥시장의 등장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설령 브릭스라 하더라도 수도를 포함한 대도시 몇 곳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낙후지역이 자금과 기술을 차츰 빨아들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은 새로운 기회와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전세계 기업들이 하나둘씩 찾아들고 있는 격전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부시맨과 동물의 왕국만이 먼저 연상되던 이곳에서 ‘21세기판 골드러시’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지역의 인구는 어림잡아 8억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3억명 이상이 중산층으로 분류될 만큼 잠재력이 큰 시장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2015년께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세계경제 지도가 그려질 것으로 전망한다. 브릭스를 포함해 1인당 소득이 2만달러를 웃도는 신흥시장의 중산층 인구가 약 8억5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탓이다. 이 말은 곧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와 엇비슷한 새로운 시장 17개가 우리 앞에 새로 열린다는 뜻과 마찬가지다. ■ 아프리카·남미 등 ‘경제영토’ 넓히는 중 국내 대표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지구 반대편의 남미대륙은 우리 기업들엔 반드시 넘어서야 할 관문이다. 자원이 풍부한데다, 무엇보다 빠른 성장세를 바탕으로 구매력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하계올림픽이 잇따라 열릴 남미 최대 국가 브라질에선 이미 국내 주요 기업들이 현지공장 건설과 ‘국민 브랜드’ 등극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단연 관심을 모으는 곳은 아프리카 대륙이다. 바야흐로 한국 경제에 아프리카 르네상스가 열리는 분위기다. 아프리카는 현재 가장 빠른 속도로 과거의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시장 중의 하나로 꼽힌다. 실례로 ‘불타는 대륙’은 이미 세계 철강업체들의 각축장으로 탈바꿈한 지 오래다. 이웃 일본의 신일본제철은 재압연공장(남아프리카공화국)과 냉연공장(나이지리아)을 세웠고 인도의 아르셀로미탈 역시 알제리에 일관제철소를 운영중이다. 철강기업의 틀을 벗고 종합소재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포스코에는 피할 수 없는 승부처인 셈이다. 2020년 200조 매출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의 성패를 가를 무대이기 때문이다. 이뿐이 아니다. 조선업체들이 7000㎞ 이상 심해에 묻힌 원유와 가스를 찾아내 캐 올릴 수 있는 기술개발에 성공한다면, 극지의 차가운 바닷속 역시 조만간 우리의 경제영토로 탈바꿈할 것이다.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은 쿠웨이트와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수천억원짜리 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따내고 있다.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신흥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이들 지역에 대한 깊은 이해와 차별화된 제품 전략, 신흥시장과 함께 성장하려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며 “구체적으로는 민관협력 강화와 함께 신흥시장 발전 지원, 국내 사업과의 연계 강화 방안 등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우리나라가 소비시장으로 관심을 가질 만한 유망 신흥 30국. 자료:삼성경제연구소
전문가들은 2015년께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세계경제 지도가 그려질 것으로 전망한다. 브릭스를 포함해 1인당 소득이 2만달러를 웃도는 신흥시장의 중산층 인구가 약 8억5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탓이다. 이 말은 곧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와 엇비슷한 새로운 시장 17개가 우리 앞에 새로 열린다는 뜻과 마찬가지다. ■ 아프리카·남미 등 ‘경제영토’ 넓히는 중 국내 대표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지구 반대편의 남미대륙은 우리 기업들엔 반드시 넘어서야 할 관문이다. 자원이 풍부한데다, 무엇보다 빠른 성장세를 바탕으로 구매력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하계올림픽이 잇따라 열릴 남미 최대 국가 브라질에선 이미 국내 주요 기업들이 현지공장 건설과 ‘국민 브랜드’ 등극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단연 관심을 모으는 곳은 아프리카 대륙이다. 바야흐로 한국 경제에 아프리카 르네상스가 열리는 분위기다. 아프리카는 현재 가장 빠른 속도로 과거의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시장 중의 하나로 꼽힌다. 실례로 ‘불타는 대륙’은 이미 세계 철강업체들의 각축장으로 탈바꿈한 지 오래다. 이웃 일본의 신일본제철은 재압연공장(남아프리카공화국)과 냉연공장(나이지리아)을 세웠고 인도의 아르셀로미탈 역시 알제리에 일관제철소를 운영중이다. 철강기업의 틀을 벗고 종합소재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포스코에는 피할 수 없는 승부처인 셈이다. 2020년 200조 매출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의 성패를 가를 무대이기 때문이다. 이뿐이 아니다. 조선업체들이 7000㎞ 이상 심해에 묻힌 원유와 가스를 찾아내 캐 올릴 수 있는 기술개발에 성공한다면, 극지의 차가운 바닷속 역시 조만간 우리의 경제영토로 탈바꿈할 것이다.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은 쿠웨이트와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수천억원짜리 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따내고 있다.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신흥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이들 지역에 대한 깊은 이해와 차별화된 제품 전략, 신흥시장과 함께 성장하려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며 “구체적으로는 민관협력 강화와 함께 신흥시장 발전 지원, 국내 사업과의 연계 강화 방안 등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