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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아프리카·남미·북극…‘경제영토’를 넓혀라

등록 2011-05-12 14:11수정 2011-05-13 18:10

세계 주요지역 현황. 자료 : 글로벌 인사이트
세계 주요지역 현황. 자료 : 글로벌 인사이트
<한겨레 23돌 창간특집>
삼성·포스코·조선업체 등 브릭스 이후 새 시장 찾아 ‘21세기판 골드러시’ 박차
“제품 차별화 중요하지만 지역 이해·열린 자세 필요”
오지 찾는 한국 기업들

10달러짜리 휴대전화, 30달러짜리 백내장 수술, 2000달러짜리 자동차….

으레 선진국 시장만을 바라보던 눈과 머리로는 믿기 힘든 가격의 제품과 서비스들이 인도 시장엔 즐비하다. 인도만이 아니다. 이미 세계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시장에선 획기적 발상으로 무장한 전세계 기업들이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 오래도록 몸에 밴 자세와 시각으로는 결코 이길 수 없는 승부다.

우리나라가 소비시장으로 관심을 가질 만한 유망 신흥 30국. 자료:삼성경제연구소
우리나라가 소비시장으로 관심을 가질 만한 유망 신흥 30국. 자료:삼성경제연구소
시야를 조금 더 넓혀 보면, 변화의 흐름은 좀더 뚜렷해진다. 지난해 타계한 경영학계의 대가이자 <저소득층 시장을 공략하라>의 저자인 코임바토르 크리슈나라오 프라할라드 전 미국 미시간대 로스경영대학원 교수는 ‘새로운 시장’을 활짝 열어젖히기 위한 제1의 조건으로 ‘간디식 혁신’을 꼽았다. 오지·저소득층·저개발지역 등 그간 기업들의 관심권 바깥에 놓여 있던 영역을 바라보는 눈과 마음을 지녀야만 새로운 시장을 둘러싼 싸움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게 뼈대다. “새로운 부는 그곳에 있다!”

우리나라의 주요 기업들 역시 이런 흐름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글로벌 무대를 누비는 우리 대표기업들의 발걸음은 이제 브릭스를 넘어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오지로, 차가운 북극 얼음 밑과 깊은 바닷속까지 파고드는 중이다. 이들의 도전적인 발걸음이야말로 대한민국 ‘경제 영토’를 더욱 넓히는 지렛대임은 물론이다.

■ “우리나라 규모 시장 17개 새로 열리는 셈” 2000년대 들어 세계경제의 무게중심은 브릭스 지역으로 차츰 옮아갔다. 미국·유럽·일본 등 기존 선진시장의 성장잠재력이 한계에 이른 탓이다. 활력을 잃은 이들 선진시장의 모습은 역동적인 성장을 이어가는 브릭스의 활력과는 대비된다. 예를 들어서 2000년대 들어 브릭스 4개국의 연구·개발(R&D) 투자 증가율(중국 21.2%, 인도 13.9%, 브라질 9.2%, 러시아 8.1%)은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6.2%)를 크게 웃돈다.

하지만 변화의 속도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이미 브릭스를 대체할 또다른 신흥시장의 등장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설령 브릭스라 하더라도 수도를 포함한 대도시 몇 곳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낙후지역이 자금과 기술을 차츰 빨아들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은 새로운 기회와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전세계 기업들이 하나둘씩 찾아들고 있는 격전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부시맨과 동물의 왕국만이 먼저 연상되던 이곳에서 ‘21세기판 골드러시’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지역의 인구는 어림잡아 8억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3억명 이상이 중산층으로 분류될 만큼 잠재력이 큰 시장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2015년께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세계경제 지도가 그려질 것으로 전망한다. 브릭스를 포함해 1인당 소득이 2만달러를 웃도는 신흥시장의 중산층 인구가 약 8억5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탓이다. 이 말은 곧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와 엇비슷한 새로운 시장 17개가 우리 앞에 새로 열린다는 뜻과 마찬가지다.

■ 아프리카·남미 등 ‘경제영토’ 넓히는 중 국내 대표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지구 반대편의 남미대륙은 우리 기업들엔 반드시 넘어서야 할 관문이다. 자원이 풍부한데다, 무엇보다 빠른 성장세를 바탕으로 구매력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하계올림픽이 잇따라 열릴 남미 최대 국가 브라질에선 이미 국내 주요 기업들이 현지공장 건설과 ‘국민 브랜드’ 등극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단연 관심을 모으는 곳은 아프리카 대륙이다. 바야흐로 한국 경제에 아프리카 르네상스가 열리는 분위기다. 아프리카는 현재 가장 빠른 속도로 과거의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시장 중의 하나로 꼽힌다. 실례로 ‘불타는 대륙’은 이미 세계 철강업체들의 각축장으로 탈바꿈한 지 오래다. 이웃 일본의 신일본제철은 재압연공장(남아프리카공화국)과 냉연공장(나이지리아)을 세웠고 인도의 아르셀로미탈 역시 알제리에 일관제철소를 운영중이다. 철강기업의 틀을 벗고 종합소재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포스코에는 피할 수 없는 승부처인 셈이다. 2020년 200조 매출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의 성패를 가를 무대이기 때문이다.

이뿐이 아니다. 조선업체들이 7000㎞ 이상 심해에 묻힌 원유와 가스를 찾아내 캐 올릴 수 있는 기술개발에 성공한다면, 극지의 차가운 바닷속 역시 조만간 우리의 경제영토로 탈바꿈할 것이다.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은 쿠웨이트와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수천억원짜리 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따내고 있다.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신흥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이들 지역에 대한 깊은 이해와 차별화된 제품 전략, 신흥시장과 함께 성장하려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며 “구체적으로는 민관협력 강화와 함께 신흥시장 발전 지원, 국내 사업과의 연계 강화 방안 등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지폐정사기 강자 '기산전자'
폴리프로필렌 '태성유화' 등
포기않는 벤처정신 성공신화


여기 ‘강소기업’도 있다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는 주인공이 대기업만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전세계를 무대로 쉼없이 성공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는 ‘국가대표’ 강소기업들은 여럿 있다. 기술력, 신뢰, 도전정신…. 이들이 내세우는 무기도 다양하다.

세계 40여개국에 지폐정사기를 수출하는 기산전자㈜는 기술력으로 승부를 본 대표적 강소기업이다. 지폐정사기는 지폐를 헌 돈과 새 돈으로 구분하는 것은 물론 위조지폐를 가려낼 수 있는 기계를 말한다. 전세계에는 230여개국에 230여종의 지폐가 있기 때문에 지폐정사기의 국외 수출은 그리 만만하지 않은 도전이다.

미주와 유럽은 물론이고 러시아와 인도, 아프리카 등 은행자동화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나라들도 집중 공략지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직원의 43%가량인 38명의 연구인력이 제품 개발에 몰두한 점이 국외 진출의 주춧돌이 됐다. 기산전자의 지폐정사기는 경쟁업체에 견줘 10% 이상 위폐 감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8년 92억원이던 매출이 2009년에 세 배 이상인 277억원으로 뛴 것도 이런 기술력 덕분이다.

합성수지 제품인 폴리프로필렌을 공급해온 ㈜태성유화는 1998년부터 일찌감치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진출했다. 국내 시장의 수요가 줄어들자, 신시장을 찾아나선 곳이 바로 아프리카 대륙이었다. 이후 짐바브웨, 잠비아, 말라위, 모잠비크, 탄자니아 등 오지도 마다하지 않은 맨투맨 영업이 시작됐다. 태성유화의 대아프리카 수출액은 1998년만 해도 6000달러에 그쳤지만 지난해엔 2958만달러로 불어났다.

동양인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현지에서 태성유화가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신뢰쌓기’였다. 한국을 알리기 위해 현지에 한국관을 만들어 제품 홍보를 하는가 하면, 현지 바이어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여수 석유화학단지 등을 견학시켰다. 2007년 11월에는 짐바브웨에 바이오디젤 공장을 현지 중앙은행과 합작해 세우기도 했다. 돈벌이에만 급급하지 않고 두 나라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데 주력한 점이 결과적으로 회사를 키우는 데 큰 보탬이 됐다.

한국산 임플란트로 세계를 누비고 있는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엔 끊임없는 벤처정신으로 성공을 거둔 기업이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임플란트 재료는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당연히 시술비는 비쌌고 시술도 대중화되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값비싼 수입품을 국산으로 바꿔내겠다는 ‘도전’ 정신은 현재 40여개국에 임플란트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게끔 했다.

치과의사 출신인 이 회사의 대표는 치과를 직접 경영하면서 느낀 치과용 정보기술(IT) 프로그램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사업가로 뛰어든 이후 줄곧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던 차에 임플란트 사업에도 눈을 떴다. 이런 새로운 영역에의 도전은 고속성장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오스템의 매출액은 2000년 34억원에서 2009년 1246억원으로 늘었다.

송형근 한국무역협회 고객지원실장은 “신시장 개척에 성공한 기업들엔 현지시장 특화, 새로운 시장접근 루트의 개발, 현지 인맥의 적절한 활용 등 공통적인 성공 노하우를 찾을 수 있다”며 “신시장 개척 의지를 지닌 기업들이라면 다양한 아이템으로 생소한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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