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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삼성 반도체 비밀’ 6년간 넓고 깊게 빼갔다

등록 2010-02-03 18:54수정 2010-02-03 21:52

삼성전자 기술 유출 파문
차세대 연구·투자 계획 등 영업기밀 상당수 빼가
내부자에게 받거나 훔쳐…수시로 드나들며 수집
삼성전자의 반도체 핵심기술이 6년 동안 하이닉스반도체에 유출된 사실을 검찰이 밝혀냈다.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 1·2위와 최대 장비업체가 연루된 사안인데다, 기술 유출이 장기간 관행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 적잖은 논란과 파장이 일 전망이다.

삼성의 영업기밀을 빼낸 건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AMAT) 한국지사(AMK)로, 삼성과 하이닉스가 주요 고객이다. 이 업체는 불법적으로 취득한 삼성의 영업기밀을 자사 영업에 활용하는 과정에서 하이닉스에 건넸다. 검찰 조사 결과, 2005년 3월부터 최근까지 삼성전자의 영업비밀 95건을 빼돌려 이 가운데 13건을 하이닉스 쪽에 넘겼다. 돈거래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업체가 빼돌린 영업기밀에는 반도체 제작공정뿐 아니라 생산라인 투자계획, 차세대 반도체 개발계획, 거래업체 정보, 연구개발 계획 등 핵심 자료가 포함돼 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 가운데 40여건은 국가핵심기술에 해당되며, 아직까지 국외 유출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반도체, 특히 미세공정에 필수적인 구리공정 관련 자료를 하이닉스가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매처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협력사를 통해 관련 자료를 빼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하이닉스는 “문제의 자료가 유출된 시점은 우리가 다른 업체와 제휴해 구리공정 기술을 자체개발해 양산까지 마친 뒤의 일이다. 또 삼성과 우리의 구리공정은 사용 물질과 특성, 장비 구성 등이 전혀 다르다”며 활용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에이엠에이티사의 한국지사 직원들은 반도체 장비 설치·관리를 위해 수시로 삼성전자를 드나들며 영업기밀이 담긴 자료를 몰래 가지고 나오거나, 친분이 있는 내부자들을 통해 정보를 수집했다. 또 국외 출장길에 삼성전자 직원을 만나 영업기밀이 담긴 파일을 복사하기도 했다. 영업기밀 유출 행위가 관행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얘기다. 한 반도체 장비업체 부사장은 “납품한 반도체 장비를 지속적으로 운영·관리하려면 기술적으로 매우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자료 형태가 아니더라도 핵심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주요 협력업체들과는 통상 비밀유지 협약을 맺지만, 의도적으로 정보를 수집해 전달하는 것을 원천봉쇄하는 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에이엠케이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하이닉스의 영업기밀 일부도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이닉스는 이 부분에 대한 정식 수사를 요청했다.

삼성전자는 “국가적 손실이 우려된다”는 조심스런 반응을 보인 반면, 하이닉스는 삼성전자 기술이 넘어온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유출 기술을) 활용하거나 이득을 취한 게 없다”며 적극 해명했다. 하지만 경쟁사의 영업기밀 자료를 사내 학습조직의 자료로 활용했다는 해명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도 내부 직원이 연루되는 등 유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의 영업비밀을 입수한 사실 자체만으로도 위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고 본다”며 “재판에서 형사적 책임이 가려지겠지만 검찰이 국외 유출 여부를 명확히 수사하지 못한 건 아쉽다”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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