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장비 납품업체 직원 등 4명 구속기소…국가핵심기술 40건도 포함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업체인 삼성전자의 핵심 기술이 장비 납품업체를 통해 경쟁사인 하이닉스로 유출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중희)는 3일 삼성전자의 반도체 제조 핵심 기술을 빼내 하이닉스에 건넨 혐의(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미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장비 생산업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AMAT)사의 곽아무개(47) 부사장과 이 회사 한국지사(AMK) 김아무개(40) 팀장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기술 유출 과정에 개입한 삼성전자 남아무개(37) 과장과 하이닉스 한아무개(51) 전무도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밖에 에이엠케이사 직원 7명, 삼성전자 직원 3명, 하이닉스 직원 4명 등 나머지 14명은 불구속기소됐다.
이들은 보안검색대를 피해 비밀 서류를 몰래 갖고 나오거나, 삼성전자 직원과 외국 출장을 함께 가면서 이 직원의 컴퓨터에 저장된 반도체 개발 현황과 평가 결과 등이 담긴 파일을 통째로 복사해 기술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핵심 기술 유출에 가담했다 지난해 8월 에이엠케이사로 옮긴 ㄴ씨(미국 체류)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했다. 에이엠에이티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장비 업체 중 하나다.
검찰은 이번에 유출된 것으로 드러난 삼성전자의 기술 95건 가운데는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된 것도 40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국가 핵심 기술은 국민경제 발전 등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산업기술로, 해마다 지식경제부 장관이 지정한다.
이번 기술 유출로 인한 삼성전자의 직접피해는 수천억원대로 추산되지만, 경쟁사가 이미 유출된 정보로 기술 격차를 급격히 줄일 경우 생겨날 간접피해까지 고려하면 피해액이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검찰은 추정했다.
하이닉스 쪽은 “일부 직원들이 비공식 학습조직의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두 회사의 공정기술은 사용 물질과 특성, 장비 구성 등이 달라 실제 개발 및 양산 과정에서 삼성전자 쪽 기술은 전혀 활용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홍석재 김회승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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