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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내년 성장률 잇단 상향 조정하는데…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

등록 2009-11-26 22:11

국내 경제성장률 추이
국내 경제성장률 추이
OECD 4.4%, KDI 5.5% 등 전망치 줄줄이 ↑
정부 ‘출구전략 추진’ 압력 커질까 부담느껴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예측대로 되면 4~5%가 될 것으로 본다.”

지난 14일 이명박 대통령은 싱가포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뒤 동포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부 쪽에서 ‘5% 성장’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국내외 기관들의 전망치는 대부분 3~4%대였다.

일주일 뒤인 22일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전망치로 5.5%를 제시했다. 지금까지 나온 것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다음달에 발표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전망에 쏠리고 있다. 내년 성장률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출구전략’(금융위기로 도입한 비상 조처를 정상화하는 것으로, 핵심 조처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태도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전망치, 잇달아 상향조정 이번달 들어 국내외 주요 경제기관들이 잇달아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높이고 있다. 지난 1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기존 3.5%에서 4.4%로 올린 것을 시작으로, 22일에는 한국개발연구원이 4.2%에서 5.5%로 조정을 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26일 내년도 경제전망을 지난 9월의 3.9%에서 4.3%로 높인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향조정 러시는 지난달말 발표된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2.9%나 증가하며 실물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는 모습을 보인 데 힘입은 것이다. 9~10월 수출 감소율도 한자릿수대에 머물러 세계경제에 대한 불안감도 덜해졌다.

방향은 같지만 기관별로 낙관의 정도는 다르다. 김재천 한은 부총재보는 “4%대 초반은 ‘회복세 유지’ 정도이고, 4%대 후반은 ‘의미있는 회복’, 5%대 초반은 ‘회복 본격화’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기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변화
주요 기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변화

■정부 ‘5%는 곤란한데…’? 정부로서는 경제전망이 갈수록 밝아지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정부는 통상 한국개발연구원이나 민간연구소들보다 다소 높은 전망을 내놓는 경향도 있었다. 정부의 전망치에는 일종의 ‘목표치’ 개념이 들어가 있었고, 긍정적인 전망을 통해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호전시키고자 하는 의도도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전망치에 대해 한 재정부 관계자는 “다들 너무 낙관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며 “아직은 세계경제 회복세가 불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재정부 관계자도 “대외 경제에 대한 판단이 연구소들마다 생각이 다르더라”며 “한국개발연구원말고 다른 기관도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애초 전망치는 더 높았는데, 정부의 요구로 수치를 낮췄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정부의 이런 태도에는 ‘출구전략’문제가 얽혀있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정부로서 성장률이 높게 나오는 것은 좋겠지만, 5%대 성장은 출구전략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함의가 있는 것이어서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은 ‘점진적인 금리인상’을 주장하고 나섰고, 다소 낮은 전망치를 내놓은 삼성경제연구소는 “출구전략을 추진하기에는 여전히 위험부담이 크다”고 주장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한 강연에서 “최근 국내외 기관들이 내년 성장률에 대해 낙관적 전망치를 제시하고 있고, 민간투자도 살아나는 모습이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인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며 다시 한 번 선을 그었다.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는데 대한 우려감도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양적인 성장률 뿐 아니라 성장의 질적인 내용을 고려해야 한다”며 “민간의 고용이 늘어야 하고, 재고 효과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에 고성장을 하더라도 실제 체감경기는 다를 수 있음을 벌써부터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의 내년도 전망은 다음달 16일 대통령 업무보고 때 발표된다. 출구전략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한은의 경제 전망은 다음달 10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인 11일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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