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색 불청객’ 더 지독해졌다
[황사 주의보]
올 봄 황사는 예년보다 더 잦을듯
지난달에 벌써 첫 ‘황사특보’ 내려
올 봄 황사는 예년보다 더 잦을듯
지난달에 벌써 첫 ‘황사특보’ 내려
“이날 흙비가 오다가 눈이 내렸다.”
<조선왕조실록> 중종 편에 나오는 1526년 기록의 한 대목이다. ‘흙비’(雨土)는 비처럼 내리는 흙이라는 뜻으로 요즘 말로 ‘황사’다. “여러 기록을 볼 때 황사에 가까운 옛말이 ‘흙비’였고 요즘 나이든 어른들도 황사를 ‘흙비’로 부르곤 한다”는 게 전영신 국립기상연구소 황사연구과장의 설명이다. 흙비는 한해 농사와 길흉을 점치고 민심을 읽는 데 쓰는 ‘기상 이변’의 신호로 여겨지곤 했다. 전 황사과장은 “실록의 기록을 보면 황사는 양력 4월께 가장 잦았으며 다음으로 5월, 3월 순으로 잦았다”며 “지난 100년간 서울·목포·부산·대구의 황사 기록에서도 같은 순서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 양상이 조금 달라졌다. 최근엔 3월에도 4월 못잖게 황사가 자주 출현한다. 지난달 20일엔 때이르게 ‘짙은 황사’가 몰려와 ‘2월의 첫 황사특보’가 내려졌다. 황사가 일러지고 잦아짐을 보여주는 징후다.
■ 황사는 왜, 어떻게 발생하나? 연구자들은 여러 기상 조건들이 맞아떨어질 때, 황사 발원지인 내몽골과 중국 사막의 흙먼지들이 수천㎞를 날아와 한반도에 떨어진다고 말한다. 임재철 기상연구소 주무관은 “황사 발원지에서 눈·비가 적고 햇볕이 강한 고온·건조 상태가 계속되면 많은 흙먼지들이 만들어지는데, 강한 저기압의 상승기류가 생길 때 이런 흙먼지들이 하늘 높이 솟아오른다”고 말했다. 일사량이 많을수록 공기 흐름(대류)도 커진다. 해발 1500~2000m 고지대인 발원지에서 날아오른 흙먼지는 빠른 상층기류를 타고 이동하기 시작한다.
전 황사과장은 “낮은 구름들보다는 높고 국제여객선의 비행 고도보다는 낮은 3~4㎞ 상공에서 한반도로 부는 봄바람을 타면 흙먼지는 하루이틀 만에 한반도에 날아들 수 있다”고 말했다. 따뜻한 봄철엔 사나흘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곧바로 한반도에 떨어지는 건 아니다. 한반도 상공의 공기 흐름이 정체할수록 황사는 더 많이 한반도를 덮친다. 상층기류가 빠르면 많은 양이 한반도를 지나치기도 한다. 황사는 무거운 입자부터 떨어지고 미세한 것들은 하와이나 미국 본토까지도 날아간다.
■ 발원지 ‘잦은 황사’ 조건 갖춰 황사는 변덕스런 봄바람이 어느 쪽으로 부느냐에 따라 한반도를 에둘러 날아가는 일도 잦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올해 황사가 얼마나 자주 한반도를 덮칠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그렇더라도 몇 가지는 내다볼 수 있다. 먼저 황사가 3월과 4월에 집중해 생긴다는 점은 어김없이 되풀이된다. 발생 일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의 한해 황사 일수는 1980년대엔 평균 4일이었으나 2000년대엔 12일이다. 올해엔 황사를 일으키는 조건이 예년보다 잘 갖춰져 더 자주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황사 발원지 내몽골에서 최근 기온이 평년보다 4~6도나 높고 눈·비도 거의 없어, 더 많은 흙먼지들이 더 쉽게 날아오를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올 봄 황사가 평년(30년 평균 3.6일)보다 잦을 것으로 내다보고 24시간 황사 예보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전국 100여개 전광판에 황사 상황을 알리고 천식환자나 노약자들한테 문자서비스로 황사 정보를 알리는 사업도 시범 운영한다. 글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10년간 월별 황사일수 누계(서울)
황사 발생 대처 방법
그렇더라도 몇 가지는 내다볼 수 있다. 먼저 황사가 3월과 4월에 집중해 생긴다는 점은 어김없이 되풀이된다. 발생 일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의 한해 황사 일수는 1980년대엔 평균 4일이었으나 2000년대엔 12일이다. 올해엔 황사를 일으키는 조건이 예년보다 잘 갖춰져 더 자주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황사 발원지 내몽골에서 최근 기온이 평년보다 4~6도나 높고 눈·비도 거의 없어, 더 많은 흙먼지들이 더 쉽게 날아오를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올 봄 황사가 평년(30년 평균 3.6일)보다 잦을 것으로 내다보고 24시간 황사 예보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전국 100여개 전광판에 황사 상황을 알리고 천식환자나 노약자들한테 문자서비스로 황사 정보를 알리는 사업도 시범 운영한다. 글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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