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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용두사미’ 구조조정, 효과는 없고 반발만 불러

등록 2009-01-20 19:03수정 2009-01-20 23:25

강정원 국민은행장(가운데)이 20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건설·조선 업체 112곳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A href="mailto:jijae@hani.co.kr">jijae@hani.co.kr</A>
강정원 국민은행장(가운데)이 20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건설·조선 업체 112곳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건설·조선 14곳 워크아웃·2곳 퇴출 확정
“예상수준에 크게 미달…과잉투자 해소 어려워”
‘은행 칼자루’ 예고된 한계…업체들 “기준 뭐냐”

건설·조선사에 대한 1차 구조조정 결과가 최종 확정돼 발표됐다. 결과는 예상됐던 대로 14개 기업 워크아웃, 2개 기업 퇴출이라는 생색내기 수준에 그쳤다. 은행들에게 평가를 맡겼을 때부터 예견됐던 결과다. 평가 기준 또한 모호하고 주관적인 부분이 많아 평가 결과에 승복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는 주지 못한 채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에 대한 의구심과 해당업체들의 강력 반발이라는 후유증만 남긴 셈이다.

■ 어설픈 추진…결국 빈수레 김종창 금감원장은 “20위권 안의 건설사가 포함되는 등 기업들로부터 원망을 들을 정도로 엄격한 평가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시장의 평가는 다르다. 김동준 케이비투자증권 건설 담당 연구원은 “구조조정 대상이 전체 평가 대상의 13%에 그쳐, 애초 예상수준(20~30%)에 크게 미달한다”며 “구조조정 강도가 미약해 건설업계 재편 혹은 경쟁강도 완화에 따른 비구조조정 업체의 수혜를 논할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길기모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이런 결과로는 과잉투자를 해소하고 기업들의 자구노력을 유도한다는 구조조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용두사미식 결과는 구조조정의 주체와 방식, 기준 등이 정해졌을 때 어느 정도 예견됐다고 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C(워크아웃)·D(퇴출)등급을 주면 은행이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이는 지난해 실적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은행으로서는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평가 항목이 너무 많고 계량화되기 힘든 부분이 포함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길기모 연구원은 “평가기준은 부채비율, 미분양율, 현금흐름 등 가장 핵심적인 항목으로 단순화시켜야 한다”며 “은행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 업체들이 승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해당업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동문건설 관계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림건설 관계자도 ”왜 우리가 워크아웃 대상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태도도 문제다. 한 은행 임원은 “지난해 가을에는 기업 부도를 내지 말라고 해서 간신히 살려냈더니, 이번에는 구조조정을 제대로 안한다고 지적한다”며 “금융당국이 바라는게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앞으로 잘될까 워크아웃이 제대로 추진될 지도 미지수다. 워크아웃 대상 기업들이 반발하고 있는데다 기업에 대한 추가 지원 규모와 배분 문제를 놓고 채권은행간에 이견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워크아웃을 진행하던 시앤(C&)중공업도 결국 채권단 간에 이견을 좁히지 못해 퇴출 대상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워크아웃 대상 기업은 물론 B등급 기업에 대한 신규 지원 문제도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B등급 기업들에 대한 신규 자금지원도 앞으로는 철저하게 실사를 한 뒤 채권단 공동으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이 서로 자금지원을 꺼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김종창 원장은 이날 건설, 조선 외 다른 업종과 대기업, 그룹으로까지 구조조정을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구조조정 당위성이 가장 높았던 두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도 흐지부지된 마당에 추가 구조조정이 제대로 될 지는 미지수다. 말로만 ‘선제적 구조조정’을 외치다, 결국에는 부실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뒤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 칼을 빼드는 모양새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안선희 김경락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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