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 금융위원장 밝혀…해당 그룹들 “유동성 문제없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동부·두산 등 그룹에 대한 선제적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금융 당국자가 기업 구조조정 대상을 건설·조선 등 업종별이 아닌 그룹 대기업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당국은 또 현재 진행 중인 건설·조선업종 구조조정이 일단락되면 다른 업종으로도 구조조정을 확대할 방침이어서, 구조조정 바람이 업종과 규모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전 위원장은 1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이슬람금융 세미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중견그룹들에 대해 산업은행 등이 면밀히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상반기 경기가 더 나빠질 경우 필요에 따라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중견그룹’의 개념을 묻는 말에 “거대 기업집단이 아닌 그룹을 칭한다”며 동부·두산 등을 예로 들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위원장이 중견 대기업에 대한 모니터링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일부 기업을 특정해서 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다.
두산그룹은 이날 해명자료를 내어 “우리 그룹은 건전한 재무구조와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어 유동성 문제나 경기침체에 따른 부실 등 문제가 발생할 염려가 없다”고 반박했다. 동부그룹 쪽도 “(동부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통해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의미에선 맞지만, 유동성과 관련한 문제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지난 몇 해 무리한 인수합병이나 최근 경기침체로 말미암아 실적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5~6개 그룹의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전 위원장은 지난 12일에는 국회 정무위 답변에서 “1월 말까지 우선적으로 건설·중소 조선업체에 대한 신용평가를 완료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며 “필요시 건설·조선외 다른 업종에 대해서도 구조조정 추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은 건설·조선업종 구조조정 대상을 1차로 오는 23일까지 확정할 예정이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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